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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과 ‘다문화사회’

은바리라이프 2010. 5. 1. 20:17

단일민족’과 ‘다문화사회’
                                        김해성(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 대표)

우리는 우리를 ‘단일민족’으로 표현하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겨 왔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단일민족일까? ‘단일민족’을 순수한 한글 표현으로 ‘배달겨레’라고 쓰기도 한다. 사전을 보니  ‘한반도를 중심으로 모여 사는 단군 자손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의 뜻은 무엇일까? 혹 ‘배가 달라서 ‘배달’은 아닐까?‘ 하는 불경한 생각을 해 보았다.

‘단군신화’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환인이라는 천신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펴기 위해 천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었다.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인간이  되기를 원했고, 환웅은 그들에게 마늘만 먹고 견디는 숙제를 주었다. 이를 극복한 곰은 여인이 되었고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이 태어났다. 그가 단군왕검이며, 고조선의 시조이다. 그렇다면 천신의 아들 환웅과 웅녀(곰)의 사이에서 태어난 배가 다른 민족이 우리이지 않을까?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우리 민족이 단일 민족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65.2%가 ‘그렇다’고 답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위험에 대해 경고를 한다. 2005년도 갤럽조사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인 도시가 서울이라고 꼽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과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에는 어떨까? 학자들이 우리 민족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북방계 60%, 남방계 40%로 유전자가 섞여 있고  ‘복합민족’이라는 판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의 큰 획을 그은 인물은 미국 미식축구의 영웅 하인즈 워드가 아닐까 싶다.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다니며 대통령을 만나고 광고에도 출연했었다. 화려한 귀국과 환호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얼마나 아픈 기억과 치욕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느 한국인 여성이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출산을 했다. 그런데 웬걸, 태어난 아들은 피부색이 검었다. 아마도 엄마는 엄청나게 심각한 고민을 했겠지만 배 아파서 난 자식을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에게는 ‘양공주’, ’양색시’라는 그래도 점잖은 표현을 넘어 ‘양갈*’라는 손가락질이 돌아 왔다. 아들은 ‘*둥이’라는 쌍스러운 표현의 대상이자 놀림감일 뿐이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은 것이 미국 땅이었다. 한편 미국 땅에서 엄마는 또 다른 외국인으로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죽도록 일하고 아들은 죽도록 운동을 했다고 한다. 누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최근 우리에게는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지는 다문화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13.6%까지 치솟은 이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는 전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이다.
‘순 유출인구’가 ‘순 유입인구’보다 훨씬 많은데 이는 들어오는 인구보다 나가는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만 달러 시대를 지내면서 3D(위험하거나 힘들거나 더러운)업종에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 이는 인구부족과 노동력부족으로 연결되고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고려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단일민족을 주장하며 살아야 할까? 결국은 단일민족이라는 깃발을 내리고 다인종, 다민족사회가 펼쳐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문화 추세는 지속적으로 급상승할 것임이 분명하다. 함께 어깨를 걸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