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던 찻잔이 심하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가나안 중부 지방을 점령한 유대인들은 이제 가나안의 남부와 북부를 종횡무진 오가며 휘젓기 시작한다. 가나안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세력을 가지고 있던 하초르의 왕, 야빈과의 전투다. 야빈은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유대인들은 평화 파괴자이자 침략자였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주변국들과 정치적 연합을 결성, 유대인들에게 공동 대응한다. 연합세력의 초반 기세는 대단했다.
“병사들의 수가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고 군마와 병거도 아주 많았다”(여호 11,4). 하지만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대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초르를 점령하고 그 임금을 칼로 쳐 죽였다 … 또한 그 성읍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칼로 쳐 죽여 완전 봉헌물로 바쳤다. 이렇게 그는 숨쉬는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하초르는 불에 태워버렸다”(여호 11,10-11).
“여호수아는 온 땅, 곧 산악 지방, 네겝, 평원 지대, 비탈 지대, 그리고 그곳의 임금들을 모조리 쳐서 생존자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여호 10,40).
“나는 너희에게 너희가 일구지 않은 땅과 너희가 세우지 않은 성읍들을 주었다. 그래서 너희가 그 안에서 살고, 또 직접 가꾸지도 않은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게 되었다.”(여호 24,13)
유대인들이 가나안 토착민보다 건축, 토기, 농경기술에 있어서 열등했다는 점은 지난 100년 동안 이뤄진 수많은 고고학적 발굴들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바탕 전쟁의 참혹함이 휩쓸고 지나간 뒤, 가나안 땅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여호수아는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그대로 모든 땅을 정복하였다. 그러고 나서 지파별 구분에 따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 땅을 상속 재산으로 나누어 주었다. 이로써 전쟁은 끝나고 이 땅은 평온해졌다”(여호 11,23).
하지만 수많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호수아는 죽을 때까지도 가나안땅의 정복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유대인들의 가나안 땅의 최종 정복은 통일 왕국이 성립하는 기원전 1000년대 말에 가서야 볼 수 있다.
이제 여호수아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유대 민족도 세계사에 ‘잘되는 민족’중 하나로 명함을 내밀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잘되는 민족’의 첫 번째 조건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잇달아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호수아의 뒤를 잇는 지도자들이 그랬다.
성경은 그 여호수아의 후계자들을 ‘판관들’이라 부른다.
[유대인 이야기] (16) 전쟁 그 후…
가나안에 휘몰아친 전쟁의 소용돌이
발행일 : 2009-05-24 [제2649호, 19면]
발행일 : 2009-05-24 [제2649호, 19면]
- 유대인들의 맹렬한 공격으로 가나안 토착민들은 맥없이 쓰러져 갔다. 이스라엘에서 취재 중 길에서 만난 쓰러진 고목에서 생활 터전을 빼앗긴 가나안인들의 비애가 느껴졌다. 유대인들은 왜 타민족에 대한 포용 정책에 인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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