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기다리는 사람들

은바리라이프 2008. 11. 30. 02:06




        기다리는 사람들





순복음부천교회 성극단 엘파소

3번째 공연작품



 

조정현 작

                        matsy@hanmail.net






1막

시므온과 안나

무대 정면 뒤쪽은 성전, 왼쪽은 제사장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집을 배치한다.

성전은 계단을 활용하며, 가능한 한 웅장하게.

무대 오른쪽에 큰 나무 한그루가 있다.

사가랴의 집은 편안한 의자, 탁자와 간단한 가구 정도만 갖춘다.

의자는 안락의자처럼 매우 편안해 보여야 한다.

집의 왼쪽에 부엌이 있다. 부엌을 구성하는 가구나 내용물은 불필요하다.

객석을 향해 2인이 나란히 설 정도의 창이 있으면 된다.

뒷벽쪽엔 난방과 조명을 겸한 벽난로가 있다.

 

#성전

호호백발의 시므온과 안나가 성전 계단에 앉아있다.

평화롭고 한가로운 느낌. 말투와 동작이 느릿하다.

성전 앞 광장엔 비둘기, 양, 소 등을 파는 사람들, 오가는 행인들로 붐빈다.

비둘기상인, 어슬렁어슬렁 객석 쪽으로 다가간다.


비둘기상인: (비둘기 보이며)회개 좀 하시지. 한 마리 사. ..여기는.. 소 한 마리 잡아야겄다.


비둘기상인,  잡담을 늘어놓다 퇴장한다.

시므온이 빈 보따리(or가방)를 들어 살핀다.

 

안나:   어느 날... 깨어보니 말씀이야... 아무 것도 없더라구.

시므온:  응, 아무 것도 없어.

안나:   텅 비어버렸어. 

시므온:  (툭 내던지며)배고파. (배 문지르며)텅 비었어.

        (두리번거리며)우리 가말리엘이 먹을 걸 가져올 때가 됐는데.

안나:   마치 우리 이스라엘의 운명을 보는 듯 했어.

시므온:  운명은 나빠.. 배고픈 건 더 나빠.


이웃여인1,2가 둘 앞에 서서 인사한다.


이웃여인1,2:안녕하세요, 어르신들.

시므온:  너희들도 나빠. 왜 햇빛 가려?

이웃여인1,2: 에구 죄송해요.. (얼른 비키는)

안나:   ...남편도 죽고

시므온:  마누라도 죽고...

안나:   세상은 어지럽고

시므온:  배고프니까 어지럽지....어지러워.(안나의 어깨에 기대는)


이웃여인1,2와 엘리사벳, 사가랴가 스쳐지나며 인사 나눈다.

안나 시므온 앞으로 나서는 사가랴와 엘리사벳.


엘리사벳/ 사가랴: 안녕하세요, 안나님, 시므온님.


냉큼 고개 드는 시므온.


안나: 오 그래. 안녕들 하신가.

엘리사벳:(보따리 내밀며)이것 좀 들어 보세요.

안나:   말씀은 고맙네만 난 금식 중일세.

엘리사벳: 안나님 금식이야 예루살렘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따가 금식 시간 끝나고 드세요.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잘 드셔야 해요.

사가랴:  그래야 메시아를 보실 때까지 오래오래 사시죠(안겨주려).

안나:   (사양하는)아냐 아냐.

시므온:  (낚아채며)할 수 없지. 그렇게들 사정을 하니. (꺼내 먹는다)

엘리사벳: 맛이 어떠세요?

시므온:  어떻긴 뭐가 어때. 성의가 괘씸해서 그냥 먹어 주는 거야.

엘리사벳/사가랴: 예에 고맙습니다.(인사하고 간다)

안나:   이보게, 엘리사벳.

엘리사벳: (돌아보며)예?

안나:   포기하지 말게.

엘리사벳: 예?

시므온:  포기하면 국물도 없어.

안나:   하나님의 때가 머지 않았네.

엘리사벳: 고맙습니다.(인사하고 간다)

시므온:  ♪♪지치지 않으면 거두리. 때가 이르면 거두리. 믿으면 거두리♪♪.

안나:   ...꿈을 꾸었어.

시므온:  (먹으며)돈이나 좀 꿔 줘. 배고파 죽을 것 같아.

안나:   (보며)지금 드시는 건 뭔가?

시므온:  (손에 든 빵 보고)이거? ..빵이네. 이게 왜 여기 있지?

        (한입 뜯으며)그래도 배고파. 내 허기는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을 모양이야.

안나:   나처럼 금식을 하시던가.

시므온:  안 먹는다고 해결되지도 않지. (먹으며)꿈 얘기나 해봐.

안나:   성전을 봤는데 말씀이야. 성전이 빛을 가득가득 머금고 있더라고.

        빛이 아주 많고 풍성했어.

시므온:  많이 먹어도 배고파. (혼잣말. 빵 먹을 듯)계속 먹어, (떼며)그만 먹어?

        더 살아, 그만 살아?

안나:   그런데 놀라운 건 말씀이야.

시므온:  놀래키지 마. 나 심장 약해.

안나:   정말 놀라웠어.

시므온:  (인상 쓰며)에이 참.

안나:   자세히 보니까.. 빛들이 하늘에서 오는 게 아니더라구.

        그 빛들은 바로 성전 아래 모퉁이 작은 돌에서 나오고 있더라 이거야.

시므온:  (벌떡 일어나며)그리스도오오!

안나: (놀라 일어나며)왜 그래, 동생? 괜찮아? 시므온, 괜찮아?

시므온: (쥐어짜듯)그리스...도...를 보기... 전엔

        (아무렇지 않게 앉아 빵 뜯으며)죽어도 못 죽어.

안나:   (따라 앉으며)또 속았군. 맞아요, 맞아. 우리 시므온님,

        메시아를 보기 전엔 절대로 못 죽지. 그걸 알면서 왜 매번 속는지, 나도 참...

시므온:  (빵 뜯으며)빛이 어쨌다고?

안나:   그 빛이 성전을 가득가득 채우더니..

시므온:  채우더니?  / 안나:      어느 순간,

시므온: 어느 순간?  /안나:      펑! 하고 터져버렸어.

시므온: 아이 깜짝이야.

안나: 아이구, 미안미안. 하여간 그 빛들이 사방팔방으로 펑펑 터지면서 퍼져나가는데,

아주 볼만했어. 그 빛들 덕분에 세상이 온통 눈부시게 환해졌어.

시므온: .. 역시 오시는군! 내 그럴 줄 알았어! 오실 줄 알았다니까!

안나:   그런데 이상해. 그 빛을 본 후론 시간이 멋대로 흘러.

시므온:  (옆에 앉으며)하나님 가까이 갈수록 시간과 공간은 의미를 잃지. 시간과 공간 뿐인가. 세상 만물이 모두 (다소곳)얌전히 대기하고 있다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있으라면 있지. 모든 것들은 다 말씀을 기다리지.

안나:   그 덕분에 우리 조상들이 광야에서 만나도 먹고

시므온:  메추라기도 배불리 먹었지.

안나:   그 덕분에 엘리사벳이 잉태를 하고

시므온: 그 덕분에 우린 죽지도 않지.

안나: 내가 몇 살이나 됐을까?

시므온: 나이 따윈 상관이 없다니까! 갓난애도 부르면 가야 하는 판인데..

(살펴보며)제법 반반한 걸? 열다섯?

안나: (미소)거짓말

시므온: (갸웃. 혼잣말)백 다섯인가..? 난 어때?

안나: 스물 다섯?

시므온: 어어 이거 왜 이래?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와야지.

안나: 열 여섯?

시므온: 흐흥. 누구 사귀는 사람 있어?

안나: 난 지금 누굴 기다리고 있다오.

시므온: 알아 알아, 그냥 물어 본거야. 나도 기다리는 사람 있어.

안나: (끄덕끄덕)........

시므온: (먹는)...... ....(두리번)언제... 오실려나?

안나: 오실 때가 다 됐을걸.

시므온: ...응 알아, 나도 알아. 조금 있으면 오실걸.   (막) 

                               2막

                        엘리사벳과 사가랴



#성전

사가랴, 그릇에 담은 향가루를 금빛 화로에 뿌린다.

향가루가 불타며 향연이 가득 피어오른다.


사가랴: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 이스라엘을 낳으시고 먹이시고 길러주신

아도나이여. 온 우주의 주재시여.

주를 찬양하나이다. 주를 송축하나이다. 주여 오직 홀로 영광 받으소서.

주여, 이스라엘의 죄악이 시온산을 덮고도 남음이 있사오나

우리의 기도와 간구를 들으사 부디 이스라엘을 구원하소서.

에굽과 바벨론에서 우리를 건지셨듯 작금의 질곡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주여, 아도나이여.

(주변을 살피며)음 음...

에이 이거야 원. 하나님의 전에서 직접 아뢸려니 두렵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이거 어쩐다. 그냥 내려갔다가는 엘리사벳이 무척 실망할텐데. 이거 어쩐다...


무대 앞쪽에 서있던 엘리사벳에게 조명..
엘리사벳은 객석 향해 대사.


엘리사벳: 제사장님, 이런 기회가 어디 자주 온답니까?

차고 넘치는 무수한 제사장들 틈바구니에서 당신의 반차가 어느 세월에 다시 돌아오겠습니까?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예요. 제발 간구해 주세요.

사가랴: 알아요, 알아. 당신이 얼마나 아가를 원하는지.

나 역시 마찬가지라오. 아마 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사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요. 후사가 없는 제사장이라니. 이거 참...

내가 죽어 열조를 어찌 뵐지..


‘아’ 탄식하는 엘리사벳.


사가랴: 아니 아니, 부인. 그런 뜻이 아니에요. 당신을 비난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부인, 성전은 하나님이 임하시는 지극히 성스러운 곳.

하나님 전에서 불경을 저질렀다간 무슨 벌을 받을지 몰라요.

성전에서 사적인 소원을 말했다간 단박에 죽어 나자빠질 수도 있어요.

(비장하게)이건 아가와 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일일지도 몰라요.

내 말 이해하시죠?

엘리사벳: 그런가요? 역시 어려운가요?

사가랴: (고뇌하는)오, 엘리사벳! 아가요, 나요? 

엘리사벳: (고개 저으며)몰라요, 몰라.(퇴장)   

사가랴: (손 뻗으며)부인! (무릎 꿇으며)으흐흐흑. (고개 숙이고 울면서)모르긴 왜 몰라요. 둘 다라고 하면 어디가 덧납답니까? 으흐흐흑... (고개 번쩍 들며. 비장하게)에이, 죽으면

죽으리라. 엘리사벳, 오 영원한 내 갈비뼈여. 부디 행복하시오.

(향로 쪽으로)주여! ...우리 부부가 오랫동안 아가가 없었습니다.

비록 아내의 연수 높사오나 주께서 보아 주시면 그게 무슨 대수이리까.

제발 저희에게 아가를 주옵소서... 만약에 아가를 주신다면,

평생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는 나실인으로 키울 것을 맹세하나이다.

오직 주의 일만을 하며 살게 하겠나이다.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아가를 주셨듯 저희에게도 아가를 주옵소서.


펑, 연기와 함께 사가랴 앞에 선 천사 가브리엘.

사가랴,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가브리엘을 발견한다.

의아해하며 바라보는 사가랴.


사가랴: (갸웃)뉘신지..?


미소 지으며 사가랴를 보는 가브리엘.


사가랴: (두려운 듯. 뒤돌아보며)아무도 없..나? (보며)거참 여자 같기도 하고 남자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활짝 펴지는 가브리엘의 날개.

어이쿠, 놀라며 납작 엎드리는 사가랴.


사가랴: (엎드린 채)천사님! 이 어인 행차신지..

가브리엘: 가브리엘.

사가랴: 예...?

가브리엘: 내 이름이오.

사가랴: 오, 가브리엘 대천사님.

가브리엘: 두려워 마세요. 그대들의 간구가 하늘에 상달됐답니다.

이제 그대 부부에게 아가가 있을 것이오.

사가랴: 오오. 하지만 어떻게..?

가브리엘: 어떻게..라니요?

사가랴: 제가 이미 늙고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 이 일이 어찌 가능할런지..

가브리엘: 허허, 그대 부부의 기도가 그것 아니었소? 그대의 아내 엘리사벳이 아가를 갖게 해달라고 말이요.

사가랴: 예. 그랬습죠.

가브리엘: 그럼 됐소. 엘리사벳이 그대에게 아들을 낳아주리니 이름을 요한이라 하시오.

사가랴: 요한... 오 여호와가 사랑하는 자라.. 참으로 좋은 이름입니다. 하지만,

가브리엘: 허허, 그놈의 하지만.

사가랴: 송구합니다. 저희 부부가 워낙에 연수가 많아서 그동안 간구는 했으나

이처럼 일이 이루어지리라고는 미처,

가브리엘: 미처 몰랐다?

사가랴: 예.

가브리엘: 제사장, 조금 실망이에요. 하늘에 상달된 기도는 때가 차면 이루어지는 법.

하나님의 때는 한치의 착오가 없지요. 보아하니 아내의 노산을 걱정하시나 본데,

사랑은 넘치나 믿음은 부족하시군요.

사가랴: 에구 송구합니다.

가브리엘: 부족한 믿음을 채우시라고 약간의 벌을 드리지요.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 벙어리가 되세요. 원래 침묵과 과묵을 즐기시니 그리 큰 벌은 아니겠지요.

사가랴: 예 예 그럼요. 무슨 벌이건 달게,

가브리엘: 시작됐답니다.

사가랴: 에? 어어어.

가브리엘: 벌.(입 가리는) 

사가랴: (입 만지며)어어어.


펑, 연기나며 사라지는 가브리엘.

멍하니 있다가 입 만지며 계단 내려오다 멈춰서는 사가랴.


사가랴F: 이거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아무래도 기뻐해야겠지?

확실히 아가가 태어나면 다시 말할 수 있겠지? (입을 치며)에구구 아서라. 또 의심했다가 무슨 벌을 더할려고...

(막)








3막

엘리사벳과 마리아




(OFF)엘리사벳: 우박이 애굽 온 땅에서 사람과 짐승을 막론하고 밭에 있는 모든 것을 쳤으며 우박이 또 밭의 모든 채소를 치고 들의 모든 나무를 꺾었으되 

이스라엘 자손들이 있는 그 곳 고센 땅에는 우박이 없었더라 


(幕)

#사가랴의 집

(임신 5개월 된) 엘리사벳이 의자에 앉아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탁자 위의 두루마리를 읽고 있다. 다비다가 조용히, 느리게 청소를 하고 있다. 엘리사벳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움직인다.


엘리사벳: 바로가 사람을 보내어 모세와 아론을 불러 그들에게 이르되

이번은 내가 범죄하였노라 여호와는 의로우시고 나와 나의 백성은 악하도다 

여호와께 구하여 이 우렛소리와 우박을 그만 그치게 하라 내가 너희를 보내리니

너희가 다시는 머물지 아니하리라 


(미소) 아가야, 내 복중의 아가, 이쁜 아가야. 어떠니, 재미있니? ...

마침내 우리 이스라엘 하나님이 모세 할아버지와 아론 할아버지를 시켜 애굽의 바로를 굴복시켰구나. 모세와 아론 할아버지는 얼마나 좋았을까.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그 말씀을 앞세워 대적들을 굴복시켰으니. 얼마나 신났을까,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이 길을 안내했으니. 큰 바다가 동풍에 밀려 길을 낸 건 또 어떻구. 아, 얼마나 멋졌을까. 아 참, 아론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의 조상 할아버지니까 우리 아가의 할아버지이기도 해. 그러니 우리 아가도 아론 할아버지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야겠지? 우리 아가도 아빠처럼 주의 충실한 종이 되렴. (미소. 고개 저으며)절대 의심은 안돼. 바보같이 하나님의 뜻을 의심해 버렸어. 


..아가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구나. 내가 너를 만나게 될 줄이야. 참말 꿈 같구나.

이 엄마는 ... (감격해 눈물 훔치며) .. 그래 엄마. 이 엄마는 엄마라는 말이 너무 듣고 싶었단다. ‘엄마 엄마’ 우는 아가를 보면 깜짝깜짝 놀랐어. 멀리서 ‘엄마 엄마’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 무너졌어. 아가 우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내 아가가 아닐까, 착각해 달려가곤 했다니까.


(미소)그래, 그런 내 모습을 다들 흉봤지. (흉내내듯)‘이젠 틀렸으니 그만 포기하슈. 나이를 생각하셔야지. 주책이야 주책’.. 그때마다 난 마음 속으로 외쳤지. ‘어머 너무 그러지 말아요. 내 나이가 어때서 그래요. 사라를 봐요, 사라를 보라구요. 열국의 어미 사라는 경수 끊긴 호호백발 아흔에 이삭을 낳았다구요. 하나님은 신실하시니 나이 따위가 무슨 대수겠어요’ 그래서 날마다 날마다 기도했지. 헤롯같은 사람도 자식을 15명이나 주시면서 왜 우리에겐 한 명도 주시지 않나요? 원망도 했지. ‘하나님 아가를 주세요, 하나님 제발 저에게도 아가를 주세요’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자녀를 주신다고 하셨는데 이 어쩐 일입니까’ ‘저희 부부가 주의 계명과 규례를 행하는데 무슨 흠이 있었나요’ 날마다 기도하고 밤마다 떼를 썼지.


아, 하나님은 어찌나 오묘하신지, 남은 날보다 지난 날이 한참 더 많은 이 늙은이의 간구를 마침내 들어 주셨지. 들어주셨다 뿐이니? 우리 아가 이름도 주셨는걸. ..요한. 하나님이 오죽이나 사랑하셨으면 ‘여호와가 사랑하는 자’ 요한이라 하셨을까. 이 엄마가 더욱 기쁜 건... 요한이 영락없는 사내 아이 이름이라는 거지. 엄마는 감사하고 감사해서 자다가도 웃고, 기쁘고 기뻐서 꿈에서도 몸서리친단다.


마리아가 조심스럽게 등장한다.

거리를 두리번거리다 마침 지나가는 이웃 여인1,2에게 인사하고 길을 묻는 마리아.

마리아의 행색을 살피며 엘리사벳의 집을 가리키는 이웃 여인1.

쌀쌀맞지 않고 정감있는 분위기로. 

인사하고 가는 마리아.


이웃 여인1: (뒤에다)그런데.. 가봐야 소용 없다우.

마리아: (돌아보며)예?

이웃여인1: 일이 있어 멀리 친정집인가, 친척집인가로 갔다우.

이웃여인2: 벌써 여러 달 됐지? 가봐야 제사장님과 여종만 있을걸.

이웃여인1: (혼잣말)어머 어머 그러고 보니 참 요상허네. 내가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을까? 

이웃여인2: 뭐가?

마리아: 예?

이웃 여인1: (손 저으며)아냐 아냐.

마리아: ....예(꾸벅. 간다)


마리아를 바라보는 둘.


이웃여인2: 뭐가 요상하단 말여?

이웃 여인1: (계속 마리아 보며. 혼잣말) 엘리사벳님이 몸이 아프신가..

이웃여인2: (소매 잡아끌며) 아 뭐가 요상하다는겨?

이웃여인1: 설마 돌아가신 건 아니겠지...

이웃여인2: (버럭)야 이눔의 여편네야! 사람 속 터져 죽는 꼴 볼려고 이래!

이웃여인1: 아이 깜짝이야. (짜증내며)아 왜 왜, 왜 그르는데!

이웃여인2: 아까 뭐가 요상하다며? 뭐가 요상한건데?

이웃여인1: 아, 그거? 그게 궁금해?

이웃여인2: (끄덕끄덕)응 응.

이웃여인1: (손가락으로 부르며) 일루 와 봐. 지금부터 아이큐 80에 도전할 거야. 

문제, 엘리사벳님이 멀리 가셨다면 지금 집엔 누구누구? 

이웃여인2: 사가랴 제사장님, 그리고 다비다..

이웃여인1: 뭐 느낀 점 없어? ...없구나. 남자 여자 둘만 있다니까.

이웃여인2: 어머! 듣고 보니 그렇네.

이웃여인1: (가며)듣기 전엔 도통 모를걸?

이웃여인2: 아이 참. (따라가며)같이 가.

(붙잡으며)그나저나 누굴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인데..

이웃여인1: 먹고 살기 힘들어 타지에서 온 친족이겠지.

이웃여인2: 행색은 그리 나빠 보이지도 않던데.. 누굴까? 누굴까?.. 

        (머리 두드리며)에휴 난 왜 이리 궁금한 게 많은지 몰라.

이웃여인1: 그래서 계명에도 있잖어. 네 이웃의 속사정을 너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말라, 다친다.

이웃여인2: 그런 계명이 있었어?

이웃여인1: 없어도 알아 둬.

이웃여인2: (갸웃)...?

이웃여인1: 아니지. 뭘 알아야 돕든지 말든지 하지. 이웃의 사정을 알아야 이웃을 사랑해 주지. 안 그래?

이웃여인2: 내 말이.

이웃여인1:에고 아서라. 우리 코가 석잔데 누가 누굴 돕겠다고 이러실까.

이웃여인2: 에이, 왜 이랬다 저랬다야?

이웃여인1: 그나저나 하나님은 뭐하시나 몰라. 이놈의 세상, 이대로 내버려 두실 작정인가?

이웃여인2: 내 말이.

이웃여인1: 곱슬머리 로마놈들 설쳐대지.

이웃여인2: 갖잖은 에돔 족속 헤롯왕까지 설쳐대지,

이웃여인1: 온갖 이방놈들이 판쳐도 아무런 말씀도 않으셔.

이웃여인2: 아 내 말이.

이웃여인1: 에휴, 갑갑하다, 갑갑해. (간다)

이웃여인2: (따르며)응 응. 내 말이 그말이야.

다비다, 부엌에서 차 한 잔을 가져와 탁자 위에 놓는다.

한 모금 마시는 엘리사벳.

 

엘리사벳: 호호 우리 아가를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까? 생각만 해도 즐거워. ...아직 이웃들에게 말하지 못했어. 이웃들은 아직 내게 아가가 온 것도 몰라. 미안해 아가야. 부끄러워서 그래.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가가 내게 오니까 나이를 부끄러워 했어. 용서해줘 아가. 네가 부끄러운건 절대 아니야... 내 나이쯤 되면 부끄러움 따위, 수줍음 따위는 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똑똑, 마리아가 문을 두드린다.

동시에 문을 바라보는 엘리사벳과 다비다. ‘어쩌죠?’ 눈으로 묻는 다비다.

똑똑똑-

엘리사벳이 담요를 눈밑까지 뒤집어쓰며 나가보라는 손짓.

다비다가 문으로 다가가 열기 전에 엘리사벳 쪽을 돌아본다.

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사벳. 문을 여는 다비다.


마리아: 실례합니다.

다비다: ....

마리아: 여기가 사가랴 제사장님 댁...

다비다: ...(끄덕끄덕)

마리아: 휴 이제 찾았네. 엘리사벳 아줌마는 지금... (안쪽 보려하며)안계시죠? 어디 멀리 가셨다던데..


엘리사벳, 옆으로 고개 기울여보다가 마리아와 눈이 마주친다.

얼른 담요 뒤집어쓰는 엘리사벳.


엘리사벳: ....(담요 확 내리며)어머! 


돌아보는 다비다, 상황파악한 듯 마리아를 들어오게 하고 문 닫는다.

지켜보다 갸웃거리며 돌아서는 이웃 여인.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엘리사벳: ....마리아? 너 마리아 맞지?

마리아: 네 맞아요. 저 마리아에요.

엘리사벳: 그래 그래. (안으며)오 마리아. 세상에, 이게 얼마만이니?

마리아: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엘리사벳: (배 만지며)어머나..

마리아: 어머, 왜 그러세요?

엘리사벳: ..어머.. 아가가 왜 이러지? 아가가 마구 날뛰는 것 같아.

(아기와 대화하듯)아가, 제발 진정해. 요한, 제발.. 뭐?.. 응.. 응.. 어머나! 

(마리아에게)오 마리아. 마리아.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네 태중의 아가도 복이 있도다.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된 일인가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가가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복이 있도다!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여자여!

네가 복이 있도다. 

마리아: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합니다.

이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신 주를 찬양합니다.

보세요. 이제 앞으로는 나를 만세도록 복이 있다 할 겁니다.

능하신 이가 큰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참으로 거룩하십니다.


엘리사벳: 오 이럴수가.(무릎 꿇으려)

얼른 붙잡는 마리아. 손잡고 마주보는 둘. 

그때 벌컥 문 열고 들어오는 사가랴.

그를 돌아보는 세 사람. 급하게 그들을 지나쳐가는 사가랴.


엘리사벳: 다녀오셨습니까?


건성으로-손짓으로- 인사하며 안쪽으로 들어가는 사가랴. (사가랴가 내는 다양한 소리에

따라 엘리사벳은 민망해하고 마리아는 수줍게, 재미있어 한다.)

우당탕쿵, 요란한 문 소리. 잠시 후, 참았던 방귀소리. ‘끙’ 힘주는 소리.

수세식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조용히 문 여닫는 소리. 가벼운 휘파람 소리. 콧노래.

물컵에 물 따르는 소리.

컵 들고 편안한 얼굴로 나타나는 사가랴.


엘리사벳: (진정하며)제사장님, 마리아 아시죠?


인사하는 마리아.


사가랴: (벽 같은 곳 기대서서 컵 들며)치어스.

F어린요한 목소리: 경배하라.

엘리사벳: (배 잡으며)어머나.

사가랴: (컵 들며)건배. 건배하라.

엘리사벳: (다가와서)제사장님,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세요?

사가랴: 예, 무슨 생각? 아차, 제가 지금 벙어리죠?

엘리사벳: (끄덕끄덕)네.

사가랴: 어어어.

F어린요한 목소리: 경배하라.

엘리사벳: 제사장님!.. (배 보는)

사가랴: ..!

F어린요한 목소리: 경배하라.


무릎 꿇는 사가랴와 엘리사벳.

무릎 꿇는 다비다.

(막)


막이 닫히고 어둠. 그 속에서 길게 울려 퍼지는 어린 요한의 ‘경배하라!’ 외침. 




4막

요한과 예수      

                        



4-1막


#사가랴의 집

요한의 할례를 하는 날. 친척들 4명과 이웃여인1,2가 이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엘리사벳은 의자에 침대처럼 편하게 누워있고, 아기 요한은 탁자 위 바구니에 담겨 있다. 사가랴는 그 옆에 서있다. 집이 좁으면 문을 열어놓고 이웃여인1,2는 집밖에 서있을 것.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 남자들은 사가랴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여자들은 아기바구니 속 요한을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한다.


친척여자1: 어머, 아가가 아주 건강하네요.

친척여자2: 그러게요. 산모 나이가 있어 걱정했는데.

친척여자1: 참 다행이에요.

엘리사벳: (힘들게)하나님이...

친척여자들: 맞아요./ 그럼요, 그럼요. /하나님이 돌보셨죠.

친척여자2: (친척여자1에게만)역시 나이는 속이기 어려운가봐. 회복이 좀 더디네.

친척여자1: 8일 됐지.

친척여지2: (끄덕끄덕)응.

친척남자: 잘 생겼다. (친척노인에게)아가가 참 잘 생겼죠? 

친척노인: 그런 거 같구만.

친척남자: 참, 할례를 하기 전에 이름을 지어야 할텐데...


친척남자가 탁자 위 두루마리를 집어서 살펴본다.


친척 노인: (사가랴에게)자네, 뭐 생각해둔 이름이라도 있나?

사가랴: 요요.

친척노인: 뭐라구?

사가랴: 요요요.

친척노인: 왜 이래, 이 사람. (귀 만지며)내 귀가 어두워졌나?


친척남자, 얼른 친척노인에게 다가가 귀에 속삭인다.


친척노인: ... 뭐라구?...응...응...성전에서... 뭐!.. 저런! ...


친척남자의 속삭임이 끝나면 친척노인이 사가랴를 화난 표정으로 바라본다. 


친척 노인: 이 사람 이거 아주 몹쓸 사람이구만.

사가랴: 에에...? (친척남자 보는)

친척남자: 성전에서 벙어리가 됐다면서요. 뭔가 큰 잘못을 했으니까 그런 일이 생겼겠죠.

친척 노인: (사가랴를 붙잡고 타이르듯)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네는 그러면 안 되지. 희생양은 바쳤는가? 아니지, 양이 아니라 소를 바쳐야지. (친척남자에게)한 열 마리는 바쳐야겠지?

친척남자: 그렇게라도 해야죠.


사가랴, 황당하다는 표정. 사람들 수군거리다 차례대로 귀엣말로 말 옮긴다.

말이 옮겨갈수록 점점 오해가 커진다. 그럴 때마다 사가랴는 황당해하며 가슴을 친다.

친척남자에게 손짓 몸짓으로 항의하고, 사람들을 붙잡고 아니라고 손짓하는 사가랴.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밀치며 제멋대로 떠들어댄다.

엘리사벳은 ‘아니에요’ 하며 겨우 손사래를 치지만, 기운이 없어 곧 드러눕는다.


친척여인2: 제사장님이 뭘 잘못하셨나요?

친척여인1: (귓속말로)제사장님이 성전에서 벙어리가 됐대요. 

친척여인2: 예? (이웃여인1에게 귓속말하는)제사장님이 성전에서 나쁜 짓 하다가 걸려서 벙어리가 됐대요.

이웃여인1: 예? 천벌을 받았다구요? 어머머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이웃여인2에게 귓속말하는)

이웃여인2: 어머머, 그럼 니 짐작이 맞았네. 하여간 족집게가 따로 없다니까.

이웃여인1: 글쎄 그때 그 쪼끄만 계집애도 임신했다는 거 아냐. 이름이 마리아라던가.

이웃여인2: 어머 응큼해.

이웃여인1: 천벌을 받아서 평생 벙어리 신세래.

이웃여인2: 역시 하나님은 공의로우셔. (사가랴 보며)그래도 쬐끔 안됐다.

이웃여인1: (사가랴 보며)참 능력도 좋아. 어린 아이, 늙은 여자 가리지도 않고 

이웃여인2: 돌로 쳐야 하는 거 아냐?

친척 노인: 내 자네를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어찌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이 그 같은 짓을!


저마다 손가락질하며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사람들.

시끄러운 가운데 사가랴가 벽에 머리 박으며 괴로워한다.


엘리사벳: (힘겹게. 손 뻗으며)제사장님!


놀라는 사람들. 뛰어가 말리는 친척남자. 

사가랴를 달래서 데려오는 친척남자.


친척남자: 여러분! 잠깐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제사장님은 그렇다 치고 아가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일동: (고개 끄덕이며)맞아요./맞아./그건 그래.

친척남자: 우리가 오늘 아가 할례도 하고 이름도 지어주려고 이렇게 모인 거 아닙니까.

(맞아요) 그러니까 우선 이름부터 지어 주자구요. 제사장님이야 (가리키며)이미 저 모양 저 꼴로 하나님께 정죄를 받았으니 우리가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뒷목 잡고 거의 쓰러지는 사가랴.


친척 노인: 그래 그래. 용서해야지. (엘리사벳에게)아버지 이름을 따라 사가랴가 어때? 어떤가?

엘리사벳: (고개 젓는)..

친척노인: 왜? 마음에 안 들어? (사가랴 보다가)하긴...쯧쯧쯧.

엘리사벳: (힘들게)정해둔 이름이... 있어요.

친척 노인: 그게 뭔가?

엘리사벳: 요한.. 요한이요.

친척 남자: 요한? (두루마리 보며)어디 보자... 요한이라, 요한. 그런 이름 못 본 것 같은데.. 역시 없네. 우리 친족 중엔 그런 이름이 없어요.

친척노인: 없어? 에이 아깝구만. 요한, 여호와가 사랑하는 자라. 거 이름이 좋긴 한데. 우리 가문 이름 중에서 고르는 게 원칙이지.

친척남자: (사가랴와 엘리사벳에게)내가 이름을 불러 볼게요. 맘에 들면 말씀하세요.

(두루마리 보며)어디 보자.... 그렇지! 아비야, 아비야 어때요?


손 젓는 사가랴와 엘리사벳.

친척남자, 사가랴의 눈치를 잠깐씩 살피며 계속 이름을 읊는다.


친척남자: 싫어요? 그렇다면 ..어디 보자..

야 이거 크게 될 이름이네. 오바마, 오바마 어때요. ... 싫어요?

그러시다면 보자 보자.. 엄청 큰 부자 될 이름.. 빌게이츠! 빌게이츠 어때요? 싫어요?..

보자.. 열두 지파 연합회 회장님, 반기문 어때요? 이것도 싫어요?

오, 이 이름 괜찮네. 하나님의 회당을 500개 지을 이름. 군규 차..

이웃여인들: 오 그거 괜찮네. 군규 차, 군규 차!

친척남자: 싫어요? 그러시다면.. 일당백, 싸움 잘하는 이름, 이순신, 강감찬, 효도르..

싫어요? 강호동, 유재석, 김구라.. 

히딩크, 히틀러, 스탈린..

사가랴: (팔 휘두르며)어어어!

친척들: 어어/ 왜 이래/ 뭐라는 거야?


사가랴, 뒤쪽으로 돌아서 구석을 뒤지더니 석판과 필기구를 꺼낸다.

제자리로 돌아와 친척들 앞에서 이름을 쓰는 사가랴.


친척들: 뭐야 뭐야?/ 뭘 쓰는 거야? /요오 하안/ 요한이네./ 요한?

사가랴: 예! 요한!!  

친척들: 어이쿠 /말 하네/ 평생 가는 천벌이 아니었나?/ 뭐야, 죄 지은 거 아니었나?

/자네 말할 줄 아는군./

사가랴: 요한!! 요한으로 할거야!! (친척남자에게)이 아이 이름은 요한!!!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 요한-!!!


(막)암전


OFF친척남자: (아부하듯)예, 아가 이름이 요한이랍니다. 다들 잘 들으셨죠?

OFF일동: (낮게)예!

OFF친척남자: 자, 이름은 지었으니 다음은 할례를 하겠습니다.

OFF일동: 예!

 

잠시 후, ‘응애 응애’ 우는 아가 소리.


























4-2막


#성전

성전 계단에 시므온과 안나가 앉아있다.


시므온: (갸웃거리며)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안나: 아까부터 뭐가 그리 이상하다는 거야?

시므온: 간밤에 꿈을 꿨는데... 이상해.

안나: 무슨 꿈?

시므온: 꿈에 성전을 봤어.

안나: 오 그래? 좋은 꿈이네.

시므온: 좋은 꿈? 성전이 다 무너져 버렸는데..

안나: (끄덕이며)호오, 저런.

시므온: 젠장. 크고 화려한 금빛 성전을 보고 기분이 좋았는데, (가리키며)이 성전이 갑자기 우당탕탕 시꺼먼 먼지를 뿜어대며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어.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귀 비비며)아직도 귀가 멍멍해.

안나: (끄덕이며)허허, 저런 저런. 이를 어쩌나. 기분이 안좋았겠구먼.

시므온: 아니. 속이 시원~했어.

안나: 허 못된 영감. 심술맞기는... 하나님의 성전이 무너졌는데 어째서 속이 시원해?

시므온: 모르시는 말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셔야지.

안나: 그런가? 그럼 어서 뒷이야길 해봐.

시므온: 궁금해?

안나: (어이없다는 듯)허. 그래 그래.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요. 어서 말해봐. 아 참, 오늘은 배 안고파? 배고프다는 말도 없고 빵도 안드시네.

시므온: 흐흐흐 나 이제 배 안고파요. 이제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요.

안나: 어머나, 어째서지?

시므온: 꿈 이야길 계속해 드리지. 전 같으면 이 대목에서 뭔가 먹을 걸 받아냈을 텐데 이젠 배고프지 않으니 그냥 말해줄게.

안나: 호오 그거 참 고맙구만.

시므온: 성전이 우당탕 쿵쾅 요란하게 무너지는데, 와 이건 아주 밤새 무너지더라고. 어찌나 시끄럽던지. (귀 비비며)아유 아직도 먹먹해. 그런데 새벽녘에 무너지는 소리가 그치니까,

안나: 그치니까?

시므온: 졸...졸....

안나: 그게 뭐야?

시므온: 졸졸졸

안나: 물소리?

시므온: (끄덕끄덕)응. 졸 졸 졸 졸졸졸졸 물소리가 들려. 폐허 밑바닥에서 샘물이 솟아나더라구.

안나: 그 다음엔?

시므온: 그 다음? 샘물이 강물 되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지..

안나: ....그게 끝이야?

시므온: 응. 끝.

안나: (갸웃)....그래? 그런데 허기는 어떻게 없어졌지?

시므온: 아 참. 그 얘길 안했군. 졸졸졸 흐르던 샘물이 점점 강물이 되더니 콸콸콸 흘러나가는데 그 물이 아주 맛있어 보이더라구. 달콤해 보이기도 하고.

안나: 오호, 그래서?

시므온: 그래서 강물로 뛰어들었어. 풍~덩. 그리고는 강물을 막 마셔댔지. 그랬더니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 목마르지도 않아.

안나: 호오 그거 참 신통하네. 목마르지 않고 허기지지 않는 물이라. 신통하네 신통해.

시므온:.....(뻐기는 듯 미소)

안나: (보며 끄덕이다가)....그나저나 동생은 그분을 만나면 뭐라고 할텐가?

시므온: ...(무릎 치며)아차차 그걸 생각 안했네. 음..... 당신은 뭐랄건데?

안나: 글쎄..

시므온: 실제로 만났다고 생각해 봐.

(젊고 활달한 목소리로. MC처럼)자, 그분이 오셨을까요? (일으켜 세우며)이름을 불러보세요!

안나: ...어머 이런.

시므온: (조롱하며)네, ‘어머 이런’님 오셨나요? (바깥으로 귀 기울이며)안오셨나요?

(안나에게)이거 왜 이러셔. 제대로 좀 해봐. 자, 불러보세요.

안나: 메시아님! (더 크게) 메시아님! (더 크게)메시아님!!


<TV는 사랑을 싣고> 테마음악

커튼 뒤로 등장하는 예수. 커튼은 예수의 움직임에 맞춰 닫힐 것. 예수의 그림자만 보이게.


안나: (다가가며)어머어머....(울먹)안녕하세요.. 이제야 오셨군요.

시므온: 잠깐, 잠깐!


시므온이 나서며 손을 들어 음악을 멈추게 한다. 지지직 꺼지는 음악.

시므온, 정중한 손짓으로 예수를 들여보낸다. 퇴장하는 예수. 커튼도 따라 닫힌다.

시므온: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매우 매우 진부해. 당신이야 평생을 기다렸다지만 그분은 당신을 전혀 모른다구. 그런 판국에 당신의 감정을 있는 대로 전부 다 드러내 그분에게 부담을 있는 대로 왕창 줄 필욘 없잖아. 게다가 (흉내)안녕하세요. 이제야 오셨군요? 내 참 어이가 없군. 당신에겐 평생의 기다림이었다 해도 그분에겐 잠깐 지나치는 찰나적 스침이란 걸 명심해요. 평생이 찰나와 같다니 어이가 없겠지만, 우리에게 그 순간은 순간이 아닌 영원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다림의 끝이며, 기쁨과 감격이 찐하게 브루스를 추는 순간이란 걸 명심하라구요. 그러니 우리의 인생을 그분께 다 바친 걸 아까워하지 마세요. 아셨죠? 자 자 다시 말씀 드리지만 그분께 부담을 드리면 절대로 안된다는 거. 어디까지나 가볍게, 부담스럽지 않게. 잘 봐요. (한 손 들며)어이, 반가워요. 별일 없죠? 나도 좋아요. 다 죽어가는 이스라엘에 오신 걸 환영해요. 당신이 하실 일은, 아, 오늘은 첫날이니까 그건 내일부터 차차 말씀 드리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편히 쉬세요.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는 것도 피로회복에 무척이나 좋겠죠? 자 그럼, 우리 내일 다시 만나요, 안녀엉.... (보며. 늙은이 목소리)어때?

안나: (고개 젓는).... 모르긴 왜 몰라. 다 아셔. 내가 누군지도 아시고, 하실 일도 다 아시지.

시므온: (옆에 앉으며)다 아셔?

안나: (끄덕끄덕)...

시므온: .....나도 알고 있었어. 그분이 알고 계시다는 거. 그래도 그건 너무 유치해. 안녕하세요. 이제야 오셨군요....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안은 요셉이 등장한다.


안나: (흐뭇하게 바라보며)젊은 부부가 첫아가를 고하러 오는 모양이군...

시므온: (보는).... (벌떡 일어나며)오오.

안나: 왜 그래 동생. 또 나를 놀래키는 거야?

시므온: 오오. ....오오.


심상치 않게 바라보다 깨닫고 일어서는 안나.


안나: 오 오.

시므온: 드디어... 드디어....

안나: 오시는군.


계단을 내려가서 (계단 끝에서)마리아 일행을 맞는 둘.


시므온: 오 오,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

안나: 하나님의 때여.


의아해하며 서로 마주보는 마리아와 요셉.

감격스럽게 예수를 바라보는 시므온.


시므온: 오오 주여. 이제야 오셨군요.


조심스럽게 예수를 받아 안고 성전 쪽으로 무릎 꿇는 시므온.

마리아를 안심시켜주는 안나.

시므온: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

안나: (무대 쪽으로 나서며)메시아가 오셨다! 메시아가 오셨다! 이스라엘 사람들아, 이리 와서 경배하라! 그리스도가 오셨다! 그리스도가 오셨다!


놀라며 서로 마주보는 마리아와 요셉.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


사람들: 뭐 그리스도가 오셨다고/ 오 드디어 메시아가 오셨도다/ 주여 주여!/ 드디어 해방이다!/ 이스라엘 만세!/ 어디야 어디?/ 메시아가 어디 계시냐?/ 그리스도가 어디 계시냐?/안나님, 말씀해 주세요,/ 메시아가 어디 계세요?


안나: 이스라엘 사람들이여. 여호와를 찬양하라.

사람들: 할렐루야!

안나: 여기 그리스도가 계시다. 경배하라!

사람들: (무릎꿇으며)오 할렐루야!

시므온: (예수를 보이며)그리스도시다! 경배하라!

사람들: ....../어 저게 뭐야? / 뭐야 장난해? / 제정신이 아니군/핏덩이가 어쩐다고? /우릴 구원한다는군/ 하하하/ 어이가 없군/ 노친네들이 망령이 났어/ 갈 때가 되면 후딱 가셔야지./ 에이 장난이 심하시군/ 심심하신가봐, 자네가 좀 놀아드려/ 이젠 별 장난을 다 치는군/


일어나서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시므온: 보라 이는 이스라엘 중 많은 사람을 패하거나 흥하게 하며

비방을 받는 표적이 되기 위하여 세움을 받았고 또 칼이 네 마음을 찌르듯 하리니

이는 여러 사람의 마음의 생각을 드러내려 함이라)


마리아에게 예수를 넘겨주는 시므온.

아기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는 마리아와 요셉.

시므온: 그리스도의 영광을 직접 이 두눈으로 보았어.

안나: (끄덕끄덕)그래요, 그래.

시므온: 하나님께서 이 늙은 종들을 풀어주셨어.

안나: 이제야 편히 쉴 수 있겠어.

시므온: 그래. 좀 쉬어야겠어.


미소 지으며 마주보는 둘


암전(막)  










                                5막


                                세례 요한


무대 앞쪽에 길게 가로질러 강이 있다.

사람들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기 위해 (오른쪽에서부터)길게 줄 서 있다.

요한은 강 왼쪽에서 세례자들을 맞이한다.


요한: 이스라엘이여 들으라! 들을 귀 있는 자들아, 들으라!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여자1에게 세례하는 요한. 여자1이 세례 받고 가면 남자1이 나선다.

남자1,2는 7막에서 제자1,2가 된다.

요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라!

(우악스럽게 남자1의 멱살 잡으며)회개하라!

남자1: (인상 쓰며)아 아.

요한: 회개하고 천국 가라!(물속으로 집어넣는)


남자1, ‘푸우’ 소리 내며 일어난다.

숨 헐떡이며 도망치듯 벗어나는 남자1.

뒤에 서있던 남자2, 잔뜩 겁먹은 표정 짓는다.


요한: (다가가는)..

남자2: (물러나며)어어, 나 회개한 거 같아요.(돌아서는)

요한: (뒷덜미를 잡으며)이놈아, 그래서야 회개가 되겠느냐. 확실하게 회개를 해야

(물에 처박으며) 확실하게 천국을 가지.  

남자2, 물 뿜으며 일어나 인사하고 도망친다.

제사장1,2,3, 병사1,2가 등장한다. 제사장 번호는 나이순. 1이 가장 많다.

요한이 줄선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외친다.  


요한: 회개하고 회개하라!

주홍같이 붉은 죄를 눈처럼 희게 하고

진홍같이 붉은 죄를 양털같이 하얗게 하라!


제사장 3, 요한의 뒤에서 머뭇거리며 요한에게 말하려 하지만 요한이 자리를 옮겨버린다.


요한: 이스라엘 해방? 꿈도 꾸지 말아라!

(사람들을 붙잡고 흔들며)너희 속에 차고 넘치는 죄들이 보이지 않느냐!

덕지덕지 붙어있는 더러운 죄들을 봐라!

차라리 살려달라고 애원해라! 

제사장3: 저, 실례하오.

요한: (휙 돌아보는)... (다가가며)그리스도가 오신다!

그분이 오시면 천국도 오신다! 우리가 그분을 만나면 천국도 볼 것이다!


미소 지으며 인사하려다 ‘어어 뭐야’ 하며 당황하는 제사장 일행.


요한: 알겠느냐, 이 독사의 자식들아!(돌아서 가는)

제사장1: 뭐, 독사의 자식! 저 저..

요한: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제사장2: 저놈을 그냥..

제사장1: (병사들에게)여봐라, 저놈을 당장,

제사장3: (말리며)아아 진정들 하세요. 잠시만, 잠시만 참으세요들.

(요한에게)선지자시여, 우리는 당신이 레위 지파 사가랴 제사장 자제분으로 우리와 같은

신분임을 압니다.

요한: (돌아와 허리띠에서 메뚜기 꺼내주며)먹어보겠는가?

제사장3: (받아들고 보는)...


관심 갖는 제사장1,2에게도 메뚜기를 나눠주는 제사장3.

맛보는 제사장들. 괜찮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제사장3: 이게 무엇입니까?

요한: 메뚜기.

제사장들: 에? /퉤퉤퉤.

요한: 너희는 기름진 살코기를 먹지만 나는 너희가 먹을 수 없는 메뚜기를 먹는다.

너희는 제사장이지만 나는 나실인이다. 이제 우리의 근본이 달라졌다.

임박한 진노는 너희 것이니 나를 너희와 같다고 하지 말란 말이다.

제사장3: (혀 닦는)퉤.. 사실 우리들은 예루살렘의 거룩한 산헤드린 공회에서 당신에 대해 조사하라고 파견된,

요한: 회개했느냐?

제사장3: ..우리는 제사장 올시다. 우리들 본분이 늘 성결하고 거룩해야 하는지라

당연히 매일 회개하고 있습니다만..

요한: 회개를 했으면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할 게 아닌가.

제사장3: 예?

요한: 아브라함이 너희들 조상이라 (제사장1,2 보며)이처럼 거들먹거리느냐.

하나님께서는 능히 (주워들며)이 돌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는 분이다. 

하나님이 택한 건 아브라함이지 너희들이 아니다. 혈통으로 천국이 보장된 줄 착각하지

말란 말이다, 이 독사의 자식들아.

제사장1: 또 또 

제사장2: 자꾸 독사래.

제사장3: 선생께선 어찌하여 자꾸만 우리를 독사의 자식이라 하십니까?

요한: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냐. 너희들이 겉모양은 깨끗하나 그 마음 속엔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니 독사가 아니고 무엇이랴. 게다가 너희는 사람을 살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오직 사람을 죽이고 낙담시키는 일에 즐겨 쓰니, 맑은 물 마시고 독을 뿜는 독사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 그 옛날 에덴을 망친 독사가 바로 너희들이 아니겠느냐, 이 독사의 자식들아!

제사장1,2: 저런 저런 /싸가지 없는 놈. /저놈을 당장/ 여봐라, 당장 저놈을 체포하라/ 체포할 필요 없다. 찔러 죽여라!


병사들, 창 세우고 요한을 찌르려 든다.

제사장3: (막아서며)네 이놈들! 물렀거라. 어허! 썩 물러나래도. 어서!


병사들, 창을 겨눈 채 제사장1을 본다.


제사장3: (제사장들에게) 잠시만 고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만에 하나 이 사람의 말이 맞다면, (맞긴 뭐가 맞아!) 그저 가정한 겁니다. ‘천국이 가까이 왔다’라고 했는데, 만약에 맞다면 그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제사장1,2: 하나님의 말씀? / 말이 그렇게 되나?

제사장3: 예. 그러니 이 사람을 건들면 그건 곧 하나님과 맞서는 일이니 가당치가 않은 일입니다. 우리가 어찌 하나님을 대적하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그건 그렇지.) 또 이 사람 말이 헛소리라면, 어차피 이렇게 떠들다가 제풀에 지쳐 관둘테니 이 역시 신경 쓸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제사장1: 그런가?

제사장2: 그래도 너무 싸가지 없이 말하잖아.

제사장1: 맞아, 싸가지 없는 놈.

제사장2: 어쨌든 자네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구만.


손짓으로 병사들을 물러나게 하는 제사장2.

창을 거두고 물러나는 병사들.


제사장1: (돌아서며)에잉,

제사장2: 자네 얼굴을 봐서 조금만 더 참아 봄세.

제사장3: 예 예 고맙습니다.

제사장2: (요한에게)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제사장1: 잠깐!

제사장들: 예?

제사장1: 우리를 독사의 자식이라고 했잖아. 그건 어찌해야 하는 건가?

제사장2: 그것도 마찬가지죠, 뭐.

제사장1: 어째서 마찬가지야?

제사장2: 참말이면 우리가 벌 받고, 헛소리면 저놈이 벌 받는 거죠.

제사장1: 그래? (예.) 뭐가 그리 간단해. 막 욕하고 다녀도 된다는 거잖아.

제사장2: 그랬다간 내가 벌 받죠.

제사장1: 그렇게 되나? 어쨌든 왠지 바보가 된 거 같애. (3에게) 자네, 빨리 끝내게.

제사장3: 예. (돌아서서)선지자시여. 저희가 그리하였습니까? 저희가 정녕 독사의 길을 행하였습니까?

요한: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

제사장3: 그러면, 우리가 무얼 하리이까?

요한: (돌아서며)입을 것, 먹을 것을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어라.(강 가운데로 가는)


모여서 수근대는 제사장들.


제사장1: 뭐 별 게 없구만.

제사장2: 아무래도 우리가 헛된 이름을 찾아 온 듯 싶습니다.

제사장1: 헛수고를 했어. 입만 고약한 선동가로구만.

병사1: (제사장 눈치보며. 나서며)저..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제사장1,2: 어허!

요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함부로 고발하지도 말고, 너희들 받는 봉급에 만족하며 살라.

제사장1: 저거 봐, 저거 봐.

제사장2: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정말 별 것이 없군요.

제사장1: 이것 봐, 젊은이. 자네.. 정체가 뭐야?

요한: ...

제사장3: 혹 그리스도..이신지?

제사장들: 어허/ 무슨 그런.

요한: (가로젓는)...

제사장2: 당연히 아니겠지. 그러면 엘리아라도 되냐?

요한: (가로젓는)...

제사장2: 흥, 그러면 선지자냐?

요한: ...(미소. 가로젓는)...

제사장1: 호오, 자기 자랑에는 관심이 없다?

제사장2: 과대망상증에 걸린 미치광이는 아니로군요.

제사장3: 그러면 저희가 산헤드린 공회에 무어라 보고를 해야 할런지,

제사장2: 속 시원히 말해봐라. 도대체 너는 너를 뭐라고 하겠느냐?

요한: 나는 선지자 이사야가 말했듯이

주의 길을 곧게 하려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다.

제사장1: 소리.. 소리라...

제사장2: 네가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선지자도 아니고 고작 소리라..

그렇다면 네가 어찌하여, 무슨 권세로 세례를 주는 것이냐? 너는 고작 소리가 아니더냐? 

요한: 내 뒤에 나보다 능력이 많은 이가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끈 풀기도 감당치 못하리라. 지금 나는 물로 세례를 주지만 훗날 그분은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돌아서는)

제사장3: 그러면! ..그러면 그 뒤에 오신다는 이가 그리스도입니까?

요한: (멈춰서는)...

제사장들: 쓸데없는 소리! / (잡아끌며)그만 가세.

제사장3: (뿌리치며)잠깐만, 잠깐만요. (가까이 다가가며)당신같이 큰 사람도 감히 쳐다볼 수 없다면, 그가 오실 때 우리는 어찌됩니까?

요한: (조금 낮은 목소리)그분이 오시면... 그분께서는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너는 쭉정이가 되지 말고 알곡이 되라.

제사장들: 빨리 가재도! / 어서 가세!

제사장3: 그러면, 당신은 어찌됩니까? 

요한: 나..? 나는 소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제사장: 그러면..?


몇발짝 앞으로 나서는 요한. 바라보다 ‘에잉’ 인상쓰며 가는 제사장1. 뒤따라가는 제사장2.

제사장3, 서둘러 뒤쫓는다. 가다가 멈춰 서서 잠시 요한을 바라보다 간다.


요한: (혼잣말)소리가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는가..  소리는 다만 외치고 흩어질 뿐....


(막)





6막


요한과 엘리사벳



스산한 바람소리. 무대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제사장 집엔 엘리사벳이 의자에 앉아 있으나 객석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이웃여인들과 딸이 옷깃을 저미며 무대 왼편에서 등장한다.


이웃여인1: 아유 춥다.

이웃여인2: 내 말이. 하이고 추워 추워.


여인들, 스가랴 제사장의 집을 기웃거린다. 


이웃여인1: 엘리사벳님이 잘 계신가?

이웃여인2: 불도 안 켜져 있네.

이웃여인1: (귀 기울이는)... 쥐 죽은 듯 고요한걸.

이웃여인2: 내 말이.

이웃여인1: 참 그 얘기 들었어? (뭘?) 요한 말이야.

이웃여인2: 제사장님댁 아들 요한? (응) 요한이 왜?

이웃여인1: 아이구 답답하기는. 지금 이스라엘이 요한 때문에 온통 뒤집어졌는데,

요한이 왜? 이러고 계시다. 귀 닫고 살아? 

이웃여인2: 어머, 이게 무슨 소리야? 요한 때문에 이스라엘이 뒤집어져? 사고를 크게 쳤나 보네. 

이웃여인1: 뭔 소리야. 사고는 무슨.

이웃여인2: ..오호라 반란을 일으켰구나.

이웃여인1: 뭔 소리야. 반란이라니.

이웃여인2: 내 그럴 줄 알았어. 얼굴도 시커멓고 눈이 희번덕 빛나더니 언젠가 큰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이웃여인1: 갈수록 태산이네. (꾸벅)예에, 안녕히 가세요. 니 맘대로 아무대로나 막 가세요. 난 가던 길 갈랍니다.(간다)

이웃여인2: 아닌가보네. (붙잡으며) 에이 왜 그래. 암말 않고 얌전히 있을게. 무슨 일인지 말해줘.

이웃여인1: 아 됐네요. 말이라는 게 어느 정도 통하는 사람이랑 해야 재미가 있지.

이건 뭐 아주, 에이 말을 말자. (가려) 

이웃여인2: (붙잡으며)야 이놈의 여편네야! 누구 속 터져 죽는 꼴 볼려고 이래!

이웃여인1: (귀 문지르며)아유 귀청이야. 지겹다 지겨워, 그놈의 목청. 알았어, 알았다구.

이웃여인2: 헤에.

이웃여인1: 요한이 오래전에 예루살렘 동편, 사해 북쪽 광야로 나갔어요. 요한이 거기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소리쳤지.

이웃여인2: 뭐라고?

이웃여인1: 회개하라! 회개하라!


늙은 비둘기상인이 슬슬 걸어나온다. 조금만 나올 것.


이웃여인2: 쯧쯧쯧, 그런다고 회개할 사람들이었으면..

이웃여인1: 아냐. 요한이 그렇게 외치니까, 그 소리가 헛되이 사라진 게 아니라

들을 귀 있는 자들이 알아듣고 줄지어 광야로 나갔다는 거 아냐.

이웃여인2: (비둘기상인 보고)어머나.

비둘기상인: 회개? 비둘기 살거야?

이웃여인: 안 사요 안 사!

비둘기상인: 안 사? 안사면 말고.(돌아서 간다)

이웃여인2: 아유 놀래라. (나간 방향 보며)저 영감님 오래도 사신다...

이웃여인1: 그러게. (계속해 봐) 요한이 또 외쳤어. 천국이 가까이 왔노라.

이웃여인2: 오 천국이..

이웃여인1: 그 소리를 또, 들을 귀 있는 자들이 듣고는 구름떼처럼 광야로 몰려나가 회개하고, 요단강에서 세례 받고, 그래서 지금 아주 난리라니까.

이웃여인2: 오호.

이웃여인1: 그래서 사람들이 ‘야 엘리야 선지자가 오셨구나’ ‘아니다. 메시아가 오셨다.’

‘이제 이스라엘이 해방되겠구나’ 막 이러면서 새 희망을 품고 있다는 거 아냐.

이웃여인2: 어머, 그거 참 기분 좋은 소식이네.

이웃여인1: 예에, 따끈따끈한 새소식을 들으시니 기쁘시죠?

이웃여인2: 에이 참.

이웃여인1: 그리고, 뭐? 400년만에 오신 선지자를 반란군이라고요.

이웃여인2: 에이 그만해.


요한, 무대 왼쪽에서 등장해 성큼성큼 걸어간다.

이웃여인들을 지나쳐가는 요한.

 

이웃여인1: (낮게)아유 놀래라. 시커먼 게 꼭 무슨 비적 두목같네.(퇴장하는)

이웃여인2: 내 말이. (보며)그나저나 누구지? 누굴까? 누굴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OFF이웃여인1: 빨리 와!

이웃여인2: (가며)같이 가.


집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들어가는 요한.

요한,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조용히 벽난로를 피운다.


엘리사벳: 누구... 요한?

요한: 예.. 요한입니다.

엘리사벳: (허공에 손 뻗는) 오 요한.. (손 잡는 요한) 이게 얼마만이니?

요한: (곁에 앉으며)춥지 않으세요? 불도 피우지 않으시고..

엘리사벳: (손 어루만지며)춥긴.. 추운 거야 어디.. 거기에 비하겠니...

가만, 식사는 했니? 배고프지? (반쯤 돌아보며)다비다.. 여기 먹을 것 좀 내와요. ....다비다? ..아이구 허허, 내 정신 좀 봐라. (일어나려) 내가 이런다.

요한: (붙잡으며) 괜찮아요 어머니. 배고프지 않아요. 

엘리사벳: (누우며) 자꾸 깜빡깜빡 해. 떠난 지가 언젠데..

요한: (여러 감정으로 보며).....

엘리사벳: (미소)왜? (얼굴 만지며) 내 얼굴에 뭐 묻었니?

요한: (미소. 천천히 고개 젓는).....

엘리사벳: 오랜만에 얼굴 보니 좋다.

요한: 저도요.

엘리사벳: 생각보다 건강하구나. 잘 지내지?

요한: 예 그럼요. 어머니도 생각보다 건강하세요.

엘리사벳: 하나님이 보아 주시니까.

요한: (끄덕끄덕)....

엘리사벳: 그나저나 그곳 얘기 좀 해 보렴. 어떠니, 광야는?

요한: 낮엔 뜨겁고 밤엔 추워요.

엘리사벳: 힘들겠다.. 또~?

요한: (겁주려)늑대들이 (흉내)흰 이빨을 드러내며 떼 지어 몰려다니죠.

엘리사벳: 어머 무섭겠네. 또?

요한: 전갈과 독사가 독기를 품고 (흉내)막 달려들어요.

엘리사벳: 어머나, 그것들이 너한테 덤벼든단 말이니?

요한: 그럼요. 그 곳의 독사는 한번 물리면 일곱 발짝을 가기 전에 쓰러지고 열을 세기 전에 죽어요. (살피며)어머닌 무섭지 않으신가 봐요. 걱정되지도 않으시고요. 

엘리사벳: 아냐, 무서워. 무섭고 소름 끼쳐.

요한: (손 만지며)사실 독사에게 열 번도 넘게 물렸어요.

엘리사벳: (손 만져보며)어머나 어머나.

요한: 괜찮아요. 물리면 아프기도 하고 기분도 나쁘지만 그놈들 독이 저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더라구요. 이젠 그놈들을 만나면 제가 더 반가와 해요. 구워 먹으면 맛있다니까요, 하하. 

엘리사벳: (미소)이거야 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이야기로구나.

요한: (손 잡으며) 웃으세요. 이렇게 어머니 눈 앞에 건강하게 있잖아요.

엘리사벳: (미소. 끄덕끄덕)... 그런데 말이야.. 자꾸 꿈을 꿔. 그 옛날, 안나와 시므온님처럼 자꾸 꿈을 꿔. 하나님은 늙은이에게 꿈을 주시는 모양이야.

요한: 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엘리사벳: 그곳.. 네가 있는 그곳.. 무섭고 소름끼치는 곳. 내 평생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 그곳을 꿈꿔. 꿈꾸면서 그리워 해. 이상하지? 그런 곳을 그리워하다니 말이야...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참말이야. 사실 나는 늘 그곳에 가고 싶었지. 아마도 평생 그곳을 그리워했던 것 같아.


성경 두루마리를 읽을 때마다 나는 늘 그리워했어. 우리 조상님들이 하나님의 구름기둥

불기둥을 바라보며 지나오신 그곳. 그 광야...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그곳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척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았으니... 아, 우리 조상님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또 요한은 얼마나 신날까. 그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껏, 소리 높여 선포하는 우리 요한은 얼마나 신날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지? 전혀 걱정되지 않아. 나는 너를 부러워하고 있는데, 부러워하는 사람을 걱정해주는 법은 없지. 게다가 우리 아가는 나실인이야.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지켜주시지. 하나님의 일이 다 끝날 때까지는 (머리 쓰다듬으며)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을 걸? ..자 요한, 네 눈으로 본걸 내게도 들려줘. 거기서 네가 한 일을 들려줘.

바람 타고 들려온 말들은 많았지만 네 입술이 내 귀에 직접 들려주는 말을 듣고 싶어..

그래서 네가 오길 많이 기다렸지. 그러고 보니 이 엄마는 평생 우리 아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네..


요한: 죄송해요 어머니.

엘리사벳: 아냐 아냐. 미안해 하지 마. 아주 즐겁고 설레는 기다림이었으니까. 오히려 내가 고마워. 사실은 많이 궁금했어. 정말일까? 과연 사람들이 떼 지어 그 먼 광야까지 나아가서 너한테 세례를 받았을까. 회개하란 말에 순순히 응했을까. 지금 널 보니 바람 타고 들려온

말들이 다 사실이란 걸 알겠어.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너를 보니 다 알겠어. 지금 생각하니 바람 속에 네 목소리도 들렸던 거 같아. 회개하라!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요한: (미소)....

엘리사벳: (미소)이 말은 하나님의 말씀이겠지?

요한: (끄덕끄덕)....

엘리사벳: 그런데 요한, 왜 그 말을 그 먼 곳까지 가서 해야 하니? 회개할 사람들은 마을과 성전과 시장에 더 많이 있을텐데.

요한: 하나님은 우상과 탐욕과 맘몬이 판치는 곳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으세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광야로 나오는 사람만이 하나님을 만날 수가 있죠.

엘리사벳: (깨달은듯)오 그렇구나. 우리 조상님들이 40년 광야길을 통과해 젖과 꿀이

흐르는 이 가나안 땅에 들어왔던 것처럼 말이지.. 맞아 맞아. 천국은 광야를 통과해야만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닐 거야. 맞아 맞아, 그래서는 안 되지.

그나저나 요한..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했는데, 얼마나 가까이 온 거니?

요한: 아주 가까이요.

엘리사벳: 오오, 아주 가까이라.. 그런데 우리가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천국이 우리에게 오는 거니?

요한: ..그분이... 우리에게 오세요.

엘리사벳: ...그분?

요한: 예, 그분.

엘리사벳: ... 그..분..이라?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그분은 누구지? 그분이 오시는데 왜 천국이 온다는 거지?

요한: 오시는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세요.

엘리사벳: 뭐, 하나님의 아들? ..오, 그렇구나. 내가 오랫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어.

마리아와 그 아가. 이름이 뭐였더라.

요한: 예수.

엘리사벳: 맞아 맞아, 예수.. 네가 말하는 그분이 예수니?

요한: 예.

엘리사벳: 아, 그렇게 되는 거로구나. 그때 내 복중에서 네가 마리아의 태중에 있는 그분을 위해 이렇게 외쳤지. 경배하라 경배하라. 지금 생각하면 기절할 만큼 놀랠 일인데 그땐 마음이 참 편안했어... 아, 그렇게 되는 거로구나. 그러면.. 지금 네가 하는 일이..

요한: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모든 산을 낮추고, 굽은 것을 곧게 하고, 험한 길을 평탄케 해 그분의 길을 예비하는 겁니다.

엘리사벳: 그래. 그래서 네가 먼저 나온 거로구나. (조금 슬픈)그러면.. 이제 때가 된거니? 그분이 나오실 때가..  

요한: 예, 이제 때가 됐어요.

엘리사벳: 오, 세상에. 하나님의 아들이 오시고, 천국도... (위를 보며. 손 들며)오 신실하신 하나님... (문득) 참, 그러면.. 그러면.. 요한, 너는..

요한: ....

엘리사벳: 요한, 말을 해 보렴. 네 일이 그분의 길을 평탄케 하는 거라며?

그러면, 그분이 그 길에 서는 날이 오면, 너는.. 너는 어찌되는 거니?

요한: 길 닦는 자의 보람은 길에 있지 않고 길 위의 행인에게 있는 법이죠...

그분의 길 위에 제가 머무르면 안돼요. 걸림돌이 되면 안돼요.

엘리사벳: 오오.. 아가.

요한: 기쁘게 비켜드려야 해요. 그분이 흥해야 해요.

엘리사벳: 너는?

요한: (가볍게 고개 젓는) ..그분만 잘 되면 돼요.

엘리사벳: 오 아가. (얼굴 감싸고 낮게 우는)


바람소리.


요한: (토닥이며) 울지 마세요. 어머니, 슬퍼하지 마세요.

엘리사벳: (눈물 닦는)...  (가리키며) 저거.


요한, 가리키는 곳 돌아보다 보따리를 발견하고 일어선다.

보따리를 가져다 엘리사벳에게 건네는 요한.

엘리사벳, (느릿하게) 무릎 위에 올려놓은 보따리를 풀어 그 속의 옷을 요한에게 건넨다.

엘리사벳: 입어 봐.


입는 요한.


엘리사벳: (미소)잘 맞네.

요한: 예, 잘 맞네요.

엘리사벳: 낙타털이라 제법 따뜻할 거야. 

요한: 예, 참 따뜻해요.

엘리사벳: (흐뭇하게 바라보며).. 됐어. 잘 됐어... 우리 아가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니

이 엄마도 기뻐. 내 아가의 기쁨이 내 기쁨이지 뭐. 그럼 됐어. 잘 됐어.

(누우며)아 피곤해. 난 좀 자야겠다. 요한, 너도 좀 쉬어.


잠드는 엘리사벳. 내려다보는 요한.

(幕)









                        7막


                        


#요단강


OFF제자들: 선생님! / 큰일 났습니다! / 선생님!


(막)


무대에는 아무도 없다.

요한의 제자들이 무대 오른쪽에서 뛰어 들어온다.


제자1: 어 선생님이 어디 가셨지?

제자2: 그러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제자들.


제자들: 선생님! / 선생님!

요한: (무대 왼쪽에서 등장하며)왜 이리 호들갑이냐!

제자들: (다가가며)선생님!

요한: 무슨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제자1: 송구합니다.

제자들: (요한을 이끌며)선생님 잠시 이리로...


제자들에게 이끌려 무대 오른쪽 나무 옆으로 가는 요한.


제자1: (가리키며)선생님 저기를 보십시오.

제자2: 저 사람이 어찌 저럴 수가 있습니까? 도대체 양심이 있는 사람입니까?

요한: (왼손을 들어 잘 보려 애쓰는)....

제자1: 선생님이 이곳에서 세례 베푸시는 걸 뻔히 알면서

제자2: 어째서 저기서 세례를 베풀겠다 나서는 건지

제자1: 참으로 철면피한 사람이 아닙니까?

제자2: 이스라엘에 강이 어디 요단강 뿐이며 요단강은 또 무슨 토막난 지렁이처럼

짧은 강이랍니까?

제자1: 저 사람이 하필 우리 코앞에 자리를 잡은 까닭이 무엇인지

제자2: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요한: (계속 보며)저 사람 이름이 무어라 하더냐?

제자2: 예수라고 합니다.

요한: 예수!?

제자1: 왜 그리 놀라십니까?

요한: (제자에게)저 사람 이름이 예수라 했느냐? (예.) 틀림없이 예수라고 했느냐?

제자들: 예 맞습니다. / 왜 그러십니까? 


의아해하며 갸웃거리는 제자들.


요한: (무대 가운데로)내가 전에 내 뒤에 오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그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을 기억하느냐?

제자들: 예.

요한: ..그가 바로 저 이시다.

제자1: 오 이런!

제자2: 오 이럴 수가.

요한: 지금 내가 이곳에서 물로 세례를 베푸는 것이 다 저 이를 이스라엘에 나타내기 위해 하는 일이다.

제자1: 선생님의 이 일이 다 저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요?

제자2: 오 이럴 수가.

요한: 나도 그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으나 나를 보내 물로 세례를 베풀라 하신 그이가

내게 말씀하셨다.(나무 쪽으로)

제자2: (낮게. 1에게)그이가 누구야?

제자1: (답답하다는 듯)문맥상 하나님이시지.

제자2: 저이, 그이, 헷갈려.

요한: 성령이 내려서 누구 위에든지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곧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는 이인 줄 알라 하셨기에 지금 내가 보고 있노라.

제자1: 그러면 그의 위에 성령이 있습니까?

요한: 성령이 비둘기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위에 머물러 있구나. 

제자들: 호오! / 그게 보이나?

제자1: 저 예수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제자2: 도대체 예수의 정체가 뭡니까?

요한: 아무도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었으되

아버지 품속에 계시던 독생하신 하나님이 내려오셨으니

그가 바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시다!

제자들: 이럴 수가.

제자1: 너무도 엄청난 일이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자2: 말도 안됩니다.

제자1: 사람이 어찌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있습니까?

제자2: 맞습니다.

요한: 이놈들아,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 된 게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된 거래도.

제자2: 저는 선생님이 그리스도시면 좋겠습니다!

요한: 허허, 어찌 이리 말귀를 못 알아 듣느냐.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의 앞에 보내심을 받은 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반드시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제자들: 선생님!

제자1: 어 어.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요한: 또 무슨 일이냐?

제자1: 그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분이 이쪽으로 오십니다.

제자2: 어 그러게. 이리로 오시고 있군.

요한: 오오 보라..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

제자1: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제자2: 하나님의 어린 양? 


시선을 통일하여 (이동하는)예수를 (시간 충분하게)바라보는 세 사람.

음악으로 감정이 고조되도록.

등장하는 예수. 마주 보는 둘.


요한:하나님이 보내신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니

이는 하나님이 성령을 한량없이 주심이라.

아버지께서 아들을 사랑하사 만물을 다 그의 손에 주셨으니

아들을 믿는 자, 아들에게 순종하는 자, 아들을 사랑하는 자는...

(목례하며)영원한 생명이 있으리라.

예수: (미소).......


나아오면서 고개를 숙이는 예수.


요한: 내 주여! ..그리 마소서... (멈춰서는 예수)

내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찌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

이 종이 감당키가 어려우니, 제발 주여, 그리 마소서.

예수: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


무릎 꿇고 고개 숙이는 예수.


요한: 오 주여.


떨리는 손으로 세례하는 요한.

일어나는 예수. 마주보는 둘.

예수, 미소 지으며 요한의 팔을 다정하게 툭 친다. 따라 미소 짓는 요한.

돌아서서 뭍으로(무대 가운데로) 가는 예수의 머리 위로 성령이 쏟아진다.

OFF 하나님: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마무리1>천사 등장해 요한과 예수에게 인사한 후 뒤쪽에 선다.

나온 사람들은 천천히 강둑으로 길게 선다.

같은 형식으로 마리아와 요셉, 시므온과 안나, 친척여자들, 제사장3과 병사1, 다비다와 상인, 기타 출연자 순으로 입장.

제사장1,2 기세 좋게 입장하지만 병사1이 막아선다. 지나가게 해달라고 사정하다 예수 향해 엎드린다. 엘리사벳과 사가랴, 마지막으로 등장. 반갑게 포옹하는 모자. 둘을 흐뭇하게 보며 요한의 등을 두드려주는 사가랴.


마무리2>엘리사벳, 사가랴가 나와서 요한과 인사하고

시므온과 안나가 등장해 예수를 내세우며

4-2막에서처럼  ‘그리스도가 오셨다, 경배하라’를 외친다.

전출연자들 등장하며 만세를 부르고 환호한다.


(노래)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너의 갈길 멀고 험해도

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라.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영원한 생명의 길 찾으려

너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내가 오늘 너를 부른다

하늘 영광 크고도 높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