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반기독교... “끌어안고 말 걸어야”
최은 박사 <목회와 신학> 신년호에 기고 [2008-01-03 12:15]
-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지난해 개봉된 영화 <밀양>은 여주인공 전도연의 칸 영화제 수상으로 화제가 된 것 못지 않게 반기독교로 인해 논란이 됐다. 영화 속 주인공 신애(전도연 役)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납치범을 용서한 신에 대한 반항심을 표현하는 장면이 수 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밀양>뿐만 아니라 영화 <타짜>나 <오아시스> 등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대중영화 속에는 반기독교적 정서가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은 박사(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강사)는 <목회와 신학> 신년호에서 “거대담론에 대한 현대인의 거부감과 경제 성장의 신화가 가져다 준 실망, 그러한 정서를 재생산해내는 대중 영화의 현실감각에서 야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체로 ‘냉소’ 혹은 ‘코믹함’의 외양을 띠는 정서를 담은 이러한 영화들에서 기독교는 주로 위선적이고 무력하게 묘사된다”면서 “뭐라 반박하기 어렵지만 이와 같은 반기독교 정서를 끌어안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사실 1950년부터 80년대까지 영화 속 기독교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다. 1950년대나 60년대에는 전통과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기독교가 자주 등장했고, 교육받은 엘리트와 중산층 가정의 이미지에 교회가 활용됐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77)의 주기철 목사,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2)의 맹인 목사 안요한,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의 최자실 목사 등의 일대기가 큰 호응을 얻으며 기독교 영화들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1990년대 들어 <투캅스>(1993)나 <할렐루야>(1997)와 같은 영화들의 흥행 성공과 더불어 기독교가 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일련의 영화들 속에서 본격적으로 냉소적인 시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친절한 금자씨>(2005), <천하장사 마돈나>(2006), <타짜>(2006), <밀양>(2007) 등에서 기독교는 기득권의 위치에 서 있거나 현실의 고통에 절망을 더하는 폭력 혹은 무력으로 나타난다.
최 박사는 “2000년대 들어 나타난 반기독교 정서는 유일신과 불변의 진리에 대한 현대인의 거부감과 더불어 경제 성장의 신화나 성실한 삶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가져다준 실망과 회의 같은 복잡한 대중 정서에 기인한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반기독교 정서를 끌어안는 동시에 귀 기울여 수용할 것은 수용하지만 복음의 핵심은 분명히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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