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십 사일이 유월절이라니
흐르는 시간을 숫자로 나누어 중요한 시점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시간 관념에서 나온 사고의 습관이다. 두 해 전 서기 2000년을 맞을 때 사람들은 온갖 의미부여와 상상으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서기 2000'이란 연도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작을 가한 시점(時點)이란 것 외에 크게 별다른 바가 없었다. 그냥 시간은 흐르고 우주는 원래대로 동일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구분하여 그것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일정 시점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앞일을 새롭게 다짐하는 '달력 제도'는 인간 발전의 중요한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잠간 달력 이야기를 해 보자.
레위기 23장은 유대의 중요한 절기 규정들을 담고 있다. 이 절기들에는 모두 달력에 따른 일자가 주어져 있다. 한글 개역성경에 따르면 유월절은 정월 십 사일 저녁(5절), 속죄일은 칠월 십일(27절), 초막절은 칠월 십 오일이다(34절). 언젠가 어느 강단에서 이곳에 나와있는 날짜를 그대로 우리의 양력에 적용시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럴 경우 당장에 의문이 생기는 것이 유월절이다. 유월절은 유대인들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절기이다. 예수께서 무교절 첫날 즉 유월절 밤에 잡혀(마 26:17) 그 다음 날(물론 유대의 날 계산에 따르면 당일이다. 유대에서는 해질 무렵 새 날이 시작되어 다음 해 질 때까지가 하루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달리셨으며 그 날 저녁 안식일이 시작되어 만 하루가 지난 뒤 안식 후 첫 날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부활절이 정월이 아니고 3월말이나 4월초에 걸리는 것일까?
성서에 나오는 유대의 달 숫자 매김의 방법이 오늘날 우리의 양력이나 음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첫 번째 달(정월)이라고 명시한 때는 현재 우리의 양력으로 3월 후반과 4월 전반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이 달을 바벨론 포로 전에는 아빕월이라 불렀고(출 13:4; 23:15) 바벨론 귀환 이후에는 니산월이라 했다(느 2:1, 에 3:7). 속죄일이 속한 칠월은 포로 전에 에다님월이라 불리었고(왕상 8:2) 귀환 이후에는 티쉬리월이라 했으며 우리 양력의 9-10월에 해당된다. 우리가 새해를 맞는 지금은 성경의 달력에 의하면 몇 월쯤 되는지 한번 계산해 보라. 우리 양력의 12-1월이 겹치는 10번째 달이 될 것이다. 새해부터는 성경을 읽을 때 나오는 달의 숫자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양력 또는 음력의 달 숫자와 혼동하지 말지어다. 양력은 양력이고 음력은 음력이며 성경의 태음력은 성경의 태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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