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즐거우면 다니! 뇌의 절규
한겨레 | 입력 2009.12.27 15:00 | 수정 2009.12.27 15:10 | 누가 봤을까? 20대 남성, 부산
[한겨레] 그래, 나는 너의 뇌야
하루종일 붙어다니는
휴대폰…게임기…컴퓨터…
나를 기형적으로 발전시켜
생각하고 판단하고 기억하는
전두엽·측두엽도 좀 써줄래
성적 올리고 싶으면
제발 모니터를 치워줘!
모니터에 홀린 10대에게
너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10대에는 몸뿐만 아니라 뇌도 크는 거야. "6살까지는 전두엽이 발달하고 6살부터 12살까지는 측두엽이 발달하는 동시에 전두엽의 발달이 완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12살부터는 후두엽이 발달한다"는 게 김영훈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원장(소아청소년과)님의 말씀이지.
나는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후두엽은 이름처럼 내 뒤편에 있어. 여기서 감각을 받아들이지. 눈으로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도 여기서 처리해. 후두엽은 12살 이후에 발달하기 때문에 너 같은 사춘기 학생들이 눈을 자극하는 영상에 푹 빠지는 거야. 너 김남길이나 김태희처럼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 좋아하지?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대상에 끌리는 것도 전부 후두엽이 원인이란다. 니가 피엠피, 휴대전화, 인터넷, 게임기의 모니터에 눈이 팔려 있는 데는 내 탓도 분명히 있어. 그런데 "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에는 도표나 그림 등으로 정보를 시각화하면 학습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김영훈 원장님의 말씀대로 이 시기의 특징을 똑똑하게 활용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설마 니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고 시각 정보를 입력해 주는 게 내 성장과 발달을 돕는 일이라고 착각하진 않겠지? 내가 후두엽으로만 이뤄져 있냐? 난 그렇게 단순한 구조가 아니거든? 한덕현 중앙대 용산병원 정신과 교수님의 얘기를 들어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하는 게 나쁜 이유는 뇌를 불균형하게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계속 보거나 한 가지 게임을 지속하면 다섯 손가락 가운데 가운뎃손가락만 길어지는 것처럼 기형적 성장이 일어난다."
한 교수님이 한 실험도 있어.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덧셈, 뺄셈이 나오는 쉬운 문제는 풀지만 나눗셈, 곱셈, 루트 등 어려운 개념이 나오는 문제는 못 풀더래. "대개는 어려운 문제를 풀게 되면 사용하는 뇌의 영역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쉬운 문제나 어려운 문제나 똑같은 뇌의 영역을 사용했다." 단순 계산은 후두엽에서 담당하지만 사고력이 필요한 서술형 문제는 전두엽의 협조가 필요해. 그런데 그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자기 뇌의 아주 일부만 발달시킨 거야. 사고력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뇌의 영역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거지.
명심해 둬. 나는 끝없이 변해. 나는 쓰지 않으면 퇴보하고 쓰면 진보해. 전문가들은 나의 이런 특성을 '뇌유연성'(뇌가소성)이라고 부르지.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쓴 < 앞쪽형 인간 > 이라는 책에도 이런 내용이 있어. 20대 일반인한테 3개월 동안 서커스에서 하는 저글링을 시켰어. 3개월 뒤에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 확인해 보니 뇌의 일부가 두꺼워졌더래. 더 신기한 것은 3개월 동안 저글링을 못하도록 했더니 두꺼워진 부분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거지.
뭐 느끼는 거 없어? 너 중학교 때 공부 잘했지? 지금은 어때? 성적이 떨어진 데는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 니가 모니터를 끼고 사는 동안 나한테 이상이 생긴 탓일 수 있어.
내가 모니터를 싫어하는 이유는 또 있어. 니가 공부할 때 내가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거든.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정신과)님의 얘기야. "집중에는 수동적 집중과 능동적 집중이 있다. 일대일로 얘기를 할 때, 책을 볼 때, 직접 빈 공간에 문제를 풀 때는 능동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반면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의 모니터를 보게 되면 능동적으로 집중할 때보다 에너지가 훨씬 적게 든다. 수동적 집중 상태에 익숙해지면 능동적인 집중이 필요한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너 마지막으로 책 읽은 게 언제야? 모니터로 영화 보고 게임하는 게 더 편하지? 나도 그래. 내가 덜 운동해도 되거든. 계속 이런 식이면 니가 나중에 책을 읽어도 집중을 못하게 될 거야.
참, 필기도 안 하고 멍하게 인터넷 강의 듣는 것도 좀 자제해 줘. 사실 나는 녹음된 음성보다 선생님의 육성을 듣는 게 더 좋아. 거기에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있거든. 디지털음은 아날로그음보다 많은 정보가 생략된 상태야. 당연히 나는 아날로그음을 들을 때 활발하게 움직여. 디지털음을 들으면 난 소극적이 되지. 그러니 인강을 들을 때는 좀더 적극적으로 들어줘야 한다고.
김영훈 원장님의 걱정도 여기에 있어. "디지털음에 익숙해지면 아날로그음을 해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같은 디지털음이라도 시디(CD)음보다 엠피3(MP3)음은 더 간소화한 것이고 뇌에는 더 안 좋은 정보다." 디지털음에 익숙해지면 수업 들을 때 이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말씀이야.
겨울방학, 성적 올리고 싶니? 그럼 제발 모니터를 치워줘!
안지윤 < 아하!한겨레 > 2기 학생수습기자,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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