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바울

바울 서신에 나타난 영성

은바리라이프 2009. 9. 4. 18:20

바울 서신에 나타난 영성
송영목 / 고신대 대학교회 담임, 부경성경연구원장

서언

‘경건’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영성’은 한국에서 종종 지엽적이고 통속적으로 이해되어, 어떤 신비로운 영적 파워(‘영발’)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것은 영성의 통전적인 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 교회와 기도원에서 ‘영발 있다’는 ‘카리스마 있다’라는 말과 통한다.

경건과 관련하여 ‘영성’(spirituality)이란 말은 1960년대 가톨릭의 제 2바티칸 회의 이후에 널리 퍼진 말로서, 서구 사회에서 종래의 가치관이 허물어지고 각종 범죄 현상에 따른 급격한 변혁으로 교회의 사회에 대한 새로운 책임감과 영적 각성을 통감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이 용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 용어에 신비주의적 색체가 다소 강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경건은 그리스도를 출발점으로 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신령한’(pneumatikos)과 ‘경건’(eusebeia) 모두 오순절 사건 이후에 등장하는 단어들이기에, 성령론적과 계시사적 전진을 고려해야 할 용어들이다. 영성은 우리의 모든 삶과 관련되며 삼위일체 하나님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딤전 3장에서 바울은 경건/영성을 그리스도 인격적으로 이해했지만, 3위 일체적으로 이해함이 더 바람직하다.

1. 바울이 말하는 영성

바울에게 있어서 영성은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단순하게 말하면, 영성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향해서 감사함으로 ‘예’라고 진심으로 취하는 태도라 요약할 수 있다 (Yes to God). 이 ‘예’의 가능성은 하나님께서 그 아들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먼저 ‘예’가 되어 주신 은혜에 근거한다(참고. 고후 1:19-20). 성도는 자기 안에 거하시는 그리스도를 닮아간다. 성도가 새로운 피조물이 된 것은 성령으로 행하여 계속 진행된다. 그래서 “성령으로 행해야 한다”라는 중요한 바울의 영성적 표현이 부각된다(롬 8:4; 갈 5:16, 25; 참고. 신 10:12; 13:5; 26:17; 28:9; 막 1:17; 2:14). 위로부터(from above) 성령을 입어서 거듭나고 새롭게 된 성도는, 아래로부터(from below) 자발적으로 순종해야 한다.

따라서 영성은 성화의 삶으로 경험된다.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화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성화의 사역을 하는 성령님께 순종함으로써 영성은 결정된다. 이를 위해서 성령은 은사를 주시고, 우리는 믿음의 반응을 보여야 한다. 영성은 성도의 특권적인 책임(privileged responsibility)이다. 육의 옛 소욕이 남아 있더라도 모든 은혜의 방편을 최대한 활용하여 계속 성화를 이루어 가야 한다. 성화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인데, 이 일에 힘쓴 바울은 담대히 ‘자신을 닮아라’고 여러 수신자들에게 말한다(고전 4:15-16; 11:1; 빌 3:12-17; 살전 1:6; 살후 3:9-12).

바울의 영성에 있어서 성령은 핵심이다. 고난당하고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화롭게 하신 것처럼, 성령께서는 우리의 낮은 몸과 죄성이 가득한 상태를 거룩하고 영화로운 모습으로 바꾸신다.

2. 하나님을 향한 ‘예’(yes)를 계속하여 경험하도록 하며 확증하는 3가지

2.1. 기도

영성의 주요 패러다임(primary paradigm)인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그의 자녀들이 감사함으로 계속해서 ‘예’라고 응답한다. 오랜 기독교 역사는 영성의 중앙에 기도가 자리 잡고 있음을 증거한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바울은 서신의 시작과 끝을 기도로 장식한다. 성령은 기도로 성도를 도우신다(롬 8:31-39).

2.2. 말씀

말씀을 듣는 것은 믿음이 발생하는 통로이며, 하나님의 사랑의 고백과 계획과 고민이 담긴 성경을 깨달아 자신과 교제하도록 하기에 성도의 특권이다. 하나님의 뜻을 알고 교제해야 하나님께 예가 될 수 있다.

2.3. 공동체

성령은 개인에게도 임하지만 공동체적으로 임하고 역사하신다. 만물 위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된 지체를 각자의 섬김으로 강화하는 것이 영성있는 삶이다.

3. 영성의 좌소와 실천 방안

우리의 ‘몸’으로 산제사를 드려야 한다(롬 12:1). 우리의 ‘마음’은 변화되어야 한다(롬 5:19; 12:2). 우리 ‘자아’는 그리스도의 주권에 순종해야 한다(롬 12:3).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 역시 영성의 좌소이다. ‘죄악된 세상 속에서’라도 성령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롬 12:14-21). 정치 영역에서도 영성이 드러나야 한다(롬 13:1). 성도의 모든 삶의 영역에 영성이 나타나야 한다. 인간관계 속에서 사랑이 중요하다. 대화 속에서도 감사가 넘치고 은혜롭고 덕스러워야 한다. 돈을 다룰 때에도 청지기 자세가 필요하다. 성적인 윤리도 고상해야 한다.

성령의 열매(갈 5:22-23)와 은사는 바울에게 있어서 성령으로 행하는 것과 관련된 중요한 표현이다. 감사는 바울의 영성의 심장이라고 할만하다. 실제로 바울의 기도는 감사로 특징지어 진다. 하나님에게 예는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Meye, R.P. 1997. Spirituality. In Hawthorne, G.F., Martin, R.P. & Reid, .G., eds. Dictionary of Paul and his letters. Leicester : IVP. p. 906-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