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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이 말하는 ‘내 영화… 내 아버지’

은바리라이프 2009. 2. 24. 14:33

다큐영화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이 말하는 ‘내 영화… 내 아버지’

[2009.01.02 17:50]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이충렬(42) 감독의 다큐 영화 '워낭소리'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최원균(80) 할아버지와 이삼순(77) 할머니, 그리고 최 할아버지와 30년 넘게 함께 지낸 소 한 마리가 전부다. 다큐멘터리에 흔한 내레이션도 없고 영화의 흐름도 소걸음처럼 느릿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건 최 할아버지에게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2일 서울 인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소와의 관계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워낭소리' 기획은 외환위기가 몰려오던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감독은 그의 표현대로 4대보험도 안 되고, 월급도 적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독립PD였다. "고생하며 대학까지 보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한 죄송함이 있었습니다. 고향, 아버지, 소 등 나를 키우는 데 헌신했던 존재에 대한 헌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국 우시장을 돌고 축협, 농협, 마을 부녀회 등을 수소문하다 2005년 경북 봉화 하눌마을에 사는 최 할아버지를 소개받았다. "한때 큰 마을이었는데 최 할아버지 한 집만 남아있더군요. 두 노인과 늙은 소 한 마리가 있는 걸 보고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어요."

그때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쉽지는 않았다. 최 할아버지는 다리도 아팠고 귀도 잘 안 들렸다. 최 할아버지의 소는 40년을 살았다. 보통 소의 수명이 15년이니 배 이상을 산 셈이다. 할머니보다 소를 더 끔찍히 챙기는 최 할아버지다.

촬영에는 카메라 두 대가 동원됐다. 할아버지와 소, 또는 할머니와 소를 동시에 촬영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이 감독은 '워낭소리'에 예쁜 그림을 담기보다 아버지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 욕심을 냈다. "개인적인 감정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아버지가 저랬을 것이라는 마음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담으려고 했고요." 이듬해 촬영이 끝날 즈음 소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감독은 '워낭소리'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인 메세나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워낭소리'는 기존에 보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저는 다큐멘터리로 계몽하거나 가르칠 생각이 없습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인간 관계를 통해 사람들의 고민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목의 '워낭'은 소나 말의 귀에서 턱 밑으로 매단 방울 또는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뜻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