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배에서 소외된 사람들 ②노인들] 온라인 예배 할 줄 알면 다행, 교제는 언감생심
목회자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어…전화 심방, 기독교 방송 권장 정도"
- 기자명 최승현·여운송 기자
- 승인 2020.04.21 22:34
SNS 기사보내기
SNS 기사보내기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톡(으)로 기사보내기 네이버밴드(으)로 기사보내기
바로가기 메일보내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뒤로멈춤앞으로
코로나19가 한국에 급속도로 확산한 지 두 달. 감염병은 교회 모습도 많이 바꾸었습니다. 많은 교회가 온라인 및 가정 예배를 시행하고 있고, 현장 예배를 재개한 곳에서도 이전과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현대인들은 이런 삶의 패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까지 말합니다. <뉴스앤조이>는 감염병 시대 한국교회가 역량을 쏟아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조명하고자 '코로나19, 예배에서 소외된 사람들'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특히 예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노인들 △발달장애인들에게 주목했습니다. - 편집자 주 |
[뉴스앤조이-최승현·여운송 기자] 젊은 세대에 비해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온라인 예배에 취약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지앤컴리서치가 4월 초 교회에 출석하는 성인 남녀 755명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대 56.5%, 40대 55.8%, 50대 50.3%, 60대 44%로 나타났다. 가정 예배로 진행했다는 응답은 60대가 22.4%로 가장 높았다. 30대 9.4%, 40대 16.6%, 50대 12.7%와 비교하면 뚜렷한 수치다.
뒤로멈춤앞으로
현장 예배가 회복되기를 가장 바라는 연령대도 노년층이었다. 60대는 '온라인·TV·가정 예배를 하는 중 교회를 못 가 아쉬워서 뭉클하거나 눈물이 났다'(65.3%), '현장 예배보다 만족스럽지 않다'(66.3%), '주일예배는 반드시 예배당에서 성수해야 한다'(49.6%), '이번 일을 통해 교회 가서 예배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53.9%) 질문들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예배를 온라인 또는 가정 예배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응답은 가장 낮았다. 10~50대 응답자 중에는 평균 55%가 현장 예배를 대체하는 데 수긍했지만, 60대는 47.2%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일선 교회들은, 온라인 등 새로운 예배 형태를 어려워하고 현장 예배를 가장 갈망하는 노년층 교인들에게 코로나19 국면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노년층 교인들은 온라인으로라도 예배할 수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교인 간 교제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1만 명 이상 출석하는 서울 용산구 A교회는 "청소년들의 경우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과 공부까지 진행하지만, 노년층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실질적으로 전화 심방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전화하면 '하루빨리 오프라인으로 모여 예배하고 싶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출석 교인 1000여 명 규모인 서울 강서구 B교회도 "노년층 교인들은 대체로 구역장에게 의지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여의치 않으면 한두 가정씩 모여서 예배하라고 권장한다"고 말했다.
교인 80명 중 65세 이상이 40%를 차지하는 C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ㅇ 전도사는 "링크를 보내도 알뜰폰이나 2G폰을 쓰는 교인들은 영상을 볼 수가 없다. 그나마 50~60대는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지만,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링크 보내 줘도 못 하겠다'고 반응한다. 대부분 개인 경건 생활에 의존하고 있다. 감염 우려 때문에 방문 심방도 하지 못하고 전화 심방만 하고 있다. 신앙적으로 케어가 거의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어려워하는 교인들을 위해 가정 예배문을 나눠 준다. 그런데 한글을 모르는 교인도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김포에서 목회하는 D교회 ㅎ 목사는 몇 주간 가정 예배문을 나눠 줬다. 그는 "교회에 80대 이상 교인이 많다. 스마트폰 없는 분도 있고, 글 모르는 분도 생각보다 많아 가정 예배문을 드리기도 어려웠다. 매주 한 번이라도 목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법밖에는 없겠더라. 마당 밖에서 기도해 주고 확인하는 식으로 몇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교회와 목회자가 실질적으로 노인들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맡아 오기도 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제천 E교회 ㅂ 목사는 "교인 중 자녀들이 멀리 사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이 병원에 입원하시면 곤란해진다. 가족들이 자주 못 오니 교회에서 매번 심방 가고 그랬는데, 코로나19 이후로 면회가 어렵다. 간병인에게 전화해서 상태만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성체를 중요시하는 성공회 교회는 성찬을 하지 못해 교인들이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E교회 한 신부는 "교회에서 소그룹으로라도 모여서 성찬례를 오프라인으로 할 수는 없겠느냐는 피드백이 많다. 장년층으로 올라갈수록 '직접 영성체를 해야 하고 만나서 식사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소외되기 쉬운 노년층 교인들은 현장 예배가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옮길까 봐, 옮을까 봐' 교회 못 가 교제 끊어져서 외로움 호소 "심방 전화만 해도 흐느껴" |
고령자는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하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코로나19는 더욱 치명적인데, 고령일수록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4월 21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중 60대는 1343명, 70대는 706명, 80대는 483명으로 총 2532명이다. 비율로는 23.7%다. 사망률은 압도적이다. 전체 사망자는 230명인데, 20대 이하는 아무도 없다. 30대 2명, 40대 3명, 50대가 15명이 사망한 데 비해, 60대 이상은 217명으로 전체의 91.57%를 차지한다.
평소 앓던 질환 때문에 코로나19로 의심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예배당에 일부러 안 나가는 교인들도 있다. 경기도 광주 F교회 ㄱ 목사는 "부활절부터 현장 예배를 재개했는데, 폐 질환이 있거나 몸이 아프신 노인들은 안 오셨다. 그분들은 몸이 아파도 한 번도 예배에 빠진 적 없는 분들이다. 예배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분들인데, 이번에 알아서 교회에 안 오셨다. 그러면서 '예배 못 갔다'며 굉장히 미안해한다. 나는 '계신 곳에서 예배해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가정 예배를 권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과 노인정 같은 공공시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현장 예배를 재개한 교회도 대부분 점심 식사는 제공하지 않고 예배만 한 후 흩어진다. 각종 주중 모임도 모두 중단한 상태다. 노년층은 이웃과 교제할 장소가 없어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ㄱ 목사는 "코로나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는 교회 출입을 삼가도록 권고했다. 노인들이 외로워하는 게 느껴진다. 구역장들을 통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심방하고 있는데,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흐느끼는 분도 있다. 마음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포 D교회 ㅎ 목사는 "주일예배는 시골 노인들에게 유일한 신앙의 통로인데 예배가 막히고 나니까 힘들어하신다. 부활절부터는 노인분들 중심으로 현장 예배를 재개했다. 7대 수칙 지키고 있지만, 밥도 같이 못 먹고 포옹도 못 하니 서로 얼굴만 보고 돌아가신다. 아쉬워하신다. 특히 시골 노인들은 함께 밥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걸 할 수 없어서 문제다. 예배 콘텐츠만 제공하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들은 '노인 대학' 등 노년층을 위한 평일 사역을 진행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이러한 모임이 모두 축소, 중단되면서 이들이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코로나 블루'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경주시청
고령화 진행되는데 대책은 요원 "힘들더라도 찾아가는 사역 필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시작해야" |
한국 사회 고령 인구 비율은 2020년 현재 15.7%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0.5%씩 상승하고 있다. 이 추세면 2025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인 사회) 진입이 유력하다. 한편 전체 인구 대비 독거노인 비율은 2000년 3.8%에서 2020년 7.2%로 2배 상승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기독교인은 138만 명으로, 개신교인 967만 명 중 14.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젊은이가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는 위기이고, 그에 따라 다음 세대 담론이 속속 나온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진입할 '초고령 교회'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화 심방, 기독교 채널 권장 정도가 전부다. 김포 D교회 ㅎ 목사는 "이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TV가 노년층에게는 친숙하다. CBS나 CTS 같은 기독교 방송에서 아니다 싶은 설교 방송 몇 개는 배제하고, 괜찮은 설교를 소개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회는 노년층 교인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특수한 상황이라 대책이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역자들 에너지가 더 소모되더라도 찾아가는 사역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접근성이 취약한 교인들에게 휴대폰에 바로 꽂아서 사용할 수 있는 OTG에 예배 영상이라도 담아서 전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오프라인 예배가 다시 활발해지겠지만,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노년층 맞춤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년층에서도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기차표 예매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장기적으로 교회가 노년층에 스마트폰 사용법을 안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노인 목회 실태를 조사했던 김정준 목사(신광교회)는 2019년 감리회 노년정책위원회 발표에서 "노인들은 미디어 소수자로서, 디지털 사회에서 정보 격차와 불평등으로 배제되거나 소외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회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에 대한 준비 없이 코로나19를 맞았다"고 아쉬워했다.
김정준 목사는 "노인들이 어떻게 유튜브까지는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밴드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채널은 접근하기 어려워한다. 평소에 교회가 가입과 사용법 등을 알려 주면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극복 방법이 없지만,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커뮤니케이션을 이어 나가면서 이런 공백들을 메꿔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의성 교수(배재대 복지신학과)도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해 '심리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노인 세대의 30%는 우울증을 겪고 있고, 그 가운데 8%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복지관이나 경로당이 문을 닫다 보니 정말 힘든 상태다. 평생 습관처럼 다니던 곳을 못 가니 우울증이 심화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현상은 또 생겨날 수 있다. 교회에 몇 명 나오는지 출석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노년층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 찾아가고 만나야 한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찾아가는 성찬식·세례식 등을 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 교인들도 정보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