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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의 재미

은바리라이프 2008. 12. 29. 12:24

    새벽기도의 재미


    내가 새벽기도에 재미(?)를 붙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의무감이 먼저였고 딱히 새벽기도에서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서면 4시 30분, 차를 타고 새벽길을 달려 교회에 도착하면 4시 50분이 조금 넘는다. 사무실에 잠시 앉아 성경책을 읽다가 5시면 어김없이 내 자리에 앉는다. 우리 교회는 새벽 교인이 없다. 몇 가정되지 않는데 그나마 너무 멀리 살고 있어 새벽에 나올만한 이가 없기에 새벽은 오직 나 홀로 기도이다. 아내와 함께 새벽기도를 해왔지만 이도 여의치 못해 홀로 간다. 아내는 내 뒷모습을 보며 운전걱정으로 새벽길을 배웅한다. "머지 않아 같이 갈 수 있을거야!" 나는 빼꼼히 열린 문으로 말꼬리를 집어넣으며 계단을 내려온다.

    기도실의 새벽은 참으로 적막하다. 간간이 옆 본당에서 들려오는 목사님(우리 교회에는 16년간 교회를 세우고 목회하시다가 은퇴하신 명예목사님이 계시다)의 기도소리를 반주 삼아 기도 꾸러미를 풀어놓는다. 교회의 문제며, 교인들과 아이들의 소소한 문제까지 내어놓고 기도하다보면 어느새 5시 30분이다. 찬송가 한 장을 부르고 다시 기도한다. 본가며 처가며 일일이 이름을 대고 기도하며 드는 생각! "참 식구가 많기도 하다!" 멀리 이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려 건너와 이국의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을 사랑하는 몇몇들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의 가정을 위하여 기도한다. 다시 찬송을 부르다 나의 기도는 떠오르는 모든 지우들에게로 나아간다. 개척교회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을 친구, 교회를 짓느라 그나마 남아 있을 머리카락도 다 빠져버렸을 친구, 하나님이 열어주실 새 길을 위해 가슴 조이며 기도하고 있을 친구, 아들을 위해 눈물이 마르지 않을 친구, 수 시간을 달려가고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친구, 산자락에서 내려 부는 바람을 피해 바람보다 빨리 교회로 달려들어갔을 친구, 오랜 부교역자 생활을 정리할 새 임지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 이제는 남들 뭐라 하든 제길 꿋꿋이 가며 성도들의 사랑 한 몸에 받고 제 길을 가는 친구... 기도할 친구가 많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다시 찬송을 부르고 기도한다.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많이 드려졌을 기도,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기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7시 30분, 돌아와 앉은 서재 의자에서 비로소 창문 밖으로 밝아오는 하늘을 본다.

    새벽기도의 재미! 그것 참 이상하게도 하나님은 나의 기도에 조금씩 아주 작게 응답하신다. 허나 나의 문제를 비껴나가 남을 위한 기도만은 얼른 들어주시니 심통이 난다. "내일은 내 기도만 해야지" 하나님은 언제나 그랬다. 나의 기도, 그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게 응답되었고 내가 그것을 알아채는 것은 기차가 떠난 지 한참은 지나서이다.

    한 외국인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데, 이들은 파키스탄에서 온 이들이다. 남편은 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서울신학대학원에 다니며 목사가 되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모 교회의 도움으로 짬짬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데 수입이라야 고작 20-30만원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본국에서 목회하고 있으며 사촌형도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중이다. 파키스탄의 복음화를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하시고 예비하시는 참으로 신실한 일꾼이다. 작년에 아내가 아이를 가져 입국한 후 작은 단칸방에서 살며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를 볼 때마다 천사의 얼굴같이 느껴진다. 만날 때마다 가난한 살림에도 식사대접을 고집한다. 너풀너풀 날아가는 중국 쌀에 파키스탄 고유의 소스를 얹어 우리나라 카레와 같이 비벼먹는다. 로띠라고 하는 밀가루 빵을 손으로 떼어 찍어 먹는다. 이 빵은 아무 간도 없이 그저 밀가루를 반죽해 프라이팬에 익힌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식사법대로 한 손으로도 능숙히 빵을 뗄 수 있고, 짙은 음식의 향이 살갑게 여겨지기도 하니 꽤 오랫동안 만나온 게다. 협박반 애걸반으로 친구 돈을 뜯어내어 돕기도 하고, 이리저리 함께 하다 보니 벌써 1년여가 훌쩍 지났다. 친구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요즘같은 시절에 못할 짓이라 여겨져 새벽마다 하나님께 떼를 쓴다. 때마다 돕는 손길을 붙여달라고....

    새벽기도의 재미!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도움의 손길이 왔다. 아내와 친분이 있는 한 주부가 선뜻 30만원을 내어놓은 것이다. 외국유학생은 학비가 절반이다. 그렇지만 그나마 목돈을 준비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어 그의 학비문제를 놓고 기도하던 중이었다. 아!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 일인가? 그 날 밤으로 달려가 전해주고 오니 새벽 1시다. 새벽기도에 재미가 붙은 나는 또다시 새벽잠을 반납하고 교회로 향한다. "오늘은 내 문제도 좀 해결해 주세요!"

    2005. 2. 2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둥교회 목사 박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