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한국은행 관계자들을 만나자마자 "왜 표준영정과 화폐 속 얼굴이 다르냐"고 따졌습니다. 화폐의 신사임당 얼굴을 다시 그리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 기세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원래 표준영정과 화폐용 영정은 다를 수 있다"고 자료를 보여주며 조목조목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선 1만원권과 5000원권도 표준영정과 화폐용 영정이 다르다며 비교해서 보여줬습니다. 5000원권의 율곡 이이 표준영정은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렸고, 화폐용 영정은 김 화백의 제자인 일랑 이종상 화백이 그렸다고 설명도 했습니다. 신사임당의 표준영정과 화폐 얼굴도 각각 김은호 화백과 이종상 화백이 그린 것입니다.
앞서 3일엔 신사임당의 친가인 평산 신씨들의 종친회 간부 모임이 열렸습니다. 신정수(申正洙) 평산 신씨 대종중 회장은 기자와 만나 "오죽헌에 보관된 표준영정과 화폐 속 모습이 다르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화폐 속 신사임당 모습이 표준영정과 달라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그렇지만 시제품까지 만들었는데 나라에서 이미 결정한 사안을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한국은행에 유감을 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5만원권 화폐용 영정을 그린 일랑 이종상 화백도 이번 논란으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종상 화백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화폐용 영정이 예술적으로 훌륭한 가치를 지녔다는 걸 꼭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이 화백은 "평소 스승(김은호 화백)이 '(신사임당의 표준영정에) 수심이 가득해 보여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며 "그래서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스승의 소원을 풀어 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신사임당의 실제 얼굴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표준영정을 그린 김 화백도 꿈속에서 신사임당의 얼굴을 보고 그렸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화백도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