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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선덕여왕 그리고 김유신

은바리라이프 2009. 9. 23. 18:12

미실, 선덕여왕 그리고 김유신

요즘 TV 드라마 '선덕여왕(善德女王)'에서 고현정이 연기하는 미실(美室)이 화제인데, 그녀는 삼국 역사서의 원조인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로 통일신라시대의 김대문이 지었다는 「화랑세기(花郞世記)」를 광복 이전 한학자 박창화가 일본에서 필사한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랑세기에 대해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미실의 존재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며, 우리에게는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된 김별아의 소설 「미실」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실제 화랑세기에는 드라마에서처럼 대단한 세력의 소유자가 아닌 걸로 돼 있습니다.


게다가 화랑세기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해도, 즉 화랑세기가 위서가 아니라고 가정해도 미실에 대해 크게 주목할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우선 책에는 신라 왕족들이 정을 통한 이야기가 워낙 많이 나오므로 미실만 특별할 것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화랑세기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화랑도의 조직 및 구조·운영 방식 등이 역사적, 사료적 가치가 더 중요하지 일개 여인인 미실의 애정행각 따위가 중요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미실보다 선덕여왕과 김유신의 애틋한 연인 관계 형성 모드가 더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덕여왕은 김춘추의 어머니 천명과 자매지간입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보면, 그녀를 선덕의 동생이라고 했고, 화랑세기에는 언니라고도 했으니 일단 선덕과 천명은 나이 차이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김유신은 절친한 동료 김춘추의 어머니의 언니이거나 동생일지도 모르는 거의 이모 수준의 연령을 가진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되는 겁니다. 물론 김유신이 김춘추보다 9세 정도 많아서 이모보다는 큰 누나에 가깝겠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습니다. 만약 김유신이 사랑을 위해서라면 나이와 동료의 이모도 불사하는 무대포 애정 철학의 소유자라면 그럴만도 하겠지만 사서에서 보이는 김유신의 행적을 볼 때 그럴 리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화랑이었을 때 김유신은 천관녀라는 기녀와 사랑에 빠진 기록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동경잡기(東京雜記)」, 「파한집(破閑集)」 등에 전합니다. 그 설화에는 천관녀와 사랑에 빠진 김유신의 처신을 그의 어머니 만명부인이 크게 꾸짖자 발길을 끊었는데, 어느 날은 김유신이 술에 취해 잠이 든 채 애마를 탔다가 그 말이 평소 습관대로 천관녀의 집에 이르자 말의 목을 벴으며, 천관녀는 돌아선 김유신의 마음을 원망하며, 원사(怨詞)라는 노래를 지었습니다. 그런 김유신이 천관녀도 모자라 선덕과 연인이 되는 것은 억지입니다. 사극은 드라마일 뿐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내용출처 : 본인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