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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에 예수를 만나 성경에 중독되었습니다
은바리라이프
2010. 9. 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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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책, 내 마음을 알아주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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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형 |
| 18살 되던 해, 태어나 처음으로 ‘성경’이라는 두터운 책을 펼쳤다. 그리고 ‘하나님에게서 온 농도 짙은 연애편지’인 성경을 만나면서 목적지가 분명치 않았던 내 인생의 진행방향도 바뀌었다. 그 당시 나는 예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교회를 향해서는 굉장히 냉소적이고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를 설득해 끌어들이려는 예수쟁이 친구와 논쟁을 시작한 게 발단이 되어 성경과 예수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친구와 실랑이하다 결론을 못 짓고 “그러면 일단 성경을 한번 읽어보겠노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집에 돌아와서 세로쓰기 형식으로 60년대에 인쇄된 성경을 발견했다. 모 군부대에서 부모님의 결혼을 축하하며 오래 전에 선물한 성경이었다. 삼두타운 지하실 단칸방에 콕 박혀 국어사전을 뒤적이며 성경 66권 중 ‘빌레몬서’를 찾아 읽었다. ‘빌레몬서’가 짧아서다.
내 마음도 지하실 단칸방처럼 칙칙하고 어두웠던 고등학교 2학년 사춘기 시절, 무슨 뜻인지도 명확히 깨닫지 못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경의 세계로 빠져든 게다. 구약은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약성경을 읽으면서 왠지 예수가 가깝게 느껴져 좋았다. 예수는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때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예수의 선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 이미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혼자서 국어사전을 들춰가며 성경을 읽는 중에 교회에 대해 독설을 토하던 사나운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삼두타운 다동 윗층에 살며 교회에 발을 담고 있는 ‘영일이’에게 “나도 교회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그 친구의 안내로 산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교회, ‘정음교회’ 앞마당을 밟게 된 게다.
교회에 다니면서 ‘성경’을 좀더 깊이 알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다. 성경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책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에서 성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생기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성경공부를 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제의해 오는 한 청년을 만난 게다. 망설일 이유가 없어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그 단체에 4년 동안 몸담으면서 일대일 성경공부와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며 성경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 있었다.
군에 입대한 후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는, 그 전에 함께 신문배달을 하던 후배가 선물해 준 조그만 성경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주로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숨어서 펼쳐 읽었다. 훈련받을 때는 그게 유일한 낙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대 배치 후 나의 판단착오와 잘못된 선택으로 20일 동안 군대 영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을 때도 성경이 유일한 벗이 되어 주었다.
그동안 알듯 모를듯하면서도 성경을 부지런히 읽었지만, 신학은 잘 모르기 때문에 언젠가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독학으로 신학서적들을 탐독해 볼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성경을 읽는 시간이 내 삶에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와 행복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시편에서 다윗은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합니다.”(119편 103절) 하는 고백을 토한다. 다윗만큼 심하게 중독된 것은 아니지만, 나도 “주의 말씀의 맛이 어찌 그리 입에 착착 달라붙는지요. 내 입에 밥보다 더합니다.” 정도의 고백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성직자가 아니지만, 성경 읽기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우는 구절들도 늘어났다. 제일 좋아하는 고린도전서 13장(사랑장)은 처음 절부터 끝 절까지 통째로 외웠다. 시편 23편, 시편 1편도 마찬가지이다. 히브리서 11장도 몽땅 외웠는데, 지금은 복습을 하지 않은 탓으로 많이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한 절 한 절 외우고 있는 구절들도 꽤 된다. 성경을 외워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일을 할 때, 길을 걸을 때, 버스나 전철을 타고 이동할 때 언제 어디서나 머리에 떠올려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뜻 멍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내 머리에는 항상 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성경을 좀더 깊이 있게 묵상한 후 전체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 소화하고 정리하게 되면, 인생의 위기를 통과하며 마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알아듣기 쉬운 말과 글로 성경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비록 어떤 배경이나 직함이 없을지라도 내가 삶으로 깨달은 성경의 값진 진리를 마음이 가난한 누군가와 값없이 나눌 수 있다면, 미천한 내 삶을 통해서도 회복과 행복의 영역이 더욱 풍성하게 확장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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