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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필'에 열광하는 '미드족'은 누구? 2007-03-31 10:19

은바리라이프 2008. 1. 21. 12:59
'석호필'에 열광하는 '미드족'은 누구?   2007-03-31 10:19
"20대 전문직이 '미드족' 주력군"…"인기는 'CSI' '프리즌…' '로스트' 순"

'석호필'이라는 한국식 별칭으로 잘 알려진 미국 폭스TV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 스코필드 역의 웬트워스 밀러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의 대표 주자로 꼽히지만 사실 '어른'들은 대부분 '석호필'이 누군지 모른다.

4천800만 국민이 세대공감을 이루기 위해서 '상상플러스'의 문제로라도 출제돼야 할 판이다.

과거 맥가이버나 원더우먼이 폭넓은 인기를 모았지만 요즘 '미드'의 주인공들은 소수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미드족'은 누구인가, 그들은 왜 '미드'에 열광하는가.

◇20대 남성에게 사랑받는 '석호필'

최근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미드 열풍'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미드족'의 '실체'를 살펴본다.

28일 하루 동안 전국 10대 이상 남녀 1천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8.2%가 최근 3개월 내에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77.9%)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대 이상이 62.1%로 가장 낮았다.

직업별로는 전문·사무직이 73.5%로 가장 높았으며, 주부(61.7%)가 가장 낮았다.

미국 드라마 시청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미국 드라마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매우 좋아한다'(17.4%), '다소 좋아한다'(40.9%) 등 58.3%가 좋아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반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6.3%에 그쳤다.

20대와 학생 응답자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로는 '영화 같은 스케일과 리얼리티'(38.6%)와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37.8%) 등이 꼽혔다.

최근 가장 선호하는 미국 드라마로는 'CSI'(52.4%), '프리즌 브레이크'(14.3%), '로스트'(7.0%), '그레이 아나토미'(6.4%), '프렌즈'(6.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다른 연령에 비해 10대(23.5%)와 20대(27.4%), 직업별로는 학생(25.6%)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눈길을 모았다.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드라마도 차이가 났다.

남자는 '프리즌 브레이크'가 19.2%였지만, 여성은 9.5%였다.

반면 '그레이 아나토미'는 여성이 10.7%로 높게 나타났으나 남성은 2.1%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미국 드라마를 어떤 경로를 통해 봤을까.

응답자 중 68.6%이 '케이블 및 위성방송'이라고 대답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상파TV는 15.7%에 불과해 인터넷 다운로드(15.3%)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20대에서는 인터넷 다운로드의 비율이 34.7%에 이르는 등 10-20대에서는 인터넷 다운로드의 비율이 지상파를 웃돌았다.

또한 다른 직업에 비해 학생(29.5%) 응답자의 인터넷 다운로드 이용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들이 '미드'를 보는 이유

이처럼 '미드족'은 국내 드라마 시청층과는 확연히 다르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요 시청자층으로 분석된 20대 남성은 국내 TV드라마와는 가장 거리가 먼 시청자층으로 분류된다.

최근 TNS미디어코리아가 발표한 케이블TV 장르별 주요 시청자층 순위에서도 이들은 게임과 스포츠 부문에만 상위권에 들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미드'와 한국 드라마의 시청층 구분은 접근성과 완성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하거나 바깥 활동이 많은 젊은 층은 정해진 시간에 방송되는 드라마에 접근도가 떨어진다"면서 "그러다 보니 한국 드라마는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주부층에 소구할 수 있는 주제나 내용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남자 시청층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미드'는 국내 지상파방송에서 소화하기 힘든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은 데다 기획이나 제작 규모 등 완성도 면에서도 차별화돼 기존 국내 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지상파에서 방송하기에 '미드'는 주제나 소재 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자체 드라마가 우선이기 때문에 편성에 있어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최근 '미드' 인기에 어느 정도 자극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며 보편적, 대중적인 작품 중심으로 선별해 방송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상파방송사와는 달리 케이블·위성 채널들은 '미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채널간 경쟁 외에도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인터넷 다운로드와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

한 케이블·위성 채널 외화 담당자는 "케이블ㆍ위성 채널에서는 2000년대 초반 '프렌즈' '섹스 앤 더시티' '앨리 맥빌' 등의 드라마가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미드' 붐이 일기 시작했다"면서 "이후 다운로드가 일반화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져 시청층이 남성까지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 드라마가 우선인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위성 채널은 양질의 외화시리즈가 시청자를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콘텐츠"라며 "좋은 외화 프로그램을 계속 방영한다면 '미드' 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최근 '미드족'들은 더빙보다는 자막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더빙판을 방송하는 지상파 외화 보다는 배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점도 케이블·위성이 가진 메리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