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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북유럽의 복권 판매소 풍경은 어땠을가 - 고흐(1853-1890)

은바리라이프 2009. 8. 17. 20:02

19세기, 북유럽의 복권 판매소 풍경은 어땠을가 - 고흐(1853-1890)


   여러분은 이미 '대박'난 삶을 살고 계십니까? 아마도 인생의 '대박'을 꿈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꿈을 다지고 희망을 보듬기 위해, 우리는 이따금씩 '복권'이나 '로또' 같은 미래를 사기도 합니다. 독자들 가운데에 혹시 로또를 사보지 않은 분도 계실까요?

   오늘날의 복권 판매소는, 그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도, 아주 먼 옛날에도 지금과 같았을가요? 아니라면, 어떻게 달랐을가요? 그 모습은 어떤 풍경이었을가요? 관련하여 재미있는 그림 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꿈과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뒷 모습

   그렇게 희귀한 작품은 아니어서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란 화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마 한번쯤은 감상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며칠 전 어버이날에도 부모님의 머리맡에 바치고 싶은 꽃그림으로 "붓꽃(Iris)" 관련 그림 3점을 감상했습니다. 오늘도 고흐의 또다른 재미있는 그림 한 점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 고흐그림과 약력, 관련 글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A R C(http://www.artrenewal.org)", "반고흐 미술관(http://www.vangoghmuseum.nl)", "반고흐 영혼의 편지(Dear Theo: The Autobiography of Vincent Van Gogh, 도서출판 예담, 1999)", "빈센트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민길호 지음, 2006, 학고재)",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를 참고하였습니다.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접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이 이야기는 매번 한 소개라 아마도 외워졌을 것 같습니다. 빈센트
고흐지금으로부터 꼭 156년 전인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의 브라반트 지방에 있는 '포르트 춘데르트(Zundert)'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곳은 천주교 신자가 더 많은 보수적인 마을이었지만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훗 날 이 곳에서 화가의 꿈을 키우며 그림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고흐의 아버지, 테오도루스 반 고흐(Theodorus van Gogh, 1882-1885)는 엄격한 개신교(칼빈교) 목사였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받아, 같은 개신교  교회의 목사였습니다. 어머니, 안나 코르넬리아 반 고흐-카르벤투스(Annaornelia van Gogh-Carventus, 1889-1906)는 외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고흐그 아버지
와 어머니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는 자화상(Self Portrait of Dark Felt Hat), Paris, 1886, 2, Oil on canvas, 반고흐 미술관(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the Netherlands ⓒ 2009 Van Gogh     


   그의 나이 11살에, 네덜란드 남부의 노르트브라반트주()에 위치한 도시, 틸뷔르흐(Tilburg)에 있는 중등학교에 입학하여 정규교육을 받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2년 동안, 친구들보다는 책 읽는 것을 더 즐거워하였습니다. 특히 종교와 관련하여 성경과 그리스 신화, 인도나 동양의 종교, 그리고 불교와 환생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중등학교 과정을 마친 16살이 되던 해인 1569년에, 공부를 더 할 수도 있었지만, 고흐는 센트 삼촌이 경영하고 헤이그와 런던, 파리에 지점이 있는 구필 화랑에서 일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결정이, 이후 고흐를 화가의 길로 이끌어 갑니다. 동생 테오도 헤이그 지점의 이 화랑에서 함께 인생을 시작하면서, 화가로서의 고흐의 삶에 큰 밑거름이 됩니다.
 
   그러던 1876년, 고객과의 잦은 다툼과 허락 받지 않은 휴가를 다녀온 후 해고를 당합니다. 마침 영국의 조그만 사립 초등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초청을 받아 그 해 3월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목사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의 소개로 1877년 1월부터 도르드레흐트(Dordrecht)의 책방에서 일하면서 성경 읽고 성직자의 길을 준비하였습니다.

     파리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안정감을 되찾은 고흐

   그러나 얀 삼촌의 도움으로 암스테르담(Amsterdam)에 있는 큰 교회에서 목사 수련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스스로 한계를 느낍니다. 후회와 함께 1년 만에 포기선언을 하고 1878년 12월, 벨기에 북부에 있는 보리나주(Borinage)의 석탄 채굴장에서 빈민굴과도 같은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전도사로서 복음도 전하면서 생계를 이어갑니다. 이때 인생에 있어 고통의 숙명과 영혼의 행복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의 나이 27살이 되던 1880년 가을, 인생의 방황을 끝냅니다.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아 브뤼셀(Brussel)에 하숙집과 그림 학원을 정하고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헤이그(Hague)에서 화가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사촌 매형, 안톤 모우베의 화실을 찾아갑니다. 그에게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나 기술, 솔직한 마음과 자유에 대해 배우며 그의 그림에 영향을 받았고, 동생 테오로부터 경제적, 정신적 도움을 받기 시작합니다.

   오로지 동생의 지원하는 돈으로만 생계를 꾸려가야 했지만, 고흐의 인생에 있어서 이 때는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렸던 그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의 "복권 판매소" 풍경입니다. 이 때 길거리에서 만난 시엔과의 사랑과 병으로 힘들어 했던 고흐1883년 12월, 아버지가 살고 계신 누에넨(Nuenen)의 사택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태어난 준데르트를 연상시키는 오래된 교회 탑과 그 주변 풍경들이 고흐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고흐의 화가 인생을 크게 전, 후반으로 나눌 때, 이 곳의 삶까지가, 화가로서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86년 2월 28일에 시작된 파리에서의 그림 공부와 '인상주의(impressionism)'의 영향으로 고흐의 화풍에도 큰 변화를 겪습니다. 1888년 2월에 아를(Arles)이주하여 열정적인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밝은 화풍과 다채로운 색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도 바뀌었으며,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생동감 넘치는 그만의 인상적이고 독특한 화풍을 창조하였던 것입니다. 그 뒤, 생레미(Saint-Rémy)에 있는 정신병자 수용소에 입원하고 불타는 황금 밀밭에서 그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림에 대한 고흐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위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는 고흐의 자화상"은 파리의 시절에 그린 작품입니다. 정장 차림과 중절모를 쓴 얼굴에는 화가다운 모습이 베어 있습니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희망과 안정감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림의 농도는, 노란색 물감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으로 밝아졌지만, 엷게 칠한 붓질로 아직 네덜란드 전통의 어두운 분위기가 살아 있습니다. 고흐가 그린 많은 초상화들 가운데 가장 안정되고 조용하며 마음의 평화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국립 복권 판매소(The State Lottery Office), September 1882, 수채화(Watercolor), Vincent van Gogh Foundation, 반고흐 미술관(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the Netherlands ⓒ 2009 Van Gogh


    위 그림고흐의 많지 않은 수채화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의 수채화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는 글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그의 일생의 정신적인 동반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글입니다.

   "나는 수채화를 좋아한단다. 그래서 수채화 그리는 것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을 것이야. ‥‥‥ 그러나 어떤 일을 하고 있는 남자나 여자, 그리고 아이를 표현해닐 수 있으려면, 인물의 형상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지. 내가 유달리 인물을 그리는 데 몰두했던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고흐수채화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고 관찰하며 탐구했는지 알 수 있는 글입니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수채화 그림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모우베 매형과 함께 지내던 1882년 초부터 고흐는 연필과 잉크로 밑그림을 그리고 난 뒤, 그 위에 수채 물감을 덧바르는 방법으로 헤이그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인생에 대한 감동과 숙연한 마음이 담긴 그림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고흐 위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정겹습니다. 헤이그에서 지내던 1882년 10월에, 윗 그림과 관련하여 빈센트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글을 읽으면, 어떤 마음으로 위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포착한 인간애와 노동자들을 향한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테오에게

  
스퓌 거리 끝, 스포이스트라트 거리 초입에 있는 모헤이안 국립 복권 판매소를 기억할 것이다. 어느 비오는 날 아침에 그 앞을 지나다가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걸 보았어. 그들 대부분이 나이든 왜소한 부인들이었지.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모두들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발버둥치며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게 확연히 보였어.
물론 '오늘의 복권당첨' 같은 것에 그렇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복권에는 관심없는 너나 나로서는 그저 실소를 금할 수 없겠지.

   복권을 사려고 무리지어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기대에 찬 표정이 나에게는 아주 인상적이어서 그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어. 그러는 동안 그 광경에는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단다. 가난한 사람과 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그렇지 않겠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 같았어.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 눈에는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 보렴.

                                                                                  1882년 10월 1일

   정확하게 126년 전 유럽의 길거리 풍경인데, 사람 사는 모습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유럽이나 대한민국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잔하게 다가오지만, 우리네 삶 그대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흔하거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고흐의 작품이어서 더 반갑고 정겹습니다.

   이 그림은 인물들 전체의 뒷 모습이 주가 되는 구도를 사용하였습니다. 그 뒷 모습 속에 담겨있는 노동자들의 삶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애환까지도 담아내려고 애썼던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화폭에 인물 전체를 원근법적으로나 조형적으로 일관되게 배치함으로써 동일성을 부여하였습니다.

   이는 얼핏 보기에는 쉬운 방법처럼 보이지만, 구성적인 관점에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복사지에 검은 초크와 연필, 잉크를 사용한 수채화를 통하여 빈곤한 노동자들의 삶을 아주 담백하고 담담하게 묘사하였습니다. 구성 뿐만 아니라, 갈색과 푸른 빛으로 조화로운 색채를 사용하여 화폭 전체에 안정감과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로또나 복권 판매소 앞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그림입니다. 또한 뒤돌아 서있는 한 두 사람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을 뒷 모습만 묘사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마치 구매자들과 함께 끼어 서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표정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들의 뒷 모습에 생생한 이야기와 꿈, 희망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잔잔한 감동과 인생에 대한 숙연함으로 저절로 고개 숙이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저도 복권 한 장 사러 나가야겠습니다. 지금!


  ** 관련 글 : 고흐와 풍차, 몽마르트 언덕이 그립다 
                  
탄생 155주년 기념, 빈센트고흐를 추모하며
                   어버이 은혜 감사드리며 - 고흐의 카네이션 그림 3점
                   모네와 고흐의 가을로 들어가는 길
                   어버이 베갯 머리에 고흐의 붓꽃 그림을 바칩니다

출처/초하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