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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사생활 보도 -정윤수

은바리라이프 2007. 11. 27. 09:25
연예인 사생활 보도

[2007.11.25 19:20]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웃집의 뒤숭숭한 소문을 궁금해하였으나 그것을 알기 위하여 일부러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지는 않았다. 바람처럼 들려오는 소식이었으므로 ‘풍문’이라고 하였고 또 그렇게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소리였을 뿐이었다.

이제는 대놓고 떠든다. 다름 아닌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얽힌 풍문들이다. 그들의 스캔들과 연애, 그리고 결혼과 파경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평일 아침부터 주말의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방송의 연예오락 프로그램도 연예인의 사생활을 중계하느라 바쁘다. 연예가 소식의 대부분은 스캔들로 빼곡하고 누군가 결별하거나 파경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공중파와 케이블의 모든 연예 리포터들이 당사자들의 집 앞에 진을 친다.

그리고 우리는 마우스를 클릭한다. 신문이 유일한 눈과 귀였을 때는 적어도 하루라는 시차는 있었지만 인터넷은 거의 실시간 중계에 가깝다. 현대의 생활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는데, 대형 포털 사이트의 한복판에서 경마 중계처럼 전달되는 속보 때문에 우리는 원래의 목적을 잊고 연예인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뒤쫓는다.

문제는 그렇게 끝도 없이 클릭을 하면서 접하는 소식들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대선 후보나 주식 시세, 내일의 날씨나 프로 농구 결과와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거나 적어도 공개될 것을 염두에 둔 행위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누군가는 연예인을 ‘공인’이라는 불투명한 울타리에 집어넣고 싶겠지만, 그들은 다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일 뿐, 이 사회의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무분별한 취재에 대한 경계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조절 기능도 작동하지 않는 듯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이 사안의 중심축이 되면서부터 미세하지만 틀림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최소한의 경각심이라도 있었다.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안전핀이 서서히 제거된 듯한 인상이다.

인터넷의 한복판에서 그 누구도 거리낌없이 타인의 사생활을 떠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많은 미디어가 인터넷을 겨냥하여 연예 기사를 쏟아내면 포털 사이트는 이를 두드러지게 노출하고 이에 한글을 읽거나 쓸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댓글을 달거나 심지어는 무슨 정보검색 대회라도 열린 듯 당사자들의 사생활 정보를 캐내는 것이다. 당사자들도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듯한 전략적 발언을 쏟아낸다. 이 모든 과정에서 최소한의 심리적 주저함이나 인간적인 번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하여 어떻게 되었는가. 한 인간의 소중한 개인 정보가 어젯밤의 프로스포츠 주요장면처럼 편집되고 당사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새로 나온 영화의 줄거리처럼 재현되어, 마침내 인위적으로 가공된 것이 아닌 생생한 인간의 내면 세계가 시장의 좌판에 깔려 있는 서푼 어치 희롱 거리로 추락하고 말았다. 어쩌면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닉네임을 얻는 대신에 인간의 내면 세계를 보호할 줄 모르는 기이한 신세계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정윤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