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미술경매회사 ‘신와옥션’ 요이치로 구라타 사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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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미술경매회사 ‘신와옥션’ 요이치로 구라타 사장 "미술은 장기적인 투자…성공하려면 적어도 20배는 올라야 막 크기 시작한 한국 미술시장‘바로 지금’이 투자 타이밍 아시아 시장 급성장 하는데… 일본은 아직 헤매고 있어" 이규현 문화부 기자 kyuh@chosun.com 입력 : 2007.04.13 15:44 / 수정 : 2007.04.14 07:41 취미로 즐기면서 투자수익 이제 미술도 쇼핑하는 시대 요즘 미술경매장이나 아트페어에 가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한국 미술시장이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 아트페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45% 성장했고, 경매회사들의 연간 총 낙찰액은 252% 늘었다. 지난 3월엔 서울옥션과 K옥션에서 1회 경매의 낙찰 총액수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미술시장 열기는 더이상 특별한 그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개인들도 미술품 구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기업은 품격을 높이는 마케팅에 미술을 사용했고, 정부도 미술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미술시장의 호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특히 중국이 세계 미술시장의 점유율 4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트 펀드 등 새로운 시장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미술시장의 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자 해외에서도 한국 미술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 최대 미술품경매회사인 신와옥션(Shinwa art auction)의 요이치로 구라타(42) 사장을 만났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미술 시장 열기에 대한 그의 진단을 들어본다. -------------------------------------------------------------------------------- ▲ 신와옥션의 요이치로 구라타 사장은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G. 워버그 증권사 등 금융계를 거친 엘리트다. 그는“대학 때 그 림을 좋아해 그림 그리는 클럽에서도 활동했지만, 그림으로 먹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요즘 한국 미술계가 돈 얘기로 떠들썩한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미술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고 최근엔 박수근의 그림이 경매에서 25억원, 20억원으로 최고가 기록을 두 번 연속 갈아치웠다고 얘기하자, 그는 “다 알고 있다”며 여유 있게 웃었다. 일본 최대 미술품경매회사인 신와옥션(Shinwa art auction)의 요이치로 구라타(42) 사장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제가 서울에 온 겁니다. 한국 미술계와 협력할 길을 찾아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4월 3일 오전 9시, 서울 프라자호텔 로비에서 구라타 사장을 만났다. 경매회사 사장이라는 신선한 자리에 어울리게 젊고 시원시원한 남자였다. 질문을 들을 때나 답을 할 때나, 그는 내내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도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구라타씨는 원래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다. S.G. 워버그(W arburg) 증권사와 미스피어슨(Meespierso n) 자산관리사를 거쳐 직접 자산관리사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2001년부터 신와옥션의 사장을 맡고 있다. ―미술분야에 경력이 없는데 어떻게 경매회사 사장이 되었습니까? “신와옥션은 1999년에 제가 경영상담을 해주던 제 고객사였어요. 그런데 신와옥션의 상태를 파악하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제강국인 일본에서 가장 큰 경매회사인데 직원이 고작 13명이고 규모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우선 옥션 설립자들이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신와옥션은 원래 화랑 5개가 모여 만들었어요. 그런데 화랑 사장들이 그대로 이 회사를 공동경영하고 있었어요. 경매회사는 미술품의 가격이 소비자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정해지는 곳이기 때문에 투명성과 신뢰도가 생명입니다. 그런데 화랑 사장들이 경매회사를 운영한다면 그들이 출품 작품의 낙찰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에요. 이렇게 해서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집니다. 저는 설립자들이 완전히 경매회사에서 손을 떼고 주주로만 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립자들은 순순히 제 조언을 따라 사장직을 내놓았고, 저에게 새 사장이 되어달라 했습니다. 흔쾌히 응했어요. 사실 저는 도쿄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그림 클럽에서 활동했던 미술애호가입니다. 단지 나중에 이렇게 미술로 먹고 살 게 될 줄은 몰랐지요.” ―신와옥션이 일본의 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해주세요. “신와옥션은 1989년에 생긴, 일본 최초이자 최대의 경매회사입니다. 직원이 99년 당시 13명에서 지금은 50명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는 작년을 기준으로 일본 경매시장 점유율의 35%를 차지했어요.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8개의 경매회사가 있지만, 우리와 2위인 마이니치 경매회사를 제외하면 모두 소규모입니다. 신와옥션은 2년 전 일본의 경매회사 중 유일하게 (일본의 신흥주식시장인) 헤라클레스에 등록됐습니다. 경매회사가 상장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거래액은 83억 6600만엔(약 650억원)이었습니다.” ▲ 24억3천만원에 낙찰된 르누아르 작품 : 일본에서는 인상파 미술의 인기가 높아 신와 옥션에서도 인상파 미술품이 자주 거래된다. 르누아르의‘꽃바구니를 든 여인’은 그의 다른 작품인‘여인 습작’과 함께 2005년 6월 경 매 때 3억1000만엔(약 24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신와옥션에서 지금까지 팔렸던 서양화 중에 가장 비싼 작품이다. /신와옥션 제공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미술계와 협력할 길을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세계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특히 아시아 미술시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에 비해 일본 미술시장은 아직 헤매고 있습니다. 일본 미술시장은 90년대 초반까지 세계 미술시장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이후 (거품경제붕괴를 겪으면서) 시장영향력이 완전히 전멸됐어요(extinguished). 이제 되살아날 때입니다. 사실 요즘 중국 현대미술에 비하면 일본미술 가격은 얼마나 쌉니까. 앞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일본 미술시장에 불을 붙일 계기(trigger)를 한국 미술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이를테면 한국 경매회사들과 공동으로 국제 아트페어를 기획한다든지, 신와옥션의 서울지사를 낸다든지 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지금 한국의 미술계와 관계를 돈독하게 해 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왔습니다.” ―한국 경매회사와 공동으로 아트페어를 한다면 1차 시장에 개입하는 것인데 경매회사는 중고미술품을 중개하는 2차 시장이 아닌가요? “미술시장에 더 이상 1·2차 시장의 경계는 의미가 없습니다. 전체 미술시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경매회사도 1차 시장에 들어갈 수 있어요. 실제로 지난 3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렸던 아트페어에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부스를 가지고 들어갔어요. 우리 회사는 작품 소장자에게서 직접 작품을 사기도 합니다. 경매에 올리면 싸게 팔리거나 유찰될 수도 있는 데다가 수수료까지 내야 하니까 어떤 소장자들은 아예 안전하게 적정가격에 경매회사에 직접 팔고 싶어하거든요. 그럴 땐 우리가 직접 사서 경매에 올립니다.” ―경매에서 무명 작가가 갑자기 비싸게 팔려 확 뜨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시장가격은 시장가격이니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가 시장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작품활동에 매진하기만 한다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움직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번 떴다고 작가가 작품보다 ‘값’에 더 신경을 쓴다면 문제란 얘기지요.” ―일본에서는 경매가 미술시장의 중심인가요? “생존작가들은 화랑이나 백화점 화랑을 통해 많이 거래되고, 작고한 유명 작가는 주로 경매를 통해 거래됩니다. 경매가 있기 전에는 (화랑주인인) 딜러들이 미술품 가격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경매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점차 미술가격이 공개되고 소비자들이 가격을 통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술이 정말 투자처로서 안전한 대상인가요? “미술투자는 장기투자입니다. 주식투자는 단기간에 2~3배가 뛸 경우 성공했다 볼 수 있지만 미술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술은 사고 팔 때 수수료가 비쌉니다. 따라서 미술투자로 성공했다 하려면 적어도 10배, 20배는 올라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100배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현대미술작가) 요시토모 나라는 90년대 초반에 비해 지금 가격이 대략 100배 정도 올랐어요. 그가 해외에서 평가를 좋게 받으면서 확 가격이 뛰었지요.” ―젊은 작가들이 해외로 나가면 일단 좋다는 얘기인가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해외무대에서 살아 남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자국 내에서 인정을 받아야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최근 미술시장이 급성장한 것을 알고 계시나요? “물론입니다. 단, 아직 ‘급성장’이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한국 미술시장은 이제 막 크기 시작했을 뿐이란 얘기지요.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술에 투자를 한다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 ▲ 25억 '한국 사상 최고家' 박수근 작품 : 박수근 '시장의 사람들'은 역대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K옥션에서 25억원에 거래됐다. /K옥션 제공 “보고싶다”에서 “갖고싶다”로… 불붙은 미술시장 ‘미술=돈’ 글로벌 미술시장의 호황 <서진수 강남대 경제통상학부교수·미술시장연구소 소장> 미술이 감상의 시대에서 구매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근대화가 박수근의 경매 최고가는 1억9800만원(1999년), 2억1000만원(2001), 3억6000만원(2001), 4억6000만원(2001), 5억원(2002), 7억1000만원(2005), 9억원(2005), 9억1000만원(2006), 10억4000만원(2006), 20억원(2007), 25억원(2007)으로 경신 릴레이를 하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도 호황이다. 국제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이 분석한 세계 미술품가격지수는 정점이었던 1990년의 지수 100에서 1993년엔 40까지 하락했다가 2003년을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해 2007년 초 들어 90 선까지 회복했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은 세계 미술시장 호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에 처음으로 중국이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에서 미국(45.9%), 영국(26.9%), 프랑스(6.4%)에 이어 4.9%로 4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의 확실한 투자처로 주목 받는 중국과 인도의 현대미술품이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별도로 경매될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한다. 전 세계에서 미술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IT산업과 BT산업의 성장으로 전체적인 부(富)가 성장했다. 이로 인해 세계 6대륙에 골고루 억만장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 문화소비의 패턴이 선진국화돼 가며, 세계 유명 미술관의 다른 나라 순회전시가 많아져서 미술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소비가 증가하면서 이미지의 차별화를 위해 미술품의 소비가 또한 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미술시장의 중심국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트페어를 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경매가 활성화되면서 미술가격과 작품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 것도 시장에 불을 붙였다. 뉴욕, 런던, 도쿄, 홍콩 등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미술의 장기 투자 가치를 인식했고, 상하이, 뭄바이, 두바이 등 신흥금융시장에서도 미술을 투자 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국내 미술시장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의 대표적인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마니프, 국제판화미술제 등 주요 아트페어들의 2006년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5%나 성장한 것은 의미가 있다. 미술품 경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서울옥션, K옥션, 한국미술품경매의 2006년도 총 낙찰액이 전년에 비해 252%나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성적도 좋다. 또 제3섹터인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 백화점 갤러리, 아트 펀드 등 새로운 미술시장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14년 만에 돌아온 한국 미술시장의 봄을 맞아 초보 수집가들은 작품 값이 비싸다, 유명작가의 작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존 수집가들은 미술시장의 쏠림 현상과 일부 작가 작품의 가격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제 막 미술품 구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기업은 품격을 높이는 데 미술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부는 미술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을 갖기 시작했으니, 이런 여러 요인을 종합해 보면 미술시장은 당분간 계속 뜨거울 것이 분명하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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