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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사랑 방정식 [조인스] A Geek Love Story

은바리라이프 2009. 5. 2. 22:56

디지털 시대의 사랑 방정식 [조인스]

A Geek Love Story
사이버 공간 ‘세컨드 라이프’에서 벌이는 남녀 간의 로맨스가 현실 세계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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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론다 릴리는 컴퓨터에 연결된 작은 카메라를 조정해 자기 얼굴을 비추도록 만들었다. 렌즈가 미소 짓는 얼굴과 금발의 곱슬머리를 잡았다. 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에 있는 부모님 집의 나무 책상에 앉아 4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여보야, 안녕!” 릴리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약혼자 폴 호킨스가 컴퓨터 화면에서 싱긋 웃음으로 화답했다. 호킨스는 티셔츠와 검은 부츠 차림으로 느긋하게 의자 등에 기댔다. 두 사람은 그날 하루 있었던 잡다한 일을 두고 수다를 떨었다. 그러는 사이 호킨스 뒤엔 컴퓨터 게임에 정신이 팔린 10대 아들 둘이 보였다.

릴리는 아침 편두통 때문에 오전의 사회학 수업을 빼먹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호킨스는 저녁식사로 치킨 커리를 만들어 먹었는데 남은 음식을 해치우느라 힘들다며 배를 두드렸다. 나잇배가 보였다. 릴리가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데이트 시작한 뒤 우리 둘 다 몸이 났네.”

릴리와 호킨스가 만난 지 4년째. 첫 만남의 장소는 짙푸른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폭포 꼭대기였다. 로맨스 소설이나 정교한 가상 세계에서나 가능한 절경이었다. 두 사람은 세컨드 라이프에서 우연히 조우했다. 거의 100만 명이 수시로 접속해 자신을 디지털로 표현한 아바타를 내세워 상호 교류하는 세계 최대의 3차원 가상 세계다.

릴리의 아바타는 백자(白瓷) 피부에 기분에 따라 머리 색이 희거나 검게 변한다. 호킨스의 아바타는 키가 크고(2m30cm가 넘었다), 눈 주위가 검으며, 머리는 높이 치솟은 모호크 스타일(나머지는 삭발하고 중앙에 한 줄만 남긴 형태)이다. 하지만 정작 릴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장식이 화려하고 광이 나는 검은 부츠였다.

릴리는 그 부츠에 혹해 벼락을 맞은 듯했다. “그토록 정교한 부츠는 난생 처음이었다”고 릴리가 말했다. 그래서 ‘하트 위시브링어’(릴리의 아바타)와 ‘조 스트라빈스키’(호킨스의 아바타)는 그 다음 3주 동안 메신저 글창을 통해 대화하며 가상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고는 ‘결혼식’을 올렸다. 서로의 얼굴도 직접 보지 못했고 진짜 목소리도 듣기 전이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 그 폭포 꼭대기에 그들의 아바타가 서 있는 동안 결혼 서약을 자판으로 입력했다(지금까지 약 4만3000쌍이 그렇게 결혼했다). 그런 다음 ‘하트’와 ‘조’는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디지털 알몸’으로 폭포 아래 차가운 물로 뛰어들어 함께 헤엄을 쳤다.

그 후로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대서양 바다 건너 멀리 떨어져 산다. 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호킨스는 영국 웨일스에 산다. 둘 다 혼자서 자녀들을 키우며 경제 형편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릴리(39)는 이혼 후 세 딸을 돌보며 산다.

대학을 마치려고 지난해부터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호킨스(43)는 미혼부로 두 아들과 함께 산다. 그중 한 명이 자폐증이다. 지난 4년 동안 릴리와 호킨스는 단 세 번 직접 피부를 맞댔다. 부부로서 그들의 삶은 거의 전적으로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그들은 현실 세계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멋진 데이트를 즐긴다.

수퍼맨처럼 여러 도시의 상공을 날다가 마천루 옥상에 사뿐히 내려선다. 또 아무런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스쿠버 다이빙 여행도 떠난다. 살갗이 맞닿는 친밀함은 없지만 첨단 기술을 이용해 최대한 흉내를 낸다.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가상 섹스도 한다(그들은 자신들의 아바타가 섹스하는 모습을 보면 에로틱하기보다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

세컨드 라이프 밖에선 그들은 웹캠(컴퓨터 화상 대화용 소형 카메라)과 스카이프(온라인 음성 화상 대화 시스템)를 사용해 서로 사는 모습을 보며 소통한다. 사사로운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도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밤엔 둘 다 헤드폰을 끼고 잠을 잘 때도 서로의 숨결을 듣는다.

얼마나 희한한 관계인가? 그들 자신도 잘 안다. 이상적인 관계와 거리가 멀다는 점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그 모든 첨단 기술 장치 아래엔, 그리고 웹캠과 아바타의 뒤엔, 정상적인 두 사람 사이의 정상적인(물론 괴짜스럽지만) 로맨스가 강물처럼 흐른다. 정말 특이한 점은 그 두 사람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도 불가능했던 삶을 산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릴리와 호킨스는 다른 데는 있음 직하지 않은 자신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욕망과 친밀함에 세웠던 모든 가정을 뒤집는다. 거기서는 흔히 말하는 ‘사랑은 첫눈에 시작된다’는 발상부터 설 자리가 없다. 동화에서는 사랑이 신속하게 진행된다.

3D 가상세계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삶.

백마 탄 왕자님과 신데렐라가 마주치자 서로의 눈에서 사랑의 불꽃이 튄다. 그러곤 두어 쪽 뒤에선 곧바로 ‘행복하게 함께 살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도 그런 식의 사랑이 주류다. 진화론적 표현으로 인간은 아름답고 생식 능력이 뛰어나고 강인한 사람에게 이끌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백마 탄 왕자님이 물 건너 아주 멀리 산다면?

그렇다, 그러면 문제가 달라진다. 세컨드 라이프 같은 기술은 ‘함께하는 삶’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런 기술은 ‘인력 법칙(여기선 사랑을 의미한다)’을 역전시킨다. 그래서 우리를 특이한 구역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욕망이 육체적인 욕구보다는 추상적으로 표현된다.

친밀함도 상대방의 손길이 아니라 대개는 훨씬 나중에 생겨나는 ‘정서적 진솔함’에서 나온다.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릴리와 호킨스는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여러 가지’를 함께 나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런 상황이 서로가 느끼는 가장 강한 유대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로 떨어져 산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지만 두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만났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온라인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현실 세계에서는 자신들이 결합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만나면 물리적 속성 때문에 서로에게 흥미를 잃게 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 문제와 관련해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사회학자 줄리 올브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의 초기 연구자들은 웹에선 대인관계 형성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서로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념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인내심과 관심을 갖고 서서히 상대를 알아가는 일은 술집에서 취한 채 구애하기보다 훨씬 건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을 냉담하고 별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그 뒤의 세대들이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면서 가상 세계가 오히려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무엇인가 성취가 가능한 도구라는 인식이 점차 늘어난다. IT 조사전문업체 가트너 리서치는 2011년까지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 20억 명 중 약 80%(16억 명)가 세컨드 라이프 같은 가상 매개체로 연애를 시도하리라고 추정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10%는 이미 온라인으로 사랑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미국의 성인 15%는 자기 주변 사람 중에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와 결혼했거나 진지하게 연애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는 데이트 전용 사이트가 800개나 있다. 주피터 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이면 해당 업계의 매출이 1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보 시대의 정치에 관한 책을 쓴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인터넷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아 교류하도록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인터넷의 능력이 구애와 데이트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친다.” 릴리와 호킨스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만나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데이트를 한 적이 없다.

그들은 게임 중독자가 아니었다. IT기술에 일가견이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인터넷에서 사랑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사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땐 둘 다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가상 세계가 무한히 팽창하면서 그들의 현실 삶에서 서로의 담장이 점점 가까워졌다.

호킨스는 자폐증을 앓는 아들 저지(17)를 돌보며 하루 거의 온종일 집에 갇혀 산다.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낸다. 저지가 아버지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지난해 호킨스가 3주 동안 릴리를 만나고(두 번째 직접 만남이었다) 온 뒤로 저지는 호킨스에게 또다시 자기를 버려두고 떠날지 자주 묻는다].

2001년 세컨드 라이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폴 호킨스는 세컨드 라이프의 창의적인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내겐 세컨드 라이프가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편이었다”고 호킨스는 말했다. 릴리는 2005년 호킨스를 만나기 전까지 남자 운이 없었다. 전 남편(12, 15, 18세 딸의 아버지다)은 유타주에 산다.

릴리는 이혼 몇 년 뒤 오랜 남자친구와 펜실베이니아주 시골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릴리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외롭고 따분한 가운데 남자친구와 관계를 지속할 생각도 사라졌다. 그래서 그녀는 옛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는 방도로 세컨드 라이프에 가입했다. “이야기할 상대가 절실했는데 매일 장거리 전화 비용을 댈 돈이 없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엔 세컨드 라이프가 해결책이 아니었다. 호킨스는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릴리는 그 가상 공동체에서 돌아다니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낯선 사람들의 접근도 두려웠다. 그러나 릴리가 호킨스를 처음 봤을 때 호기심이 발동했다. 릴리는 프로필(대개 자신의 취미와 사진을 올린다)을 보려고 그의 아바타를 클릭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치즈를 좋아한다”는 한마디뿐이었다.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릴리가 말했다. “나중에야 그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조용한 남자로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았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아바타를 내세우는 이유가 현실 세계에서 아직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면면을 탐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호킨스는 키가 168cm에다가 대머리에 보조개가 들어가는 친절한 미소를 가졌다. 하지만 그의 아바타 ‘조 스트라빈스키’는 키가 장대처럼 크고 위압적인 고트족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그런 식으로 본다고 인정했다. 릴리는 “남을 속이려고 가상 세계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린 서로 진정한 자신의 표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첫 ‘데이트’에서 호킨스와 릴리는 하루의 절반을 함께했다. ‘조’는 ‘하트’를 언덕 꼭대기의 성으로 데려갔다. 그는 그녀를 거대한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 뒤 비밀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두 사람은 거대한 붉은 소파가 있는 벨벳 공중 전망대로 순간이동했다. “처음에는 ‘아이구머니, 나를 자기 침실로 곧바로 데려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릴리가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그냥 느긋하게 소파에 기댔고 나는 그의 무릎 위에 드러누웠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만 했다.” 그날 밤, 그리고 수많은 밤이 지난 뒤에도, 릴리는 조 스트라빈스키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아바타에게 푹 빠진 상태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우스꽝스러워하리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게 진심이라고 말했다.

과학적으로도 전혀 억지가 아니다. 뇌의 화학작용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아바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어떤 사람의 특이한 사상에 빠져드는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제러미 베일런슨은 말했다.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흥분하는 상태는 현실 세계나 가상 세계나 마찬가지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결혼한 다음 날 호킨스와 릴리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다. 호킨스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상냥했다. 릴리는 따뜻하고 앳됐다. 즉시 서로 통했다고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상황이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가상 세계가 현실로 옮겨졌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그들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과연 괜찮을까? 진짜 제대로 될까? 상대를 인터넷을 통해서만 봤다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샅샅이 아는 걸까? “오래가기 힘들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고 호킨스가 뉴스위크 기자와 3자 화상 대화에서 말했다. “그와 함께 있으려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면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릴리가 끼어들었다.

“집안일도 제쳐두고 사회 생활도 게을리하면 남녀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힘든 일은 살갗이 맞닿는 친밀성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웹은 가상 섹스의 온상이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원하는 욕구는 실제 피부의 밀착이다. 한동안 릴리와 호킨스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이용 가능한 대안들을 시험해봤다.

의도는 진지했지만 실제는 우스꽝스러웠다. 섹스를 하려면 성인용품 가게에서 부품을 구입해야 했다. 물론 비용이 저렴하고 선택은 무한했다. 그러나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릴리가 호킨스를 피부로 느끼기는 불가능했다. 남녀 관계에선 그런 감각이 필수다. “우리의 뇌는 1대1 교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사랑의 화학작용’을 연구하는 럿거스대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가 말했다.

“누군가와 입만 맞춰도 자신의 수많은 정보가 전달된다. 입술이 닿는 압력의 정도가 민감, 친절, 인내를 나타낸다. 또 상대의 머리를 어떻게 붙잡느냐가 공감대의 형성 정도를 말해 준다.” 릴리와 호킨스가 그런 키스를 하기까지 2년 이상이 걸렸다. 2007년 릴리는 영국의 한 TV 방송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온라인 사랑에 관한 웹 다큐멘터리의 일환으로 그녀를 영국에 초청해 호킨스와 만나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릴리는 동의했다(기꺼이!). 속이 메스꺼울지, 울고 싶을지 전혀 모른 채 런던으로 날아갔다. 릴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터미널 건너편에서 빙긋이 미소 짓는 호킨스를 즉시 알아봤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껴안았다.

실제로 그런 순간이 닥치면 실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증기처럼 사라졌다. “서로를 직접 보자마자 우리는 그때까지의 느낌과 똑같다고 느꼈다”고 호킨스가 말했다. 두 사람은 3주 동안 함께 지냈다. 식료품을 사고, 요리를 하고, 가족·친구들과 어울렸다. 가상 세계에선 불가능했던 현실적인 일상을 함께했다.

함께한 첫날 밤 호킨스가 ‘CARIAD’라고 새겨진 반지를 건네며 정식으로 구혼했다. 웨일스 말로 ‘영혼의 동반자’라는 뜻이다. 지난해엔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로 호킨스가 찾아와 릴리의 가족과 처음 만났다.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처음에는 못마땅해 했다(릴리는 1년이 지난 뒤에야 호킨스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컴퓨터가 설치된 방으로 끼어들어와 카메라를 보며 손을 흔들어 댄다. 모두가 그 두 사람이 함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동화처럼 두 사람이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 확률은 희박하다. 릴리는 대학을 마치고 싶어 한다. 아직은 딸들을 타지에서 고생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다. 비자 문제도 있다.

호킨스는 릴리 가족을 부양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의 수입이라곤 아들을 돌보라고 주는 국가 보조금밖에 없다. 그 돈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서로 1만km나 떨어져 있으면 그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들의 아바타 ‘하트’와 ‘조’가 그들을 지탱해준다.

두 사람은 끝없이 낙천적이다. 다른 사람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더욱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릴리는 이렇게 말했다. “폴과 나는 4년 전 세컨드 라이프에 가입했다. 우리 서로 마음속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 찾는 사랑을 발견했다.

물론 우리 둘 사이에는 넓디넓은 대서양이 가로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 둘은 함께 있도록 지워진 운명이다. 지금의 상황이 우리로서는 최상이다.”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치고는 황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들이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은 더욱 얼토당토않다.

JESSICA BENNETT 기자 / 번역 이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