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안팎
자문회의 구성 숨은 조력
별다른 진척 없이 해를 넘길 듯했던 용산참사 협상이 새해를 이틀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참사 발생, 그리고 평행선 대립=지난 1월 19일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 세입자 20여명은 재개발 지역인 한강로5가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다음날 새벽 옥상에서 건물로 진입하려는 경찰과 극렬하게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난 불로 철거민 5명이 숨졌다. 작전에 참가한 경찰 특공대원 1명도 목숨을 잃었다.
철거민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살인진압이라며 남일당 1층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 이들은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유족에게 장례식장 비용 등을 보상하고 법으로 철거민 생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몇 번의 협상이 있었지만 양측 주장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지난 10월 정운찬 국무총리가 추석을 맞아 남일당 분향소를 방문,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숨은 조력자’ 종교계=한국교회봉사단은 지난 6월부터 중재에 나섰다. 인명진 목사는 참여를 꺼리던 서울시를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범대위와 서울시, 정부의 입장차는 컸다. 서울시는 재개발조합과 상가세입자의 사적 문제라고 봤다. 범대위는 “재개발 정책과 경찰 개입으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사적인 일이냐”고 반발했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교회봉사단은 직접 서울시와 협의해 절충안을 마련했다. 유족 1인당 3억원을 보상하고 공사장 인부들이 밥을 먹는 ‘함바집’ 운영권을 범대위에 넘기는 내용이었다. 당시 장례식장 비용 4억7000만원은 교회봉사단이 대신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범대위는 임시상가가 필요하다며 절충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이 잇달아 결렬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월 직접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도움을 청했다. 교회봉사단 사무총장 김종생 목사와 서울가톨릭 사회복지회장 김용태 신부,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 스님 등이 협상 자문단을 구성해 협상장에서 완충 역할을 했다.
◇끝나지 않은 법정 공방=협상은 타결됐지만 용산참사를 둘러싼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는 지난 10월 말 용산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씨를 비롯해 기소된 농성자 9명 가운데 7명에게 징역 5∼6년씩을 선고했다.
다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 서울시가 구속자들을 조기에 석방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로 했다.
강창욱 임성수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