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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를 보았다’ 잔인성 논란

은바리라이프 2010. 8. 26. 22:22

영화 ‘악마를 보았다’ 잔인성 논란
“영화적 표현”-“모방 우려”
한겨레 김진철 기자기자블로그
»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한 장면. 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영화의 표현 수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한국 영화가 잔인해지고 있다.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사실상 상영불가 판정인 제한상영가 등급을 두 차례 받은 뒤 편집을 거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12일 개봉과 동시에 논란으로 떠올랐다. 역대 한국 영화들 중 가장 잔인한 영화라는 평 속에 “영화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설정이 너무 심해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달콤한 인생>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악마를 보았다>는 연쇄살인범에게 약혼녀를 잃은 국가정보원 요원이 복수하는 이야기다. 개봉 전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속 잔혹한 장면 이상으로 복수하는 방식 설정에 대해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주인공이 원수인 살인마를 살인마의 범죄 이상으로 잔인하게 처단하는 장면이다.

개봉 첫날인 이날 영화를 본 김아무개(42)씨는 “피끓는 복수심이 이해되긴 해도 너무나 끔찍하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주검 절단 장면에 놀란 관객들도 많다. 또다른 중년 관객은 “살인마를 잡았다가 풀어주기를 반복하면서 그 과정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게 되는 내용은 범죄에 대한 심리나 영화적 미학으로 보기 어려웠다”며 “리얼한 장면들이 모방범죄를 부를까 걱정될 정도”라고 혐오감을 나타냈다.

최근 들어 한국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의 묘사는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추격자>가 2008년 흥행에 성공하면서 역시 최근 개봉한 <아저씨> 등 범죄와 폭력 묘사가 훨씬 잔인해진 영화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계 인사는 “예전에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웠는데, <추격자>가 500만명 넘게 관객을 모으면서 잔인한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뒤 이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악마를 보았다>의 제작진 쪽은 영화적인 표현일 뿐이라는 태도다. 김지운 감독은 11일 언론시사회 뒤 “(잔인한 장면들은) 모두 다른 영화들에서 다뤘던 부분들”이라며, “영화는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폭력적인 현실을 영화적으로 다룬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모든 영화가 이렇게 잔인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영화 한 두 편이 만들어져 직접적인 사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