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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스타일’로

은바리라이프 2007. 12. 5. 17:04
한류를 넘어 ‘한스타일’로
스타를 앞세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한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류의 소비자들은 한국이 기존에 보여준 것과는 다른, 보다 한국문화의 원형에 가까운 것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한류 전문가들이 한류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정서에 맞는 한류 전략을 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을 하는 것도 이처럼 기존 한류에 대한 위기의식과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 때문이다.

김명곤 장관 체제의 문화관광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한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바로 ‘한스타일(Han Style)’이다. 한스타일이란 우리문화의 원류로서 대표성과 상징성을 띠고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가 가능한 한글,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음악(국악) 등 6개 전통문화를 브랜드화 하는 것을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웰빙문화 확산과 아시아적 전통문화가 주목받는 가운데 한스타일, 즉 한국 전통의 재창조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서고 있다.

코리아플러스는 한스타일이 어떤 고민과 과정을 통해 나왔고 또 세계화, 상품화, 생활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외국인이 가장 체험하고 싶은 한국문화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평준화되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상품이 범람하면서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글로컬(‘지역적인 동시에 세계적인’이란 뜻으로 global과 local의 합성어) 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단순히 기술력만 가지고 승부하던 시대가 가고 고유한 전통문화를 상품의 기능과 이미지에 연결시키는 전략이 기업들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다. 저가와 고품질로 승부를 해온 한국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장난감에서부터 시작해 아파트와 의류 등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온돌에서 자고 싶다

‘시장 점유율 러시아 1위, 미국 4위. 전체 매출의 95% 수출, 2005년 매출 한국 본사 510억 원(해외법인 포함 1300억 원).’

캐릭터와 완구를 만드는 전문기업 오로라월드의 성적표다. 오로라월드 측에서 밝히는 성공비결은 ‘전통문화’다. 1985년에 설립해 남들처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해오던 오로라월드는 1990년대 초 생사를 건 도전을 감행했다. 자체 브랜드로 미국과 유럽 등 메이저업체와 경쟁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 상륙하기로 한 오로라월드는 1992년 미국에 A&A PLUSH라는 업체를 설립한 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플럽시’ 인형을 개발했다. 한국 전통놀이의 도구인 오자미를 응용한 것으로 인형에 솜 대신 콩을 넣어 만든 것이다. 결국 도전정신과 발상의 전환은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

한국의 전통이 통하는 분야는 ‘장난감’뿐만이 아니다. 이제 돈 좀 있는 외국인들은 ‘뜨끈뜨끈’한 온돌에서 자기를 원한다. 건축설계개발회사 코다는 지난 9월 27일 웨일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양관광도시 스완지시 항만 재개발공사(SA1)를 따냈다고 밝혔다. 정박시설 앞에 5~10층짜리 10개 동 397가구를 온돌식 아파트 ‘하버 스퀘어’로 짓게 된 것이다.


1995년 10월 유엔 본부 총회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코다 측은 “한국의 온돌마루와 정보통신기술을 앞세워 쟁쟁한 영국 경쟁사들을 입찰에서 물리쳤다”며 “유럽에, 그것도 온돌을 앞세워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동일하이빌이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경제특구인 마기스트랄가 12번지에 3000가구 규모의 ‘한국형 아파트’를 수출했다. 현지에서 영하 30도 추위에도 따뜻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국형 온돌을 적용한 것 역시 성공배경이 됐다. 중국의 경우 신규 아파트 20%가 온돌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구려 이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온돌(Ondol)은 옥스퍼드사전에 고유어로 등재될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구들학회 최영택 회장은 “2004년 3월 일본의 대기업인 오사카가스주식회사 대리점 사장 약 30명이 고궁의 구들을 둘러보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적이 있다”며 “무공해와 에너지 절약이라는 측면에서 구들을 현대화해 구들 종주국인 우리가 먼저 세계 바닥 난방시장을 독점하고 세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전통문양을 새긴 크리스티앙 디오르, 알마니…



역으로 한국의 전통가옥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문화는 외국인들을 우리나라로 불러 모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월간지 지오(GEO)는 올 3월호에 13쪽에 걸쳐 ‘승려처럼 살아보기’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지난해 12월 송광사에서 6일간 머물며 산사생활을 체험한 로랑스 바고 기자는 눈 덮인 송광사 풍경부터 시작해 스님들의 일상, 새벽예불, 발우공양, 다도, 참선체험 등 ‘환상적인’ 한국의 전통문화에 찬사를 보냈다.

이외에도 한국의 산사체험은 낯선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르몽드 2’,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 독일 ‘디벨트’ 등이 템플스테이를 다루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깊이 있는 정신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차별화된 체험 관광 상품으로 부각될 수 있다”며 “지난해 템플스테이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재참여를 희망하고, 프랑스인 2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79%가 템플스테이 체험을 원했다”고 말했다.



2002한일월드컵, 한류 확산 등으로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높아지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가 전통문양이다. 전문가들은 “공예와 섬유패션 디자인 분야는 한국의 문화원형 콘텐츠를 가장 잘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올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홈스타일 박람회 ‘2006 메종 에 오브제’의 메인 테마가 ‘한복’과 ‘한국문화’였다.

또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올 2월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소리꾼 장사익과 화가 임옥상의 글씨체를 담은 한글 디자인 옷 51점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씨는 “한글이 예술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감성 전달에도 효과적이어서 외국인들은 아름답고 모던한 느낌을 주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본다”며 “외국 바이어들이 옷에 한글 디자인을 넣어 달라고 먼저 요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실크 원단 제조업체인 ‘실크로드’는 전통문양을 활용한 실크 제품을 선보이며 불과 수개월 만에 크리스티앙 디오르·막스마라·알마니 등을 상대로 100만 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스카프와 넥타이 전문 생산업체인 ‘빗살무늬’도 전통문양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이 늘고 있다.


한스타일 콘텐츠는 전통문화서 나온다

한지(韓紙)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수출의 물꼬를 트지 못했지만 한국전통 상품 중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 손꼽힌다. 보존성과 기능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종이로 그만큼 쓰임새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역사기록용 보존용지나 공예용지로 각광받는 일본의 와시(和紙)보다 강도가 20~30% 높은데다 보존기간도 1000년이 넘는다.



한지산업기술발전진흥회 차우수 수석대표는 “한지의 특성을 살려 산업에 활용하면 옷감에서 로봇의 신소재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해 차세대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한지를 이용해 우주선 보호 장비나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금지원을 받아 한·미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류를 통해 새삼 한국 전통문화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다. 이미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75%, 중앙아시아 가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코리아 프리미엄’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제2기 한류는 대중문화가 아니라 전통문화가 이끌어야 생명력을 더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전통문화 상품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 진출을 노리는 갤러리 오채의 김상화 대표는 “동양하면 일본, 중국만 아는데 막상 자수, 조각보, 복주머니 등 한국 문양을 만나면 너무 아름답고 새롭다는 반응을 듣는다”며 “이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전통문화 아트숍과 아트매니지먼트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한국인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즐길 때 세계인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 기사제공 ]  국정브리핑  |  국정브리핑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