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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원작 산업화, 진화하는 만화 속 이야기

은바리라이프 2008. 1. 12. 17:36
만화의 원작 산업화, 진화하는 만화 속 이야기
문화관광부의 월간지 <울림>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래 제목은 <만화의 원작 산업화-만화와 문화콘텐츠산업, 모두가 사는 상생의 길>이었습니다.
원고 분량이 넘쳤는지 편집하면서 조금 축약되고, 그림과 표가 빠졌네요.
원래 원고를 포스팅할까 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른 기사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ct.go.kr/webzine/200710/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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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원작 산업화, 진화하는 만화 속 이야기

영화 <타짜> <수> <식객> <아파트> <미녀는 괴로워>, 드라마 <궁> <쩐의 전쟁> <키드갱>, 연극 <바보> <광수생각>,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달려라 하니>, 온라인 게임 <파천일검2> <열혈강호 스트라이커즈>, 모바일 게임 <아일랜드> <리버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문화콘텐츠 산업의 간판작이자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라는 사실이다.         

글 | 오태엽(대원씨아이 콘텐츠기획본부 본부장)


<만화 원작 활용이 대세>
종전에도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제작은 종종 있어왔지만, 산업적으로 의미있는 숫자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바람의 나라(1997년)> <리니지(1998년)> <라그나로크(2002년)> 등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유명 온라인 게임의 원작으로 사용되면서 만화 원작의 성공 가능성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었다. 시작은 온라인 게임이었으나 이제는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는 현재 제작 중이거나 기획 중인 작품만도 각각 수십 편이 넘는 상황이고, 원작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만화가 인접 문화콘텐츠의 원작으로 활용되는 것은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 만화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적으로 이러한 사례들이 있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본의 유명 만화들은 거의 대부분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이외에도 TV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많다. 특히 일본은 만화가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제작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만화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한편 미국은 오래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원작에 만화작품이 활용되면서 그 위력을 증명해왔다. 최근 <스파이더맨> <헐크> 등의 만화 원작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코믹스 사는 만화를 영화 원작으로 제공하는 라이선스 단계에서 벗어나 2008년부터는 자신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만화는 90년대 중반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수출 국가가 30개 국이 넘는 상황이다. 수출 지역도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수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유럽 지역으로의 만화 수출은 전체의 40퍼센트 수준으로 확대되었고, 단일 국가로는 미국이 가장 많은 한국만화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 지역으로까지 수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만화를 보고 있는 셈이다. 만화 원작의 활용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한국만화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화 활용의 충분한 이유>
만화가 인접 문화콘텐츠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이유는 만화가 서사 구조를 지닌 영상 매체 중 가장 대중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만화는 스토리(서사 구조)와 그림(캐릭터와 이미지)으로 구성된다. 스토리의 서사 구조는 다양한 이야기로의 전환과 변주가 가능하고, 독특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와 그림은 강렬한 이미지를 독자에게 남긴다. 만화는 문화콘텐츠 중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유아에서 10대는 물론 20~3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여느 문화콘텐츠보다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장 경제적인 문화 산업이라는 특징도 만화의 적극적인 활용의 이유가 된다. 만화는 최소 만화가 한 명의 창조적인 상상력만 있으면 하나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측면에서 다른 문화 산업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 한 편의 평균 제작비가 40억 원, 30분짜리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의 편당 제작비가 1억 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월등히 경제적인 문화 산업인 것이다.

90년대 말부터 한국만화가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90년대 초중반 <아이큐점프>와 <소년챔프>로 시작된 만화잡지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만화잡지에 연재된 인기 만화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후 판매부수가 100만 부, 200만 부를 넘어서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만화는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와 청소년보호법 파동으로 만화 대여점이 확대되고, 성인 만화에 대한 단속이 청소년 만화의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만화잡지와 단행본의 판매는 급감했다. 호당 발행부수가 20만 부를 넘던 만화 주간지가 현재는 격주간지로 바뀌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소량의 발행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만화 산업의 외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보자. 90년대 만화잡지와 단행본 이전에 시장을 주도하던 대본소용 일일만화는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만화잡지도 아직 10여 종이 발행되고 있으며, 최근 학습만화로 대표되는 어린이 만화는 놀라운 속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웹카툰과 온라인 만화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만화 산업의 위기는 만화 산업 전체의 위기가 아니라 만화잡지와 그에 연재됐던 상업 만화들의 위기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만화 원작의 활용이 가장 활발한 것도 만화잡지에서 연재된 만화들이고, 해외 수출도 대부분 그 만화들이 주도하고 있다. 만화 작품 자체의 판매는 줄어드는 위기 상황이지만 만화 외적인 부분, 즉 OSMU를 통한 원작의 산업화와 해외 수출 등으로 만화 산업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동시에 갖게 된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만화와 문화콘텐츠 산업의 미래 전략>
만화 산업 내부에서 보자면 만화의 다양한 OSMU를 통한 만화의 원작 산업화와 해외 수출의 확대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미래 전략이다. 만화책의 판매와 대여 등 1차적인 수입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만화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원천 콘텐츠 제공을 통한 저작권 수입의 확대와 새롭게 만들어진 콘텐츠의 인지도 확대를 통한 원작 만화의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 원작의 활용은 만화 산업보다 인접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이유로 만화 원작의 활용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산업의 규모와 외형을 급속히 확대해가고 있는 게임,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문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소재 발굴과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이다. 만화에는 여느 문화콘텐츠도 구비하지 못한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가 준비되어 있다. 만화 산업 내부의 미래 전략으로서 원작 산업화의 요구와 인접 문화 산업의 다양한 원천 콘텐츠 공급처로서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만화 원작의 인접 문화 산업과의 연계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만화와 인접 문화콘텐츠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전략의 모델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만화의 활용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해외에서 한국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미국의 <프리스트>), 드라마(대만의 <퀸즈>), 캐릭터 의류 상품(프랑스의 ‘아르카나’) 제작도 시작되었다. 세계 30여 개 국에 수출된 한국만화의 해외 인지도를 활용할 수도 있고, 만화의 해외 수출 역시 만화를 활용한 문화콘텐츠가 수출된 지역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만화와 인접 문화콘텐츠의 상생을 위한 유쾌한 동거는 이미 시작되었고, 곧 거대한 물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