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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바리라이프 2007. 12. 31. 09:09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이 있다. 15년쯤 전에 읽은 책이다. 그 즈음에 다이어리를 이용한 다양한 시간관리기법 연구에 푹 빠져있던 나에게 매우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50년이 넘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완벽하게 기록하고 통계를 내고 분석하면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시간의 통계를 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다. 먼저 할 일은 사용한 시간을 분류하는 것. 시간을 분류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내가 사용한 방법은 하루의 생활을 4가지로 분류한 4Q방법이다. 1Q는 일상의 단순한 작업과 삶들이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이동하고 씻는 것. 2Q는 현재 직업상 가지는 반복적인 일과와 급한 일들. 회사에서 일을 하고 회의를 하고 업무상 사람들을 만나는 것 들.  3Q는 급하지는 않지만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일과 상관은 없지만 관계를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 등. 4Q는 영성과 믿음을 위한 활동이다.

내가 디자인한 포맷의 다이어리에 매일 일어난 모든 일을 시간단위로 적고 밤마다 통계를 내곤했다. 몇달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1Q와 2Q로만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삶이 게을러 질수록 1Q의 비중은 점점 커져간다. 덕분에 나머지 시간은 2Q에 소진해야 하니 3Q, 4Q는 극히 적을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관리에 관한 책은 하이럼스미스의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법칙이다.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시간이 없다고 얘기할 때 사실은 그 것은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면 다른 무엇을 제치고라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시간이 없어서 못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그 사람에게는 그 만남이 별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First Things First)”는 오해하기 쉬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소중한 것을 알고 있지만 급한일을 하느라 뒷전으로 미루고 있으니 그것을 먼저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먼저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내용의 책을 읽고도 소중한 것을 먼저하지 않는다. 작정만 하고 계획만 세울 뿐이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입으로는 말하는지 몰라도 온 몸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부족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지 않고 코딩연습을 하지 않고 자기 개발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알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못읽었다고 주장한다. 실천하려고 계획은 세웠으나 실행을 잘 못해서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솔직히 믿지 않을 뿐이다. 지금 이대로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잘난척 하는데 지장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개발시간에 �겨 Test를 못만들었다고 하는 대부분은 사실은 Test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은 Test를 만드는 것이 결국엔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뿐이다.

내 얘기를 해보면 나는 Spring2.0의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작년 초반부터 결심했다. 계획도 세웠고 블로그에 그 계획이나 결심을 여러번 적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일년을 돌이켜서 보면 나는 Spring의 새로운 기술과 적용전략을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하지 못했다. 나는 Spring공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이다. 기존의 Spring에 대한 지식과 경험만으로도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남들은 다 내가 Spring전문가라고 생각한다. Spring에 관해서 누구랑 얘기해도 내 실력이 딸린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내 결심과는 반대로 속으로는 Spring공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조금만 따져보면 알 수 있다. 한때는 나도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이다. 늘어지게 아침잠을 자는 것만 줄이고 이전처럼만 살았어도 물개랑 배드민턴이나 탁구치러 다니는 것만 안했어도 아니 만화책보는 시간만 줄였어도 지금쯤이면 Spring2.0소스코드를 샅샅이 공부하고 그것을 응용한 프레임워크 한 두개쯤은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월에 TSE2006에 참석한 후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만큼 Spring을 잘 알고 사용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세계에 넘쳐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바쁜 일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Spring개발자들은 그 시간에도 또 더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있다가는 나는 그냥 평범한 Spring개발자의 한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절실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비로소 Spring연구와 새로운 기술의 공부가 정말로 나에게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나는 Spring의 연구와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위해 다른 일을 줄이게 되었다. 또 직접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삶의 모드를 바꾸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고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는 따위의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말은 이제 그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무엇이 중요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어떤 사람은 가족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업의 성공을 포기하고라도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누구는 학문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늦은 시간까지 연구에 매달린다. 어떤 사람은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맘에 들지 않는 일이지만 기꺼이 그런 일을 흥미로운 다른 일을 포기하고라도 선택한다. 외모가 중요한 사람은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나서 화장하고 꾸미는데 시간을 쓴다. 공부계획은 자주 빼먹어도 운동은 빠지지 않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운동이다. 무엇이 중요한 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요할 이유는 없다.

사실은 자신이 선택한 중요한 일에 시간을 더 쓰면서도 나는 이런 저런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다고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싶다. 자기 기만이다. 자꾸 그런 변명을 하면 자신과 주변사람들이 다 정말 그런줄 착각한다. 사실은 그런 일이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자. 아니라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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