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 밖에 한밤중에...
나오는 사람들: (총 12명)
김목자, 아내, 아들, 이목자, 박목자, 스쿠루지(전당포주인), 병사1, 병사2, 요셉, 마리아,
아기예수, 천사1, 천사2
★ 1 막 ★
(막이 열리면 들판,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김목자, 이목자, 박목자가 근심이 잔뜩 쌓인 얼굴로 한숨을 쉬며 등장한다)
김목자 :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휴!
이목자 : 원- 사람도, 그러다 땅 꺼지겠네!
김목자 : 자넨 모아둔 재산이라도 있으니 그런 소릴 하지. 난 정말 큰일이야!
박목자 : 자네만 그런게 아니야, 난 뭐 괜찮을줄 아나? 우리 집도 이제 쫄닥 망하게 생겼다구!
김목자 : (화를 내며) 도대체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돼 가려구 이러는 거야?
박목자 : 그러게 말일세!
이목자 : 어허! 이 사람들이 정말 오늘 왜이래? 아무리 어려워도 어떻게든 살아볼 궁리를 해야지, 죽겠다는
소리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김목자 : 자네같은 알부자가 우리같은 사람 심정을 알 턱이나 있겠나?
이목자 : (약간 화가난 말투로) 아니, 이사람이 정말... !
김목자 : (양떼를 돌아다 보며) 일찌감치 도시로 나가서 공장일을 하든지 장사를 하든지 했어야 하는데,
저놈의 양들이나 치고 있다가 결국은 이런 꼴을 당하는군...
이목자 : 도시에 나갔으면 돈 좀 벌었을 것 같은가? 어림없는 소리... 자넨 신문도 안보는가? IMF 일년에
벌써 실업자가 얼만줄이나 알아? 대도시엔 길거리마다 실업자에 노숙자가 넘쳐난다더군. 도시로
나갔으면 자네도 벌써 실업자 돼서 길거리에 나앉았을 거야... 그래도 여기에 있었으니까 이정도인줄
알라구!
김목자 : (이목자에게 언성을 높이며) 자넨, 지금 내 형편이 어떤줄이나 알고 그러나?
이목자 : 그래도 아직은 집도 있고, (양떼를 가리키며) 저렇게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도 있잖은가?
김목자 : 정말 배부른 소리 하고 있군. 집이 있으면 그게 내 집인가? 양이 있으면 그게 내 양이냐구? 그놈의
스쿠루지 영감놈이 벌써 다 저당잡아 놓아다구.
박목자 : (끼어들며) 나도 그래!
김목자 : 명목상으로만 내거지 사실은 다 그 돈놀이하는 늙은 영감탱이거라구!
이목자 : (김목자, 박목자를 바라보며 혀를 찬다) 허, 참!
(고리대금업자인 스쿠루지 영감이 헛기침을 하며 등장한다)
영 감 : 뭐라고라고라고? 시방 나보고 돈놀이하는 늙은 영감탱이라고 했남?
김목자 : (깜짝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린다. 천천히 스쿠루지를 돌아다보고는 간사스런 표정으로 헤헤거리며)
아이고, 영감님 납시셨습니까요? (넙죽 절한다)
영 감 : 됐네! 그런 맘에도 없는 인사 따윈 집어치우고, 피차 우리 사이에 해결해야할 일이 있는 모양인께
빨리 그 일이나 마무리짓자고. 그래, 돈은 다 준비되었제?
김목자 : 에이, 영감님도!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나오시면 제가 섭하지~
영 감 : 내가 보기엔 아직도 돈은 한푼도 준비된게 없는거 같은디~, 어뗘? 내 말이 맞남?
김목자 : 아따! 영감님도 참 성격 급하시네!
(스쿠루지의 팔을 잡아 끌면서 무대 한쪽으로 간다) 자, 자, 우리 저쪽에 가서 진지하게 서로 얘기해
봅시다.
영 감 : (끌려가며) 아니, 이사람이 왜 이려? 이거 못놔! 팔아파 죽겄구만!
김목자 : (무대 한쪽으로 가면 스쿠루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스쿠루지의 바지를 잡고 늘어진다)
흑- 흑- 흑! 영감님!
영 감 : 아니, 김목자! 이게 뭔 짓이여? 당장 놓지 못하겠는감?
김목자 : (더 슬프게 흐느끼며) 영감님! 영감님도 저희집 사정을 잘 아시잖습니까? 이제 영감님이 저희집이며
양들까지 다 가져가시면 저는 여우같은 마누라랑 토끼같은 자식놈들 데리고 이 추운 겨울에 어디로
가서 살으란 말씀입니까?
영 감 : (매몰차게) 난 그런거 신경안�께 나가서 얼어죽든지 아님 멀리 딴데 가서 살든지 자네 하고
싶은대로 허더라고! 난 자네한테 빌려준 내 돈만 받으면 �께!
김목자 : 영감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제발 한번만 봐주십쇼! (두손을 싹싹 빈다)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예?
영 감 : 아따~ 자네가 나한테 뭘 잘못했는가? 이러지 말라고~. 이러지 말고 나한테 빌려간 오천만원!
고것만 갚어! 그럼 나하고 자네하고의 모든 문제는 싹 해결되는 것잉께.
김목자 : 저도 영감님 돈 당장이라도 갚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돈이 없는걸 어쩝니까?
영 감 : 돈이 없으면 내가 저당잡아논 자네 집하고 양하고 팔아야제. 그럼 되는걸 같고 뭘 그리 힘들게
그러나?
김목자 : (벌떡 일어나며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영감님! 정말 저보고 이 추운 겨울에 마누라, 자식새끼
데리고 나가서 죽으라는 겁니까?
영 감 : 난 자네 죽는거 겁 안나네! 하여튼 기한은 내일꺼징께, 만에 하나라도 내일꺼정 자네가 내 돈을
안갚는다면, 나도 더 이상은 어쩔수가 없구먼.
김목자 : (큰소리로) 안갚는게 아니라 못갚는 겁니다! 돈이 없어서요...
영 감 : 어따메! 빚진놈이 되려 큰소리친다더니, 딱 그짝이고만! 하여간 자네 낼꺼정 내돈 안갚으면 낼모레는
당장 경매에 부칠텡께 그리 알라고~ 그럼, 난 가네~
(스쿠루지 영감 퇴장한다)
김목자 : (퇴장하는 스쿠루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주먹을 부르르 떤다) 나~쁜~놈~
(이목자, 박목자가 있는 무대 중앙으로 힘없이 걸어온다)
박목자 : 정말 인정머리라곤 하나도 없는 늙은이구만!
이목자 : 저 영감 하는 소릴 들으니 자네 형편이 정말 어렵게 됐군, 그래.
김목자 : 이젠 영락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군.
박목자 : 내가 가진 돈이라도 있으면 빌려다도 줬음 좋겠네만, 나 역시도 자네랑 똑같은 처지이니, 참 딱한
노릇일세!
김목자 : 아닐세! 자네 말을 들으니 정말 고맙기만 하군.
박목자 : (이목자를 바라보며) 아! 그래, 이목자! 자넨 돈 좀 갖고 있을테니 이참에 김목자를 좀 도와주면
어떻겠나?
김목자 : (이목자를 쳐다본다) 자네가 그래줄 수 있겠나?
이목자 : (한숨을 쉬며) 휴! 김목자! 정말 미안하네. 사실 자네가 날보고 알부자니 뭐니 했지만 실상은 그렇 지
못하다네. 난 자네처럼 아직까지는 빚쟁이한테 큰 빚진건 없지만 IMF 한파에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겠나?
소값 떨어지고, 양값 떨어지는 바람에 사료값에다 이런 저런 돈나가는거 막다보니 결국 그동안 모아
놓은 돈 다 써버리고 나도 이젠 빚이라도 빌려다 써야할 형편이라네!
김목자 : 그래, 우리같은 서민들이야 누구 하나 나은 사람이 있겠나? 다 똑같지, 뭐!
이목자 : 정말 미안해, 김목자!
김목자 : 아니야, 자네가 왜 나한테 미안해 하나? 어떻게든 살아날 구멍이 있겠지.
이목자 : 그래, 너무 낙심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구!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에겐 그래도 하나님이
함께 하고 계시지 않은가? 갑자기 이런 말씀이 생각나는군!
박목자 : 어떤 말씀이 말인가?
이목자 :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김목자 : 이사야 41장 10절 말씀이로군.
이목자 : 그래,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우리를 도와주시겠다는 하나님 말씀을 기억하면서 힘을 내라고!
박목자 : 하하! 이목자가 하는 말이 그 못된 스쿠루지 영감한테 김목자가 빚진 오천만원보다도 훨씬 더
갚진 보배처럼 들리는군!
김목자 : 알았네, 두사람 모두 정말 고맙네, 고마워!
(김목자, 이목자, 박목자, 퇴장한다)
★ 2 막 ★
(막이 열리면, 김목자의 집)
아 내 : (짜증스런 목소리로) 아유! 내가 못살아! 못살아! 당신 도대체 이제 어쩔려구 그래요? 이 추운
겨울에 나보고 애들 데리고 나가 죽으라는 거예요, 뭐예요? 그깟 늙은이 하나 제대로 못 구워
삶는단 말예요?
김목자 : 아무리 애걸복걸을 해도 안되다고 하는걸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아 내 : 그래도 죽자 사라 매달려 봤어야 하는거 아니예요? 도대체 오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내일까지
어떻게 마련한단 말이예요?
김목자 : 그럼 나보고 나가서 은행이라도 털어오라는 말이야? 뭐야?
아 내 : 누가 은행을 털어오랬어요? 어떻게든 손을 써봐야 한다는 거지요...
김목자 : 정말 답답하군. 그 영감탱이는 도저히 말이 안통하는 그런 인간이라구!
아 내 : 그렇다구 당장 낼모래면 집에서 �겨나야할 판인데, 그냥 앉아서 당하기만 할거냐구요?
김목자 ; (화를 내며) 나도 답답해 죽겠어. 제발 나좀 그냥 내버려둬! 그 놈의 노랭이한테 죽도록 당하고
왔는데 당신까지 날 그렇게 들들 볶아야 속이 시원하겠어?
아 내 : 아유, 속상해! 난 어떻게 되든 몰라요! 당신이 다 알아서 해요!
(꼬맹이 아들이 호들갑스럽게 뛰어 들어온다)
아 들 : 아빠! 아빠!
아 내 : (신경질적으로) 이녀석아! 시끄러워 죽겠다! 조용히 좀 못해!
김목자 : 아니, 왜 죄없는 애한테 홧풀이를 하고 그래? (아들에게) 그래, 왜 그러니?
아 들 : 아빠! 내 친구 호동이 있잖아!
김목자 ; 호동이? 그래, 호동이가 왜? 그애가 너한테 뭐라 하든?
아 들 : 아니, 그게 아니구! 아빠! 호동이는 걔네 아빠가 사줬다는데, (팔을 쭉 펼치면서) 이따만큼 커다란 총가지고 논다!
김목자 : 총?
아 들 : 응! (아빠를 조른다) 아빠~ 난 호동이보다 더 큰 총 사줘~ 호동이가 난 총 없다고 약 올린단
말이야~
아 내 : 아니, 이놈 자식이 갑자기 웬 총타령이야? 시끄러워!
아 들 : (아빠한테 더 매달리며) 아빠~ 총! 나 총 사줘~ 응!
김목자 : (조르는 아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지금은 아빠가 돈이 없으니까, 나중에 사줄께. 응? 알았지?
아 들 : (더 심하게 조른다) 싫어~ 싫어~ 지금 사줘~ 호동이가 자기 총 가지고 나한테 막 쏜단 말이야!
김목자 : (아들을 달랜다) 다음에~ 응? 다음에 아빠가 호동이가 가진 총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걸로 사줄 께.
지금은 아빠가 돈이 없어요~ 알았지? 응?
아 들 : (아예 땅바닥에 주저 앉아 발을 구르며 떼를 쓴다) 으아~ 으아~ 총 사줘~ 나 총 사줘~
김목자 : (화가난 듯한 목소리로 윽박지르며) 이녀석이 아빠가 지금은 안된다고 하는데, 어디서 자꾸만
떼를 써? 그만 그치지 못해?
아 들 : (마구 떼를 쓰며 운다)
김목자 :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시끄러워! 조용히 못해!
아 들 : (더 소리를 높이며 떼를 쓴다)
김목자 : (화를 못누르고 안절부절 하다가 결국 아들의 뺨을 후려친다) 이 녀석이! 지금 네 녀석 총이나 사 줄 돈이나 있는줄 알아? 낼모레면 당장 길거리에 �겨나 거지가 될 판국인데?
아 내 : (뺨을 얻어맞고 우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소리 지른다) 애가 뭘 안다고 애를 때려요? 당신이 돈을 못
벌어 오니까 그런거 아녜요? 잘못은 당신한테 있는데 왜 애를 때리고 그래요?
김목자 : 뭐야? 내가 돈을 못벌어와서 그런 거라구? 그래, 당신이 생각하던게 바로 그거였군. 나같이 돈도 못
벌어다 주는 놈 만나서 원통하다 그거겠지?
아 내 : 뭐예요? (화가나 소리 지르며) 그래, 원통하다! 원통해! 누구는 돈 많은 남자 만나서 비싼 외제
승용차 타고 펑펑 쓰면서 떵떵거리고 사는데, 누구는 맨날 양 똥구멍만 �아다니며 빌빌거리는 사람
만나서 돈없다구 서러움 받고, (소리지른다) 원통해~ 원통해 죽겠어~
김목자 : 그렇게 원통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 돈 많은 놈 하나 골라서 가 버리면 될 거 아냐?
아 내 : 흥! 가라면 누가 못갈줄 알고! 나도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 신물이 난다구요!
김목자 : 간다면 누가 겁낼줄 알아? 당장 꺼져버려!
아 내 : (흐느껴 울며 가방을 꾸린다) 아이구~ 어머니! 내가 이렇게 살 줄 알았으면 이사람한테 시집을 오 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왜 내가 이사람 �아 다닐 때 안 막으셨나요?
김목자 : 시끄러우니까 헛소리 집어치우고 나갈려면 빨리 꺼져 버려! 다 귀찮아!
아 내 : (가방을 싸들고 우는 아들의 손을 잡아 끌고 나가며) 다신 당신 얼굴을 안봤으면 좋겠어요. 당신
혼자서 굶어 죽든지 거지가 돼서 빌어 먹든지 맘대로 해요.
(아내, 아들을 데리고 퇴장한다)
김목자 : 나도 당신같은 사람 가봤자 하나도 겁 안나!
(아내가 퇴장한 후 한참동안 무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자리에 주저 앉는다)
(한숨을 푹 내쉰다) 미쳤어! 내가 완전히 미쳤어! 괜히 멀쩡한 아내랑 아들만 내 �았군!
(벌떡 일어서며) 빨리 가서 다시 돌아오라고 말해야지!
(다시 주저 앉는다) 아니야!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한번 나가라고 해 놓고는 어떻게 다시
들어오라고 해, 쳇- 갈테면 가 보라지, 뭐!
그나 저나 큰일이로군. 시간은 자꾸만 지나가는데, 어떻게 돈을 마련한다지? (머리를 감싸쥔다) 으~
정말 미치겠군.
★ 3 막 ★
(막이 오르면 다시 들판, 저녁이다)
(양떼들이 보이고 김목자, 박목자, 이목자가 모닥불을 쪼이고 앉아있다)
이목자 : 아니, 그렇다고 아내와 애를 내보면 어떻게 하나?
김목자 : 낸들 그러고 싶어서 그런건가? 하지만 애 데리고 친정집으로 갔겠지? 어디 제가 갈곳이나 있겠나?
박목자 : 휴! IMF가 이젠 멀쩡한 집 가정파탄까지 일으키는군. 도대체 이놈의 세상은 언제나 다시
평안해질까?
이목자 : 글쎄, 아마 메시야가 오실 때나 돼야 세상이 평안해지겠지!
김목자 : 메시야?
이목자 : 그래, 메시야! 그리스도 말일세! 우리를 로마의 압제와 속박으로부터 구원하시고 자유와 평화 그리 고 우리들의 나라를 회복해 주실 메시야 말이야.
박목자 : 글쎄, 나도 성경에서 그 얘길 읽어서 알고있긴 하지만 정말 메시야가 오시긴 오시는걸까?
김목자 : 메시야가 오시면 뭘하는가? 그 노랭이 수전노 스쿠루지가 이제 내일이면 내집이며 양떼를 전부
경매에 붙여 팔아버릴걸!
(양떼를 돌아보면서) 이젠, 저 양들을 치는 것도 오늘밤이 마지막이 되겠군!
이목자 : 내일 일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나?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자네가 할 일은 양떼를 치는 것이니까 그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김목자 : 내일 당장 자기 양떼를 뺏기지 않는 사람들에겐 다 배부른 소리지!
(병사1, 병사2, 거들먹거리며 등장한다)
병사 1 : (거만하게) 어이! 추운데 고생들이 많구만!
(목자들, 못마땅한 듯이 일어나면서 일부러 꾸민 환한 얼굴로 인사한다)
박목자 : (꾸벅 절하며) 날도 추운데 이렇게 구석진 데까지 일부러 순찰을 다 나오셨습니까?
병사 2 : (역시 거만하게) 그게 우리의 임무 아닌가?
병사 1 : (주위를 휘 둘러보며) 어때? 뭐 도둑이나 그런거 없지?
이목자 : 아무렴요, 나리들께서 이렇게 잘 지켜 주시는데 도둑이 있을리 있겠습니까요?
병사 1 : 우리의 은공을 알기는 아는군.
박목자 : 그럼요, 나리들의 은공도 모르면서 어떻게 양을 치겠습니까?
병사 2 : 자! 그럼, 자네들의 그 고마운 마음을 성의껏 표시해 보게나.
이목자 : 예? 성의를 표시하다니요?
병사 2 : 아니, 이 사람들이 아이큐가 두자린가? 왜 이렇게 센스가 없어? 정말 무슨 말인지 몰라?
박목자 : (머리를 긁적이며) 아, 예! 압니다. 알고 말고요, 당연히 저희가 성의껏 고마움을 표시해야지요.
(이목자, 김목자의 팔을 끌어 한옆으로 간다)
김목자 : 저 사람들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박목자 : 무슨 소리긴, 순찰한답시고 괜히 와서는 돈 좀 달라는 뜯어 가겠다는거 아니야?
이목자 : 정말 버러지 같은 놈들이군. 차라리 벼룩이 간을 빼먹지!
김목자 : 난 돈 없어! 자네들도 알잖는가?
박목자 : (이목자를 보면서) 자네는?
이목자 : (병사들을 힐끔 쳐다본다)
병사 1 : 자네들 거기서 뭘 쑥덕거리고 있는거야? 밤새 잠도 못자면서 도둑 지켜주는데 성의 좀 표시하라니깐
무슨 잡소리들이야?
박목자 : 예! 예! 곧 성의를 표시할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병사 2 : 우린 바쁘신 몸들이니까 대충 의논하고 빨리 와!
박목자 : 예! 예!
이목자 : 할 수없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난 이만원밖에 없네! 밤에 출출하면 자네들하고 야참이나
먹으려고 가지고 나온건데 야참은 날샜군!
박목자 :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난 만원이 다야!
김목자 : 난 돈 없다고 이미 얘기했네. 그리고 행여 있어도 저런 놈들한테는 못 줘!
박목자 : 그래, 알았네. 이걸로 때워보지, 뭐!
(병사들에게로 걸어간다)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요!
병사 1 : 그래, 의논은 다 했나?
박목자 : 예, (돈을 병사1의 호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며) 나리들의 은혜는 정말 죽도록 잊지 못할겁니다.
나리들이 안계시면 저희같은 양치기들이 밤에 어떻게 양을 치겠습니까?
병사 1 : (주머니에 넣은 돈을 헤아려보며) 뭐야? 이게!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러는거야? 응?
박목자 : 나리! 저희들이 어찌 나리들의 은혜를 몰라서 그러겠습니까? 나리들이 직접 이렇게 찾아 오시지
않더라도 저희들이 알아서 찾아 뵙고 성의를 보여야 하는게 백번 옳죠! 그렇지만 지금은 밤이지
않습니까? 또 저희들이 나리들의 은혜는 알고 있지만 너무나 우둔해서 오늘 이렇게 직접 왕림하실
줄이야 알았겠습니까? 다음에 오시면 그때는 정말 넉넉하게 성의를 보이테니 오늘은 좀 봐주십쇼!
병사 1 : 좋아, 오늘만 날이 아니니 오늘은 이정도로 성의를 받은 셈 치지. 하지만 다음엔 미리 잘 준비해
뒀다가 성의를 표시하라구! 알았나?
박목사 : 아무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병사 1 : (병사2를 향해) 그만 가지!
(병사1, 병사2 거만한 모습으로 퇴장한다)
박목사 : (병사들이 퇴장하면 그들이 나간 쪽을 향해 침을 뱉으며) 퉤! 더럽다! 더러워! 나쁜 놈들!
김목자 : 양은 우리가 지켰지, 제놈들이 지켰나?
이목자 : 자! 그깐 더러운 놈들 생각은 잊어버리자구! 자꾸만 생각해 봤자 우리 머리속만 지저분해져.
박목자 : 그래! 그래!
(양떼를 돌아다 보다가 하품을 한다) 그나 저나 지금이 몇시야? 밤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이목자 : 아마 자정이 훨신 넘었을거야!
김목자 : 드디어 내 집과 양을 모두 뺏길 날이 왔군!
이목자 : 그 생각은 그만 접어 두리나깐 그러네!
박목자 : (하품을 크게 하며 자리에 앉는다) 왜 이렇게 졸립지?
이목자 : (박목자의 옆에 같이 쭈그리고 앉는다. 하품을 한다) 글쎄 말이야. 로마 병사놈들한테 시달려서
그런가 굉장히 피곤하군!
박목자 : (김목자에게) 이봐! 김목자, 자네도 걱정은 잠깐 접어두고 좀 쉬라구!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크게 켠다) 어휴! 졸려! 더는 못 참겠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든다)
이목자 : 나도 좀 쉬어야 겠다! (박목자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다)
김목자 : (잠든 두사람을 바라보면서) 흥! 천하태평이군! 이제 이밤이 새면 그 노랭이가 와서 당장 나가라고
윽박지르고 �아낼텐데 잠이 와?
(머리를 싸매고 앉는다) 아! 정말 이일을 어떻게 한다?
(하늘을 쳐다 보며 기도한다) 오! 하나님! 당신이 정말 살아계신다면 제발 절 좀 도와 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고통당하는 것을 주님은 왜 모른척 보고만 계십니까?
(흐느껴 운다)
김목자 : (한참동안 모닥불을 지켜보며 괴로워 하다가 꾸벅 꾸벅 존다)
(천사1, 천사2, 등장하여 무대를 빙빙 돌며 춤을 춘다. 성탄을 알리는 종소리와 “고요한반 거룩한밤”
찬송이 들린다)
김목자 : (잠에서 깨어 깜짝 놀라 이목자와 박목자를 흔들어 깨운다)
이봐! 어서 일어나! 저것좀 봐! 천사들이야! 천사들이라구!
박목자 :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졸리운 목소리로) 아니, 김목자! 잠 좀 더 자게 내버려 두지, 왜그래?
(천사들을 발견하고는 역시 깜짝 놀라며 부들부들 떨며 김목자를 부둥켜 안는다)
이목자 : (잠에서 깨어 천사들을 발견하고는 역시 놀라 떨면서 땅에 엎드린다)
(천사1, 천사2, “고요한밤 거룩한밤” 찬송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천사 1 : 무서워하지 말아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려고 온 천사니라.
(목자들, 천사들 앞에서 꿇어 엎드린다)
천사 2 :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천사 1 :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천사들, 다시 “고요한밤 거룩한밤” 찬송에 맞춰 춤을 추면서 퇴장한다)
김목자 : (자기의 뺨을 꼬집으며) 이게 꿈이야? 생시야?
이목자 : 김목자! 박목자! 자네들도 분명히 들었지? 오늘 다윗의 동네에 우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다는 말 씀?
박목자 : 그래, 분명히 나도 들었네. 천사들이 구주가 나셨다고 하셨어.
김목자 : 구주? 메시야? 그렇다면 바로 이목자 자네가 얘기하던 그분- 그 메시야가 오늘 나셨다는 말 아닌가?
이목자 : 그래, 맞아, 미가 선지자는 오래전에 이렇게 예언했지,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태초에니라”
박목자 : 천사가 말한 다윗의 동네라면 바로 베들레헴 아닌가?
이목자 : 그래, 미가 선지자의 말씀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지!
김목자 :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볼 것이라고 천사가 말씀하셨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이목자 : 글쎄, 하여튼,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 것 같네. 당장 베들레헴으로 가 보자구!
김목자 : 그렇지만 저 양들은 어떻하구?
박목자 : 김목자! 어차피 오늘 날이 새면 스쿠루지 영감이 와서 자네 양들을 다 경매에 붙일 거라면서? 그럼
자네 더 이상 자네 양도 아닐텐데 뭘 망설이나?
김목자 : 맞아! 지금 이 상황에 양 몇마리가 중요한게 아니지? 자! 어서들 오늘 밤에 나신 메시야를 맞으러
가세!
이목자, 박목자 : 가세!
(목자들, 흥분하여 뛰어서 퇴장한다)
★ 4 막 ★
(막이 오르면, 말 구유다. 구유에는 아기 예수가 눕혀져 있고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를 보며 앉아
있다)
요 셉 : 마리아, 정말 고생했소! (아기를 보며) 이 아기가 바로 우리 민족이 그토록 기다리며 고대하던
메시야란 말인가?
마리아 : 처음에 천사가 저에게 와서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했을때는 너무나 놀랐었어요.
요 셉 : 나 역시 마찬가지요. 사실, 당신이 결혼도 하기 전에 아기를 가졌다는 소문이 들렸을 때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당신은 모를거요.
마리아 : 하지만 이 모든게 하나님의 뜻인걸요.
요 셉 : 맞소, 가브리엘 천사가 내게 나타나서 당신을 아내로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일러 주었소.
게다가 아들을 낳게 되면 이름을 예수라 하라고 말했소.
마리아 : 제게 나타났던 가브리엘 천사도 저에게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예수라 지으라고 했어요.
요 셉 : 예수! 바로 우리들을 우리의 죄 가운데서 구하실 메시야! 그리스도!
(일어나 아기에게 경배를 드린다)
(목자들, 마굿간 밖에 등장, 웅성거리는 소리 들린다)
김목자 : 여기가 천사가 말한 바로 그곳인 듯 한데...
박목자 : 그래, (마굿간을 가리키며) 저기에 마굿간이 있군. 저곳에 메시야로 나신 아기가 계실지 몰라.
이목자 : 구유에 누우신 아기를 보게 되리니 그것이 너희에게 표적이 되리라... 그래, 틀림없이 저곳에
메시야가 계실거야. 자! 어서 들어가 보자구!
(목자들, 마굿간으로 들어간다)
(목자들,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예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기뻐 환하게 웃으며 소리 지른다)
김목자 : 있다! 있어!
박목자 : 그래, 천사들의 말씀이 옳았어!
이목자 : 오, 주여! 내가 살아서 메시야를 보게 되다니!
요 셉 : (마리아는 앉아있고, 요셉은 일어나서 목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저, 어떻게 이곳에 오셨습니까?
김목자 : (요셉을 향해) 아! 당신들이 이 아기를 낳은 부모들이시군요?
요 셉 : 예, 그렇습니다. 조금전 제 아내 마리아가 이 아기 예수를 낳았지요...
이목자 : 예수? 벌써 아기의 이름을 지으셨습니까?
요 셉 : 하하! 예수란 이름은 우리가 이 아기를 낳게 되리라고 일러주었던 천사가 그렇게 지으라고 가르쳐
준 이름이랍니다.
박목자 : 그렇다면 틀림없어, 이 아기는 천사들의 말씀대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메시야야!
요 셉 : 천사들이요? 그럼, 당신들에게도 천사가 나타났었단 말입니까?
김목자 : 그래요, 저희들은 들에서 양을치는 목자들이랍니다. 그런데, 조금전 저희가 들에 있을 때 갑자기
천사들이 나타나서 아름다운 찬양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목자 ; 저희들은 너무나 놀라 혼비백산했지요...
박목자 : 그런데, 천사들의 말씀은 너무나 놀라운 것이었어요. 바로 이곳 베들레헴에서 메시야가 탄생했다는
것이었지요.
김목자 : 천사들의 말씀은 우리가 구유에 누우신 아기를 보게될 것인데 그것이 곧 우리에게 메시야가 나신
표적이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 셉 : (하늘을 향해 두손을 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오, 주여! 저같이 미천하고 아무것도 아닌 인간을
통해 메시야를 낳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목자들을 향해) 사실, 전 메시야로 나신 아이의 진짜 아버지는 아닙니다.
목자들 : (무슨 소리냐는 듯 서로를 쳐다본다) 제 아내, 마리아는 저와 약혼만 하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임신을 했지요. 마리아는 하나님의 능력이 자신에게 임해서 아들을 가진 거라고 말했지만
사실 처음에는 저도 믿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서 마리아가
임신한 것이 성령께서 임하신 일이라고, 마리아와 결혼하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고, 그리고 아들을
낳으면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고 말해주었지요...
이목자 : 아! 과연... 하나님은 놀라우신 분이십니다!
요 셉 : 그래서 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마리아와 결혼했습니다.
박목자 : 잘하셨군요. 당연히 그러셨어야지요. 하나님의 뜻인데요...
요 셉 : 저희는 원래 나사렛 사람들인데, 몇 달 전 가이사의 호적령에 따라 저의 조상 다윗의 고향인 이곳
베들레헴으로 왔다가 오늘 마리아가 이렇게 아들을 낳게 된 것입니다.
김목자 : 하나님은 참으로 놀라우신 분이십니다. 선지자들로 하여금 예언하신 내용들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이루어지셨으니 말입니다.
이목자 : 맞아요. 선지자 이사야가 이렇게 예언했지요.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로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요 셉 : (감격한 목소리로) 저는 저희들같이 비천하고 약한 사람을 통하여 온백성의 메시야를 보내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와 찬양을 드릴 뿐입니다.
박목자 : (역시 감격하여) 오! 하나님께 영광을!
이목자 : 자! 이젠 우리를 위해 오신 메시야, 아기 예수님께 모두 엎드려 경배합시다!
김목자 : 그래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이땅에 오셨으니 우리의 경배를 받으심이 당연합니다. 자! 어서
아기왕께 경배를 드립시다!
목자들 : (경건한 모습으로 엎드려 아기예수에게 경배를 드린다)
김목자 :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오! 주여! 주님은 우리를 영원히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이 죄많고
허물많은 인생들을 구원하시려고 메시야를 보내신 하나님! 주여! 감사합니다!
박목자 : (역시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메시야를 내 눈으로 보았으니 난 당장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네.
이목자 : (역시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나도 그래. 아! 내 생애에 이렇게 내 눈으로 직접 메시야를 뵈올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네.
박목자 : (요셉과 마리아에게) 당신들은 정말 하나님의 놀라우신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목자 : 맞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돌아가야 하지만, 당신들은 아기 예수님을 잘 키워주십시오. 부탁합니다.
김목자 : 당신들은 잘 해낼거예요. 분명히...
요 셉 : 걱정마십시오.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분명코 여러분의 부탁처럼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 겁니다.
박목자 : 자! 그럼, 저희들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마리아에게) 마리아! 몸조리 잘하시오!
목자들 : (요셉과 마리아에게 인사를 하고 퇴장한다)
요 셉 : (두손을 들어 하늘을 보며) 오! 놀라우신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주님을 찬양하나이다! 우리와
언제나 항상 함께 하시어 하나님의 아들, 메시야이신 이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마리아 : (두손을 모으며) 아멘! 주님 우리와 이 아기를 도와주소서!
★ 5 막 ★
(막이 오르면, 다시 들판.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다)
이목자 : 벌써 아침이군!
박목자 : 그래, 간밤에 아기로 오신 메시야를 뵙고 경배를 드리고 왔더니 아직까지도 가슴이 떨리는게 전혀
진정이 되질 않는군.
김목자 : 나도 그래. 나 역시도 메시야를 만난 흥분으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네.
이목자 : 아! 그나저나 이제 그 늙은 노랭이 스쿠루지가 자넬 찾아 올텐데 어떡하려나?
김목자 : 이목자! 걱정하지 말게. 난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구.
이목자 : 그래?
김목자 : 간밤에 메시야를 만나 경배를 드리고 오면서 난 많은 생각을 했다네. 온 우주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아들 메시야께서 가장 낮고 천한 자의 모습으로 저렇게 말구유에서 나신 모습을 보니 오늘
내가 당장 집을 뺏기고 양떼를 빼앗긴다 해도,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용기만은 빼앗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네.
박목자 : 자네 말을 들으니 나도 힘이 생기는군. 메시야가 왕궁에서 태어나지 않고 그런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신 것은 우리같은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 오셨다는 무언의 멧세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이목자 : 자네들 말이 전적으로 맞네. 김목자! 우리 앞으로 되어질 모든 일들은 하나님께 맡기고 그분의
도우심을 믿으며 살자구!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들을 위하여 메시야를 보내신 분께서 우리들의 작은
어려움이야 왜 못 도와주시겠는가?
김목자 : 그래! 고맙네!
(스쿠루지 영감, 잔뜩 찌푸린 얼굴로 등장한다)
영 감 : (목자들을 향해) 밤새 잘들 지냈는감?
김목자 : 예, 영감님!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한다) 하나님의 은총이 영감님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영 감 : 하나님의 은총? 좋은 소리여~. 고맙구먼. 그치만 그건 그거구 어제꺼정 내한테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했을틴디~?
이목자 : 아! 영감님도~ 만나자 마자 돈 얘기부터 하십니까?
영 감 : 아따! 그럼 김목자허구 나허구 젤 중요헌게 바로 돈 얘긴데 그 얘길 안하면 또 뭔 얘길 한디야?
김목자 : 아닙니다! 영감님!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가 영감님한테 빚진 오천만원은 꼭 갚아드리고
싶었지만 정말 죄송하게도 제가 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영 감 : 그랴? 그럼 어쩔수 없지, 뭐!
박목자 : 영감님! 정말 김목자의 집과 양들을 경매에 부칠 참이십니까?
김목자 : (박목자에게) 박목자! 괜찮아! 내 걱정일랑 하지 말게! 나에겐 집과 양은 없어지더라도 여전히
하나님이 계시니까...
(스쿠루지에게) 영감님! 영감님이 하고 싶으신 대로 하십시오.
영 감 : 자네가 그렇게 말 안혀도 그렇게 할 참이여!
(쌀쌀맞은 태도로 돌아서며) 그럼, 난 갈텡께 일들 보드라고~
(무대밖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간다)
김목자 : (스쿠루지의 등 뒤에 대고) 영감님! 어젯밤에 나신 메시야의 은총과 기쁨이 영감님에게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허리를 굽히고 인사한다)
영 감 : (나가다 말고 다시 들어온다. 김목자에게) 이봐! 김목자! 방금 자네 뭐라고 혔나?
김목자 : (흠� 놀라며) 뭐- 뭘 말씀입니까?
영 감 : 방금 내 등에다 대고 자네가 뭐라고 하지 않았나 말이여? 뭐- 메- 뭐라고 안혔나고?
김목자 : 아! 메시야 말씀입니까?
영 감 : 그려! 뭐 간밤에 메시야가 났다고? 그게 뭔 말이여?
김목자 : 선지자들의 예언대로 메시야가 베들레헴의 한 마굿간에서 어젯밤 태어나셨거든요. 저희 세사람이
보고 왔습니다.
영 감 : 참말이여? 내가 자네 말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감?
김목자 : 제 말을 못 믿겠다면 여기 이목자하고 박목자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들도 저와 같이 가서 메시야를
만나 뵙고 경배를 드리고 왔으니까요.
영 감 : (이목자에게) 이목자, 김목자 말이 참말인감?
이목자 : (확신에 찬 어조로) 예, 참말입니다. 어젯밤 이곳에 천사들이 나타나서 우리에게 메시야가 탄생하신
것을 알려 주셨지요. 그래서 저희들이 베들레헴에 갔더니 천사들의 말씀대로 구유에 누우신 아기
메시야가 계셨습니다.
박목자 : (감격에 찬 어조로) 어젯밤의 그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뜨거운 감격의 눈물이 마구 흘러 넘칠 것만
같습니다.
영 감 : (무언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김목자에게) 이봐! 김목자!
김목자 : 예?
영 감 : 메시야가 탄생하신 곳이 어딘지 나에게 알려줄 수 있겄제?
김목자 : 영감님도 메시야를 만나시려구요?
영 감 : 아따! 이사람이? 난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감? 알려 줄껴? 말껴?
김목자 : 영감님이 메시야를 만나 경배하신다는데야 안 알려드릴 까닭이 없지요. 알려 드리겠습니다.
영 감 : 좋아! 그라고, 자네 문젠 이렇게 하도록 허지.
김목자 : 제 문제요?
영 감 : 그래, 내 이번만 특별히 자네가 빚진 오천만원에 대해서 장기 부채로 전환해 주겠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돈을 벌어서 나중에 갚도록 혀!
김목자 : (깜짝 놀라며) 예?
영 감 : 아- 이 사람이 귀가 먹었나? 뭔말인줄 몰라?
김목자 : 아니- 제가 들은 말이 사실인가 해서요, 이게 꿈은 아니지요?
영 감 : 왜? 내가 한번 꼬집어 줘? (김목자의 뺨을 꼬집는다)
김목자 : (소리 지른다) 아야! 참말로 꿈이 아니네요~
이목자 : 영감님! 갑자기 왜 그렇게 마음을 바꾸셨어요?
영 감 : 메시야가 오셨다는데, 이렇게 기쁜 날 내가 아무리 구두쇠라도 마음을 바로 써야 할거 아녀? 그래야
메시야를 만나 뵙고 경배할 때 체면이 서제?
박목자 : 하하! 정말 그렇겠군요.
영 감 : 그럼, 그런줄 알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라고! 알았제? 난 이제 정말 가네!
(스쿠루지 영감, 손을 흔들며 퇴장한다)
김목자 : 하하하! 세상에 이런 일이! (두 손을 모아쥐며) 오,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쿠루지 영감이 나간 쪽을 향해) 영감님! 메시야가 어디서 탄생하셨는지 아직 가르쳐 드리지도
않았잖아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달려나가며 퇴장한다)
박목자 : 하하하! 저사람 굉장히 좋은 모양이군!
이목자 : 그럼, 당연하지. 주님이 오신날에 이목자는 정말 큰 선물을 받는군. 하하하!
(박목자, 이목자 웃으면서 퇴장한다)
★ 6 막 ★
(김목자의 집, 아내와 아들이 울고 있다)
(김목자, 집안으로 들어오다가 울고있는 아내와 아들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온다)
김목자 : 여보! 당신 다시 돌아왔군!
아 내 : (김목자에게 안기며) 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당신을 화나게 하려고 한게 아니었는데, 그만 너무나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훌쩍거리며)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김목자 : 아니야, 사실 내가 나쁜 놈이지. 내가 잘못했어. 여보! 날 용서해 줘! 응?
아 내 : 아니예요, 여보!
김목자 : (아들을 품에 안으며) 얘야, 아빠가 미웠지? 아빠가 잘못했다. 다신 널 때리지 않으마, 그러니 아빨
용서해 다오.
아 들 : 아빠, 나 아빠 안미워. 아빠가 좋아. 아빠! 사랑해요..
김목자 : (아들을 꼭 안아준다) 그래, 그래, 아빠도 너랑 엄마랑 모두 사랑한단다.
아 내 : (근심어린 목소리로) 그런데, 여보! 오늘 스쿠루지 영감이 집에서 나가라고 올텐데 어떡하지요?
김목자 :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 내 : (김목자를 바라본다)
김목자 : 사실은 오늘 아침에 영감님을 만났어. 그런데, 영감님이 우리의 빚을 장기 부채로 바꿔준다는군.
아 내 : 장기 부채로 바꿔준다구요?
김목자 : 그래, 앞으로 천천히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으라는 거야.
아 내 : (얼굴이 환해지며) 예? 그게 정말이예요?
김목자 : 그럼, 사실이구 말구.
아 들 : 아빠! 그럼, 우리 집에서 안�겨나는거야?
김목자 : 그럼, 우린 다시 우리집에서 같이 살 수 있단다.
아 들 : 우와! 신난다!
김목자 :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있지.
아 내 : 놀라운 일이요?
김목자 : 그래, 지난 밤 양을 치던 우리들에게 천사가 나타나셔서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어. 바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며 소망해 오던 메시야가 탄생하셨다는 거야.
아 내 : 메시야가요?
김목자 : 그래, 메시야! 그분은 우리같이 낮고 천한 죄많은 인간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베들레헴의 한 마굿 간 구유위에 아기의 모습으로 누워 계셨어. 우린 그분을 뵙고 경배를 드렸지. 지금도 내 가슴은
터질듯한 감격으로 가득차 있어.
아 내 : (두 손을 모으며) 오, 주님! 그토록 기다리며 소망하던 주님이 기어이 오셨다구요?
김목자 : 메시야를 뵙는 순간 내 속에서는 모든 절망이 사라지고 소망이 생겼지. 슬픈 마음에서 기쁨이
샘솟아 나기 시작했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눈물이 마르질 않았지. 그분은 죽어가던 나를 살리신
거야.
아 내 : 오, 주님!
김목자 : 난 결심했어. 가장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신 메시야를 만나 뵙고 그분께 경배드리면서 비록
이땅에서 내 모습이 작고 초라하더라도 오직 주님만을 위하여 충성된 종으로 살겠노라고... 그리고
그분의 이름이 임마누엘이신 것처럼 언제까지나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심을 믿으며 용기있게
살겠노라고...
아 내 : 그래요, 여보! 이제 우리 메시야가 이땅에 오신 목적대로 우리도 주님의 뜻을 따라 이웃을
사랑하면서 섬기면서 살아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목자 : 오! 주님! 이처럼 보잘 것 없고, 죄많고 허물많은 저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주님! 주님께
경배드립니다.
(그자리에서 엎드리며 경배를 드린다)
아 내 : 주님! 제 마음의 가장 소중한 곳으로 주님을 영접해 드립니다. 오셔서 나를 다스리시고, 영원토록
주님을 위하여 살게 해 주세요. 주님께 경배드립니다.
(아내도 그 자리에서 엎드리며 경배를 드린다)
아 들 : 예수님! 저도 예수님께 경배드려요, 예수님! 사랑해요.
(아들도 그 자리에서 엎드리며 경배를 드린다)
(“저들밖에 한밤중에” 찬송이 울려 퍼지면서 막이 내린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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