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역사/이스라엘

[유대인 이야기] (2) 문명의 시작

은바리라이프 2010. 4. 27. 20:35

[유대인 이야기] (2) 문명의 시작

발행일 : 2009-01-04 [제2630호]

“하느님 약속 믿고 문명 떠나 미지의 땅으로”

유대민족 조상 이해하기 위해선 우르 문화(수메르 문명) 살펴야

바빌로니아의 수메르 침공… 우르 지역 거주 유대인들 집단 이주

학자들 마다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인류 최초 문명이 탄생한 시기는 대략 기원전 3500~3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이 문명을 세운 이들이 수메르인(Sumerians)들이다. 이들은 당시 세계의 중심 도시, 우르(Ur)를 건설한다.

성경을 주의 깊게 읽은 이들이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다. 우르라는 도시는 창세기, 역대기 상권, 느헤미야기 등에 총 5회 나타난다. 우르는 하느님이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면서 “나는 주님이다. 이 땅을 너에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칼데아의 우르에서 끌어 낸 이다”(창세 15, 7)라고 말한 그 우르이며, 동시에 아브람의 고향이기도 하다(창세 11, 31 느헤 9, 7 참조).

따라서 아브람, 유대민족의 조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우르의 문화(수메르 문명)를 들어다 볼 필요가 있다. 우르 사람들은 인류 최초의 문자, 설형문자(cuneiform, cuneus는 라틴어로 쐐기라는 듯)를 사용했다. 아브람도 아마 이 문자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곱셈과 나눗셈법은 물론이고, 심지어 제곱근과 세제곱근을 구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숫자 체계와 도량형법은 60을 단위로 사용하는 12진법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이 12진법을 시계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 수메르인들은 기하학 분야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원을 360도로 표현했다. 이들은 또 물시계와 태음력을 고안해 냈으며, 다리 건설에 필수적인 아치와 볼트도 만들어 사용했다. 지붕을 둥글게 만드는 돔도 수메르 인들이 처음으로 사용한 건축기법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수메르 건축물로 지구라트(ziggurat)가 있다. 높은 땅 위에 계단이 딸린 탑을 쌓고 그 위에 신전을 올린 피라미드 형 건축물인데, 지금까지도 우르 지역에 남아있어 그 웅장함을 자랑한다. 많은 이들이 이 지구라트를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메르인들은 이밖에도 이름과 개성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계 최초의 문학 「길가메시 서사시」등 많은 문학작품을 남겼다. 어떻게 인류가 이렇게 갑작스레, 폭발적으로 지적 능력을 향상시켰는지는 아직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오르막길, 내리막길 세상사가 그렇듯 수메르 문명도 1500년을 넘기지 못한다. 수차례 북방민족(셈족)의 습격을 받고 다시 일어섰지만, 결국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바빌로니아에 무너졌고, 이들의 흔적은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수메르인들의 종교다. 놀라운 사실은 수메르 문명의 혜택을 듬뿍 받았을 아브람의 종교가 수메르 종교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아브람이 믿었던 하느님과 당시 수메르인들이 믿었던 신은 성격이 전혀 달랐다.

수메르 인들의 종교는 농업과 전쟁 등을 위한, 현세적인 종교였다. 그래서 수메르인들의 종교에선 영적 내용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수메르 인들은 ‘위안’‘삶의 의미’‘영혼의 고양’‘최고신과의 합일’ 등과 같은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들의 신들은 영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과 열정을 지닌 존재였다.

수메르 문명이 바빌로니아에게 무너진 것은 대략 기원전 2000년경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아브람 가족은 우르를 떠난다. 우르 지역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의 집단 이주는 어쩌면 바빌로니아의 수메르 침공에서 촉발되었는지도 모른다.


우광호 기자 (wo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