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복고음악이 대중을 사로잡으려면 |
노래 빼고 다른 것 다 잘하는 만능인간형 가수와 립싱크 가수들이 쇠퇴했다. HOT와 젝스키스 팬들이 서로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쌈박질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러나 댄스와 발라드 위주의 기획가수들로 가요계를 채우는 과정에서 가지를 열심히 쳐내고 나니 정작 몸통이 위기를 맞았다. 그런 가운데 솔 힙합 재즈 록 팝 등 여러 장르의 가요들도 제법 들리고 있어 반갑기는 하다. 복고음악의 등장도 두드러진 움직임이다. 아직은 '중년 문화의붐' '386과 475세대의 반란'이라는 의미부여는 과장이다. 성인팬들은 과거 베테랑의 복귀에는 박수를 치지만 그들이 들고 온 신보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TV에서 춤을 추며 비주얼한 측면이 강조된 순간부터 힘을 잃었던 이들의 복귀는 환영하지만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싫다. 그래서 나는 미사리의 포크가수들과 같은 세대임에도 미사리에 가지 않는다.미사리 카페 앞의 플래카드에 적힌 흘러간 포크가수들의 이름은 왠지 초라해 보인다. 단순히 중년들의 노스탤지어만 자극해서는 서글픔과 청승, 공허함, 이런 것들밖에 남지 않는다. 양희은의 노래는 세상을 어렵게 견뎌낸 중년에 대한 응원은 되겠지만 세상과 싸우기를 희망하거나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팬에게는 미흡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10집 '상처'를 낸 한대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예술행위는 지루함을 준다면 죄다. 음악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영역이므로 실험과 도전이 필요하다. 내 경우에도 '물좀 주소' 하나 가지고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콘서트를 열 때도 자신들의 음악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지점이 어떤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히트곡들만 불러 취향과 감성이 그 시절, 그 노래에만 갇혀 있다면 IMF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사는 중장년층의 위민 행사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음악평론가 박애경은 "베테랑의 복귀가 대개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이유는 문화의 혁신이 정치적 올바름마저 담보할 수 있다는 '포스트 서태지 세대'를 감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한다.
그러고 보니 정치가 문화를 잡아먹은 시대다. 문화 관계자들을 멀찌감치 앉아 손가락만 빨게 만든 정치 만능, 과잉 정치담론의 시대에 대중문화가 살아남으려면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올드가수들은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해하며 20대 전반기를 유보해왔던 구세대의 노스탤지어에 기댄다. 그러나 정치마저 문화적으로 이해해버리는 '문화적 쿨함'을 취향으로 삼는 젊은 세대까지 감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의 존재가 익숙함의 확인에서 오는 안도감이 아니라 그 못지않은 낯설음과 긴장을 가져다줘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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