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프랑스에선 무슬림 청년들의 폭동이 보름 넘게 계속됐다. 파리 외곽 빈민촌에서 무슬림 소년 두 명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感電死)하자 청년들이 들고일어났다. 경찰의 무리한 단속에 항의하던 시위대는 평소 가난과 차별, 실업에 시달리며 쌓인 분노까지 터뜨렸다. 공공건물과 자동차가 불길에 휩싸였다. 한 청년은 "우리가 불이라도 지르지 않으면 누가 우리 존재를 알아주겠느냐"고 절규했다.
▶영국은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동안 청년 폭동에 휘둘렸다. 경찰이 빈민지역에서 흑인 용의자를 사살하자 빈민층 청년들이 경찰과 충돌해 시작된 폭동이었다. 2005년 프랑스 폭동처럼 인종과 계급 갈등이 불을 질렀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려고 실업수당을 비롯한 청년층 복지 혜택을 축소한 것도 시위를 확산시켰다.
▶성난 시위대는 폭도로 변해 상점을 약탈했다. 전국에서 1200여명이 가게를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놀랍게도 백인 학생과 교사, 우체부까지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훔쳤다. 저소득층과 이민자만의 폭동이 아니었다. 부유층 자녀와 번듯한 직장인도 약탈자로 둔갑했다. 영국 언론은 이번 사태에 대해 '쇼핑 폭동(shopping riot)'이란 신조어를 붙였다. BBC도 폭동 원인 열 개 중 하나로,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소비주의(consumerism)'를 꼽았다.
▶유럽의 신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더 많이 소비할 능력이 없어서 절망한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누린 복지잔치의 후유증 탓에 '잃어버린 세대'가 돼 거리로 나섰다. 우리 사회 신세대도 단군 이래 가장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청년 백수' 소릴 듣는다. 그들이 건전한 소비자로 홀로 서지 못한다면 지금 유럽을 떠도는 '청년 폭동'이 먼 나라 일만은 아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